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성명, 수능시험 부정사건에 대해

서울--(뉴스와이어)--입시위주 교육, 대입제도 개혁의 계기 삼아야

올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저질러진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대입 수능시험에서 이 같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우리 전교조는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일부 교사들이 부정행위로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도 해당 학생의 장래와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양심고백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전교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부당한 방법에 의존하여 점수를 올리려는 학생들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 분명한 이상, 교육자로서 이를 묵인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이다. 비록 이번 부정사건에는 첨단 정보통신 기법이 동원되어 기존의 감독방식으로는 이를 제대로 적발해 내기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독교사의 모든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수능시험 부정사건은 예전부터 있어 왔던 부정사례가 더욱 고도화되고 조직화된 것일 뿐, 전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점수를 매겨 성적순으로 한 줄로 세우는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는, 모든 학생들은 ‘부정행위의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도덕적 불감증’에 빠질 위험성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범죄행위도 마다 않는 요즘 세태에서, 미성년 학생들에게만 도덕적 순결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무리이다. 교사들 역시 잘못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점수 올리기’를 위해 내신을 부풀리고, 얄팍한 입시요령 같은 것을 가르치는 일에 떠밀리기 십상이다. 결국 ‘한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현행 입시제도가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도덕적 타락’을 권유하고, 일부 학생과 교사들이 일시적으로 판단을 그르쳐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도덕 불감증’이라는 일종의 ‘집단최면’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능시험 관리체제를 쇄신하여 부정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이미 드러난 부정사례 의혹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신속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것만이 실추될 대로 실추된 교육당국과 교사의 신뢰를 그나마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시부정에 원인을 제공하는 ‘한 줄 세우기’ 점수경쟁을 혁파하는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폭설에 마당 쓰는 격’으로, 계속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입시부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5지선다 선택형 시험은 이미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해 있다. 감독교사 수를 배로 늘린다 하더라도 입시부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감독교사가 사법권을 가진 경찰관도 아닌 이상 명백한 물증도 없이 의심이 가는 학생을 범죄자 취급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부정사고 발생에 따른 문책을 우려해서 ‘적발’보다는 ‘사전예방’ 만을 강조하는 일선 교육청의 안이한 대처방식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이다.

교육부는 최근 ‘2008 대입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수능시험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처럼 조직적인 대규모 입시부정 사건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마당에, 교육부가 수능시험의 변별력에 대해 더 이상 미련을 둘 까닭은 없다. 차제에 현행 수능시험을 대학 입학능력을 판정하는 ‘대입 자격고사’로 전환시켜, ‘한 줄 세우기’ 점수경쟁을 원천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대학에서는 이미 수능시험 성적이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와 상관관계가 거의 없거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연구결과들을 내 놓고 있다. 더욱이 서민 가정의 생계를 위협하는 사교육비가 주로 수능시험과 대학별 심층면접, 논술고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능제도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번 부정사건으로 인하여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수사와 그에 따른 응분의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행 대입제도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고, 감독교사와 감독관청에도 문제가 있는 이상,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에게 물어야 할 책임과 동등한 책임을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교사들 역시 마다할 수 없다. 그러나 청소년기 한 때의 판단 잘못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을 찍히게 될 학생들을 생각할 때, 교사라면 누구나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차마 견디기 어렵다. 모쪼록 우리 사회가 그 학생들에게도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2004년 11월 25일
전 국 교 직 원 노 동 조 합

웹사이트: http://www.eduhope.net

연락처

대변인 송원재 / 02-2670-9437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