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세 의원 ‘한국영화 스크린쿼터에 머물지 않는다’ 반박 논평
7월 23일 국정브리핑은 ‘한국영화 스크린쿼터에 머물지 않는다.’를 머리기사로 실었다.1) 기사의 주내용은 한미FTA 선결과제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것이 정당하다는 요지였으며, 정당성의 근거로 2000년 16대 국회 결의문을 들고 있다. 실제 국회 결의문은 어떤지 살펴보자.
<16대 국회 결의문>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1999년 1월7일 <한국영화 의무상영제유지 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국회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미 투자협정과 관련, '한국영화 의무상영제'의 존폐 또는 상영일수 축소론이 다시 거론되는 일련의 상황들을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첫째, 대한민국 국회는 한국영화의 국내시장 점 유율이 40%대를 유지할 때까지 '한국영화의무상영제'는 폐지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코 축소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중략)
셋째,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가 한.미 투자협정 협상 과정에서 '한국영화의무상영제'에 중요한 변화 가능성이 발생할 경우, 그 진행상황을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촉구한다. (하략)
국정브리핑에서 인용한 것처럼 국회 결의문은 첫째로 ‘한국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40%대를 유지할 때까지는 한국영화의무상영제를 폐지/축소할 수 없다’가 명시되어있다. 또한 그것과 함께 세 번째 주문에서는 ‘한국영화의무상영제에 중요한 변화가능성이 발생할 경우, 그 진행상황을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 보고할 것’도 함께 주문하고 있다.
우선 결의문의 첫째는 ‘한국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40%대를 유지할 때까지는 한국영화의무상영제를 폐지/축소할 수 없다’는 결코 40%대를 유지할 때까지 폐지/축소할 수 없다는 것이지 40%를 유지하자마자 축소하자는 내용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국정브리핑의 논리대로 국회 결의문이 스크린쿼터 축소의 단초가 되었다고 하자. 그러나 첫째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 갖다 쓰고 ‘셋째 국회 해당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주문한 내용을 깡그리 무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1월 스크린쿼터 축소가 발표 이전에 보고를 받은 상임위원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은 2월 문화관광부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밝혀진 바이다. 4대 선결과제가 국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안전인수의 논리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 들더니, 이제는 국회까지 희롱할 셈인가?
2. 똥싼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고, 치웠다고 자랑하는 놈까지 따로 있는 형국!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로 총 4,000억의 영화진흥기금을 제시했다. 그 중 2,000억은 국고에서 출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화진흥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영화진흥법 개정이 필요하고 국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문화관광부 예산이 한해 1조가 채 넘지 않는데, 그 중 10분의 1인 1,000억을 영화계에만 지원한다는 것은 문화관광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다. 영화계에 지원되는 액수만큼 타분야의 예산, 특히 이해관계가 적은 문화복지 분야 예산이 줄어들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월 3일 문화부는 문화관광위원회 국회의원과 국회보좌진에게 일괄적으로 메일을 보내 영화진흥기금의 법적근거를 담은 영화진흥법 개정안(이광철 의원 대표발의)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켜 줄 것을 종용했다.
이미 올 상반기 4월에 영화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10월 발효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또다시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논의해 달라는 것이다. 상임위 계류 중인 법안만 154건인 상황에서 논의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법안을 다시 논의해달라고 조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행정부는 국회에 일절 통보도 없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일방적으로 강행했지만, 뒤치다꺼리는 국회가 해달라는 것이다. 옛말에 ‘똥싼 놈 따로 있고 똥 치우는 놈 따로 있다.’ 했는데, 딱 그 짝이다. 게다가 재경부는 상반기 실적보고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갈등해결 우수사례로 발표까지 한다. 똥 치우는 놈만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치우지도 않은 엉뚱한 놈이 치웠다고 자랑까지 하는 황당한 상황이 아닌가.
3. 명백한 4대 선결과제,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라!
지난 2차 협상에서 우리는 한미FTA 미 협상 대표인 웬디 커틀러의 입을 통해 4대 선결과제의 진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커틀러는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mandate(협상지침)’ 위반이라며 남은 협상을 보이콧했다.
한미FTA 라는 매우 위험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명백한 자국의 정책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고, 약제비 적정화를 포기하고, 배기가스 기준을 완화하고,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과연 국익을 위한 것,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스위스는 미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다가, 유전자조작식품의 표시와 농업개방을 양보하지 않아 올해 초에 협상을 결렬시킨 바 있다. 우리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스위스도 자국민의 건강과 농민 보호가 FTA 협상보다 중요한 국익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한미FTA를 찬성하는 국민인든 반대하는 국민이든 양쪽다 이렇게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며,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듣고 싶어하지 않는 자에게는 결코 들리지 않는 법이다.
변명만 일관하는 정부에게 국민이 할 수 있는 말은 그만해라는 말밖에 남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없다. 제발 그만하라!
2006년 7월 24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천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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