언론노조 성명-정부는 강제해산 중단하고 건설 노동자들의 절규부터 들어라

서울--(뉴스와이어)--포항지역 건설노동조합 조합원 3천여명이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 농성에 들어간 지 벌써 6일이 지났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8시간 노동,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건설업계의 중간착취 관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이다. 이들 노동자는 포스코와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기 위해 찾아간 곳은 포스코다. 왜?

포스코는 하청-재하청의 중간착취 사슬이 시작되는 포스코건설의 지분 90%를 가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국내외 건축 및 토목 공사로 3조9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에 근무하고 있는 정규직은 2286명, 급여총액은 1313억원으로, 1인당 평균 6250만원을 받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매출액의 0.3%를 조금 넘는 데 그친다. 건설업계의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널리 알려진 상식에 비춰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런 막대한 부는 포스코건설 소속 노동자, 포스코건설만의 영업 노하우, 시공 기법 등에 의해서만 창출된 게 아니다. 다단계 하도급 중간착취 구조를 통해 수많은 비정규 건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값싸게 이용해 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포스코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8시간 노동, 주5일제 실시, 불법 다단계 하도급 철폐이다. 건설업계의 상시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공사장 안 화장실 휴게실도 없는 비인간적 노동환경, 건설현장 안전시설 미비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 위험 등에 대해 노동계는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병폐인 다단계 하도급이 공사비 부풀리기, 안전시공 저해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도 수없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모르쇠였다.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노른자위’라고 불리는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2001년 레미콘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 2002년 여수지역 건설노동자의 장기파업, 2003년 포항, 전남동부 노동자의 고동파업, 2004년 타워크레인 노동자 500여명의 집단 고공 농성, 대구지역 철근 노동자의 파업, 2005년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의 70일 파업과 고공농성, 2006년 덤프 노동자의 파업과 대구 지역 건설노동자의 파업 등. 헤아릴 수 없는 건설 노동자의 외침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만들어 내지 못했다.

언론 역시 파업 때마다 과격성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7월18일에는 ‘노조, 탈법 폭력투쟁으로 얻을 게 없다’(국민일보), ‘노조, 포항에선 불법 시위, 울산에선 배부른 투정’(조선일보), ‘시민들도 항의하는 포스코 점거농성’(한국일보), ‘경찰에 가스 불 뿜고 끊는 물 퍼붓는 노조’(세계일보) 등의 제목을 단 보도들이, 15일치에는 ‘이런 노조, 세계 어디에 또 있는지 대 보라’(동아일보), ‘포항 건설노조의 엉뚱한 행태’(서울신문), ‘억지와 생떼, 자해공갈식 노동운동’(중앙일보) 등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들이 지면을 메웠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해마나 건설업계에서 벼랑 끝까지 가는 파업이 왜 일어나는지 근본 원인을 살필 것을 정부와 국회, 언론에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하고 폭력과 ‘불법 필벌’만을 되뇌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법 필벌’이란 단어를 쓰기 이전에 그동안 건설 노동자들의 과거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탈의실, 휴게실도 없는 작업장에서 하청에 재하청의 사슬고리가 이어지는 전근대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포스코와 이들 노동자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말이야말로 건설업계에 온갖 편법 불법 고용관계가 판을 치게 만든 실질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40~50대 노동자들의 절규를 물리적 진압으로 마무리해서는 결코 안 된다.

2006년 7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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