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은행산업의 과점화가 경쟁과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영향’

서울--(뉴스와이어)--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산업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소수화·대형화되었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제고되었으나,소수 대형은행 위주로 은행산업이 재편되면서 경쟁약화와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형화된 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에 위기가 초래될 소지가 있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집중도 상승과 그에 따른 은행산업의 경쟁도 변화, 대형은행이 부실화될 경우에 야기될 금융시스템 리스크 확대 문제 등을 실증분석 및 사례분석으로 접근했다.

먼저 국내 은행산업의 집중도 변화를 살펴보면, 국내 은행산업은 2000년까지 ‘경쟁’ 시장의 모습을 유지했으나, 2001년 이후 대형은행 간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다소 집중’된 시장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최근 들어 진행되고 있는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이루어지면, 국내 은행산업은 사실상 독과점 상태를 의미하는 ‘매우 집중’된 시장 형태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산업실증분석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Panzar-Rosse 모형을 통하여 국내 산업의경쟁도를 측정해본 결과, 외환위기를 기준하여 이후에 다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중도 상승 정도에 비해서는 경쟁 강도가 크게 약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형은행 부실화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확대시키는지 가늠하기 위해 해외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은행산업 집중도가 높은 국가에서 대형은행의 부실화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대형화에 따른 집중도 상승과 독과점화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은행합병 규제 기준은 국가별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은 공통적으로 경쟁 제한적 합병이나 독점형성 우려가 있는 합병은 승인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다만, 합병의 경제적 편익이 반경쟁적 영향보다 클 경우에 한하여 심사를 거쳐 합병을승인하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국내 은행산업에서 집중도 심화에 따른 경쟁 약화 등의 폐해는 아직 크지않다. 그러나 향후 대형은행 간 합병이 더욱 진전된다면 이러한 부작용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실정에 적합한 합병 기준을 마련하고, 은행산업의 경쟁 여건 조성, 금융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감독체계 강화 등 독과점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 요 약 》

Ⅰ. 국내 은행산업의 집중도 변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은행 규모가 커지고 은행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상승. 부실은행 퇴출과 은행 간 합병 등을 통해 일반은행 수가 감소.

외환위기 이전 26개에 달하던 일반은행은 2006년 5월 말 현재 시중은행 7개, 지방은행 3개를 합하여 모두 10개가 영업 중. 향후 국내 일반은행 간 추가적인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은행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 외환위기 직후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상승하기는 했으나 2000년까지 산업집중도 지표인 HHI기준으로 ‘경쟁’ 시장의 상태를 유지. HHI는 1998~2000년간 1,000 미만에 머물러, 미 법무부의 합병 기준으로는 경쟁 시장으로 분류. 2001년 들어 우리금융지주회사 설립,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등 2차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집중도가 큰 폭으로 상승.
[참고]HHI(Herfindah1-Hirschman Index)는 특정 시장에서 모든 시장참여자의 시장점유율 제곱을 합한 값으로, 미국의 법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합병인가 당국이 기업 간 합병인가와 심사 과정에서 합병으로 인한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1차적으로 사용하는 지표

자산, 예수금, 대출금 모두 HHI가 1,000을 넘어서면서 ‘다소 집중’된 형태로 전환. 하지만 CR 기준으로 국내 은행산업의 집중도는 여전히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남.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은행산업의 CR1은 30%대 미만, CR3는 50%대 미만에 머물러 있음. 대형은행의 합병이 가속화되면서 은행산업의 독과점화 문제가 제기.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은행 출범,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등으로 국내 은행산업의 HHI가 큰 폭으로 상승. 특히 자산 기준 HHI는 이들 은행의 합병 이후 1,600을 나타내, ‘매우 집중’된 시장에 근접.

향후 국내 은행 간 추가적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은행산업은 사실상 독과점의 상태로 전환. 상위 3대 은행의 시장점유율 합계(CR3)도 50%대를 상회. 특히 HHI 상승폭이 커서 자산, 예수금, 대출금 모두 HHI가 300p 이상 상승. 이는 미 법무부의 은행 합병심사 기준을 적용할 경우, 경쟁 제한적 합병이나 독점을 형성할 우려가 있는 합병에 해당. 은행의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소수 은행으로의 집중도 심화에 따른 부작용도 상존. 은행산업이 소수의 대형은행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이들 중 하나라도 부실화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빠져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우려.

본 연구에서는 대형은행의 합병이 경쟁과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주요국의 은행합병에 관한 규제 기준 및 사례를 분석. 이를 통해 향후 국내 은행산업의 합병 정책 등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

Ⅱ. 은행산업 집중도 상승의 영향

은행산업에서 집중도 상승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 금융 산업의 시장구조 변화 측정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Panzar-Rosse 모형의 H-통계량은 은행산업의 경쟁도를 반영. H-통계량이 0이나 마이너스일 경우에는 독점 혹은 완전 담합형 과점이며, 1이면 완전 경쟁, 0과 1 사이에 위치하면 독점적 경쟁 시장 형태.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도를 외환위기 전후로 측정한 결과, 은행산업의 경쟁도는 외환위기 이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남.

통제변수를 포함한 H-통계량은 외환위기 이전 0.707에서 외환위기 이후 0.663으로 다소 하락. 그러나 은행산업 전반의 집중도 상승 정도에 비하면 경쟁 강도의 약화 정도는 그리 크지 않음.

