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흔들림에 관한 영화 ‘유레루’
수필가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보면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것은 세번째 만남 이전의 첫사랑 아사코가 내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첫 미팅 때 만난 그녀는 사실 그렇게 예쁘진 않았지만 5월의 푸르른 축제, 첫 키스의 기억 속의 그녀는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고 기억되어 있다.
우리가 경험한 것이 어떤 형태로 간직되었다가 후에 재구성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기억’이라고 한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조작된 채 머리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남자가 있다. 절실하게 원했던 것이 아닌, 단지 형과 함께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질투를 느꼈을지 모른다. ‘흔들리는 다리 위의 사건’ 이후 형이 마음에 둔 여자를 품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늘 동생에게 양보만 하는 착하기 그지없는 형, 그는 언제부터 형이 부담스러워졌던 것일까? 형에 대한 죄책감이 순간의 기억을 조작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때의 기억이 내 마음을 뒤흔든다’라는 카피처럼 조작되었을 지도 모르는 그의 기억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영화 속 ‘당신의 그 기억은 정확합니까?’라는 대사처럼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두 형제의 위태로운 ‘기억의 흔들림’에 관한 영화 <유레루>는 개봉 5주째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인기속에 상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