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성명-EBS 사장선임의 진행과정에 경악한다
우리는 방송위원회와 KBS이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퇴행적 선임 과정을 목도하면서, EBS 이사 및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보이콧을 한 바 있다. 더 이상 ‘시민의 참여’, ‘공개적 선발’의 알리바이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다 정해져 있다는데, ‘위’에서 다 짜놓았다고들 하는데 굳이 왜 참여해 봉변을 볼 것인가? 우리는 들러리를 거부한다. 그것은 시민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아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송위원회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냉정한 시전으로 지켜보아 왔다. 과연 구조적 실패를 극복하고, 그 이전의 실패를 반성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관찰해 왔다. 그런데 9월 3일자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심층면접”을 통해 남은 최종 후보군이 전 교육인적자원부 정책홍보관리실장과 전 KBS 인터넷 사장이라고 한다. 방송위원회는 4일, 5일 전체회의에서 “투표 형식”을 빌어 새 사장과 이사들을 선정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잘 안다. “투표 형식을 빌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심층 면접”이라는 게 실제로는 어떠한 절차에 불과한지 잘 알고 있다. 형식은 결코 아무 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내용이다. 대체 판단의 기준, 결정의 잣대는 무엇인가? 왜 이 두 사람인가? 이사들의 자격은 누가 어떻게 판단했는가? EBS는 단순한 학교교육 채널이 아니다. 평생교육, 직업교육의 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문화교육, 사회교육, 시민교육, 민주교육의 매우 중요한 채널로서, 사실상 시청률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한국사회 최후의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교육 기관인 EBS가 과연 신자유주의 경쟁과 탈규제, 집중과 통합의 시대에 어떻게 사회와 시민, 문화와 민주를 위해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할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사안이다. EBS 사장과 이사에 대한 자격 판단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적 이익, 시민의 시각, 공교육의 관점에서 내려져야 할 것이다. 과연 현재의 진행 과정은 얼마나 이러한 사회적 요구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우리는 “EBS가 교육부 산하국책방송도 아닌데 퇴직 교육 관료가 최종 사장 후보군으로 추천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EBS 내부 구성원들의 의문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EBS가 교육으로부터는 자유로워서는 안 되지만, 교육부로부터는 반드시 자유로워야 한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아울러 KBS 출신 인사의 논의가 “향후 KBS와 EBS의 M&A를 위해 반드시 KBS 출신 이사가 필요하다”고 한 방송위 강동순 상임위원의 의사진행 발언과 이어지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BS와 EBS의 미래는 자질미달, 도덕성 미달의 방송위원회와 그 위원들에게 달려있지 않다. 시민의 것으로서 시민이 판단할 것이다. 우리는 EBS 사장 및 이사, 감사 선임 과정 및 그 결과를 진보적 미디어단체들과 더불어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 선택이 우리의 진화한 의식을 담아내지 못할 때, 우리는 이를 전면 거부할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후회할 판단을 관두라.
9월 4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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