해외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은행 대형화에 따른 집중도 상승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불안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높았던 나라에서 대형은행의 부실화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발전. 영국이나 스웨덴의 대형은행 부실화로 인한 금융위기 당시 양국 은행산업의 집중도(HHI 기준)는 현재 한국의 수준과 같은 ‘다소 집중’된 상태. 1990년대 초반 금융위기를 겪은 노르웨이는 금융위기 당시 은행산업의 HHI가 3,1635)을 기록해 ‘매우 집중’된 시장 형태를 나타냈음. 3개국 공히 대형은행의 부실화는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확대한 동시에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 스웨덴과 노르웨이 정부는 1993년 GDP의 각각 4.7%와 3.3%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금융위기 해소에 투입

Ⅲ. 주요국 은행산업의 합병승인 기준과 합병불허 사례

주요국 은행 합병승인의 기본원칙은 대체로 다른 산업의 승인 원칙과 동일.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일반 산업에 적용되는 경쟁법에서 적용하는 측정기준은 별도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은행합병 이후 경쟁 제한여부를 판단.

미국은 1995년 ‘Bank Merger Competitive Review’, 캐나다는 1998년 ‘The Merger Enforcement Guidelines as Applied to a Bank Merger’를 마련,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은행법’으로 심사. 경쟁 제한적이거나 독점을 형성할 우려가 있는 합병은 원칙적으로 승인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국 합병 심사 기준의 공통적인 원칙. 은행합병이 승인되지 않은 주요 사례를 보면, 경쟁 제한의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지가 관건. 1996년 미국의 BancSecurity와 MFC와의 합병불허는 경제주체가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 경쟁 제한에 따른 부작용이 컸기 때문. 1998년 캐나다 Royal 은행과 Montreal 은행 간 합병도 시장경쟁을 중시한 정책당국의 판단으로 불허

은행합병 심사에서 시장집중도 기준은 각국별로 차이가 존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CR을 은행합병 심사 시 측정 지표로 활용하는 반면, 미국은 HHI를 통해 합병 이후의 경쟁 제한 영향이나 독과점 여부를 판단. 미국은 HHI를 통한 합병 규제에서 은행산업에 다른 산업과는 상이한 기준을 적용. 非은행산업은 합병 이후 HHI의 상승폭이 50p를 넘을 경우에 경쟁 제한적 합병으로 규정되는 반면, 은행산업은 200p 이상일 경우에 적용. 이는 은행 시장에서 비은행 금융기관과의 경쟁 효과 등을 고려하여 합병 심사 기준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

각국별로 금융시장 여건을 판단하여 은행합병 정책이 시행. 대형은행의 집중도가 높은 호주는 4대 대형은행 간 합병을 불허하는 소위 ‘Four Pillars Policy’를 채택.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비교적 낮은 미국은 은행 간 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경쟁 제한의 이유로 합병을 규제하는 사례는 드문 편. 2004년 기준 상위 3대 은행의 집중도(CR3)는 미국이 37.4%인 반면, 호주는 64.3%로 미국의 1.7배 수준. 은행 간 합병 이후 경제적 후생과 효율성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에는 경쟁 제한적 합병이라도 예외적으로 승인하는 조항이 있음. 미국이나 독일, 한국의 경우에도 공공이익 증진 등 경제적 편익이 반경쟁적 영향보다 클 경우에는 합병을 승인

Ⅳ. 시사점

국내 은행산업은 집중도 심화로 독과점 상태에 근접해가는 모습. 신한과 조흥, 국민과 외환은행 합병 이후 HHI는 ‘다소 집중’된 시장의 형태. 단, CR 지표에서 국내 은행산업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아직까지는 독과점 형태로 결론짓기 어려움. 은행산업의 집중도 심화와 함께 경쟁 강도가 약화. 다만, 집중도 상승폭만큼 경쟁도의 하락 정도가 크지 않은 편. 향후 은행의 추가적 합병으로 은행산업이 독과점 형태로 전환될 경우에 이로 인한 경제적 폐해가 우려. 따라서 은행산업의 독과점에 대응한 은행 합병승인 기준 마련과 제도적 보완 등이 필요

국내 은행의 대형화와 은행산업의 집중도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 은행산업의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 확보, 국내 진출 해외은행에 대해 경쟁력 있는 리딩뱅크의 출현, 첨단 금융기법 도입역량 확충 등의 장점을 보유. 대형은행 간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시장 내 경쟁 여건 촉진을 유도. 은행과 제2금융권 간 차별화된 업무 규제를 완화하여 제2금융권의 업무영역 확대를 도모. 대형은행의 부실화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감독 체계를 강화. 은행의 재무 상태와 리스크 수준에 대한 건전성을 측정하는 모니터링 기능의 향상을 우선적으로 추구

은행산업 특성에 적합한 합병 기준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 현재 국내 은행산업에서는 CR 지표를 통해 합병승인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나 모든 시장참여자를 반영하는 HHI를 병행·활용할 것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 HHI는 모든 시장참여자를 반영하는 동시에 시장집중도 측정 시 대형은행의 가중치가 높아, 대형화 추세에 있는 국내 은행산업 상황에 적합. 은행합병 주무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간 유기적 연계체계를 마련하여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 정책과 경쟁 정책의 조화를 모색. 예외적인 합병승인 시 합리적인 지표의 측정과 기준에 따라 반경쟁적 영향과 공공이익 간 차이를 비교 검토. 향후 일반 산업과는 별도로 은행산업에 대한 합병 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 은행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합병 심사 기준은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간과할 우려가 상존....삼성경제연구소 최호상 ·박현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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