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다섯 명의 ‘그녀’들을 만나보자
남편이 도망간 이후 야매 미용실을 운영하는 쏠레, 쓰레기 같은 남편을 부양하는 실질적인 가장 라이문다, 아버지에게 강간당할 뻔 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파울라, 그리고 이런 딸들과 손녀가 보고 싶어 유령이 되어 돌아 온 엄마 이렌느…. 여성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있어 누구보다도 탁월한 알모도바르 감독은 신작 <귀향>을 만나 그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벼랑 끝에 매달린, 그러나 한결같이 씩씩한 여성 캐릭터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작은 기적은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귀중한 선물을 건네주고 있다.
실제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귀향>의 대본을 쓸 당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왔던 누이와 어머니에게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라 만차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기억하는 라 만차의 공기, 그 지역 여인들의 연대감, 그리고 헌신적인 어머니에 대한 정서는 <귀향>의 캐릭터들을 통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감독님은 라 만차에서 자라셨습니다. 감독님 주위에는 여인들이 많았고 특히 어머니는 감독님께 큰 영향을 주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헌신 하셨고 예술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죠. 그녀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며, 감독님의 모든 영화 속에 존재합니다” -페넬로페 크루즈(라이문다 역)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렇듯 긍정적이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에서 파생되는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를 통해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을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현실은 결국 그들 스스로 보듬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해소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귀향>속 여인들의 캐릭터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내 누이의, 내 어머니의, 내 이모의 모습과 가깝다.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모성애’라는 보편적인 정서는 알모도바르 감독 특유의 탁월한 관찰력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그려낸 다섯 여인들의 얽히고 설킨 비밀스러운 사연, 그 즐겁고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이제 곧 우리 곁을 찾아온다.
미리 보는 <귀향>속 ‘다섯 명의 그녀들’
라이문다 _ 거칠고 억척스런 겉모습, 하지만 마음속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여인’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억척 엄마 라이문다. 요리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소리도 잘 지른다. 아직 한참이나 뒷바라지 해야 하는 사춘기 딸 파울라와 게으르고 무책임한 ‘인간쓰레기’같은 남편을 부양한다. 버럭버럭 화도 잘 내고 억새 보이지만, 딸 파울라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강인한 모성애를 가진 여자. 마음 한 켠엔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동시에 묻고 산다.
이렌느 _ 귀엽고 사랑스런 ‘우리 모두의 엄마’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온 엄마. 사랑스럽고 다정한 그녀와 대화 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유령이기 때문에 가졌던 두려움 따윈 잊게 된다. 딸들의 밑반찬을 몰래 챙겨주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는 그녀의 행동은 항상 옆에 있어왔던 것처럼 너무나 익숙해서 더 아련하게 느껴진다. 라이문다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가슴 아프게 살아왔던 엄마. 이제 라이문다에게 용서를 빌고 그 동안 말 할 수 없었던 비밀을 털어 놓으려 하는데….
쏠레 _ 수다스럽고 엉뚱하며 ‘정 많~은 그녀’
라이문다의 동생. 동네 ‘야매 미용실’을 운영하며 혼자 살고 있다. 비록 야매 미용실이지만 일에 있어선 프로페셔널. 미용보조로 일하게 된 엄마에게 타올 쓰는 법부터 샤워기 두는 위치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인다. 걸핏하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억척스런 라이문다와는 달리 감수성이 풍부하고 동정심이 강하다. 그녀는 엄마가 돌아와 요즘 너무나 행복하다. 단지 라이문다가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할까 조바심이 날 뿐….
아구스티나 _ 라 만차의 ‘비밀을 간직한 그녀’
라이문다와 쏠레가 자라난 동네 라 만차에서 평생을 사는 ‘진정한 라 만차인’.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 라이문다의 고모 파울라를 가족처럼 돌보았다. 오래 전 동네에 큰 불이 나던 날, 어머니를 잃었으며, 그 불로 인해 라이문다 부모님 역시 돌아가셨다. 동네에 떠도는 라이문다의 엄마유령에 관한 소문을 쏠레에게 맨 먼저 전했다. 그녀는 죽기 전에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간절히 듣고 싶어한다.
파울라 _ 저도 이제 어른이거든요?! 누구보다 ‘속 깊은 딸내미’
라이문다의 어린 딸 파울라. 늘 전화기를 끼고 살아 엄마한테 꾸중을 듣는다. 멋모르고 철없어 보이지만 눈치 빠르고 속도 깊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할뻔한 위기의 순간에서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일을 저지른 그녀지만 파울라 역시 라이문다처럼 씩씩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와 이모를 사랑하고 사랑 받으면서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연락처
스폰지 이지혜, 김하나 540-5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