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전효숙 후보자님께

“끝까지 자리에 연연하는 추한 모습으로 명예도 잃고 …… 지금즉시 용단을 내려 자진사퇴하라”. 방금 당대변인의 ‘전효숙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성명서를 들었습니다. 모처럼 짬이 나서 문득 전효숙 후보자에게 저의 심정을 편지로나마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드신 분 중 한 분이 전효숙후보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매일같이 전후보자의 이름을 거명해야 하는 여야 정치인도 힘들고 괴로운데, 당사자인 全후보자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번 사태가 있기전까지 全후보자가 판사로서, 여성으로서 훌륭한 길을 걷고 있는 헌법재판관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全후보자를 한 번도 만난적이 없었지만 이번 헌재소장 임명건으로 인해 ‘멀지만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상식수준에서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로 헌재소장은 자질과 능력이 있는 분이 맡아야 합니다. 둘째는 높은 도덕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소신과 실천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세가지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사항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기관이 권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휘둘린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이 점에서 全후보자께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로부터 부적절하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헌재소장으로서 적합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몇가지를 더 지적해 보겠습니다. 첫째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국민들은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全후보자꼐서는 너무 쉽게 벗어던진 것 같습니다. 이유가 석연치 않습니다만 6년 임기의 헌재소장이 되기 위해 재판관직을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헌법재판관 임기가 3년 남았으니 법대로 이 기간 동안만 헌재소장을 하면 될 것을 굳이 3년 더 해야 하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全후보자가 재판관직을 쉽게 던짐으로써 명예와 긍지로 사는 선배·동료 재판관들에게 미안한 심정을 느끼지 않았는 지도 궁금합니다.

또 대법원장 추천으로 재판관이 되었다가 임기도 마치기 전에 이제는 대통령 지명으로 말을 바꿔타는 것이 임기를 보장한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全후보자 스스로 소신과 일관성을 흔들고 말았다는 데 동의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은 全후보자를 청와대 비서관 전화 한통으로 소중한 헌법재판관 직을 던져버린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全후보자는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의 헌법과 법률위반을 지적하고 시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재판관으로서 도저히 감행할 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全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재판관 신분으로 국회에 임명동의 요청을 했으나, 돌연 그 직을 사퇴함으로써 민간인 신분이 되었습니다. 결국 국회청문회의 법적 효력조차 상실케 한 것은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全후보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 파동이 보름이 지나도록 한마디 언급조차 없는 全후보자의 태도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리에 연연하는 매우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지난 3년간 헌법재판관으로서 쌓아 온 명예를 지키고, 헌법재판소의 미래를 위해서, 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원칙을 지켜나가는 후배법관들을 위해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의 부담도 더는 길입니다. 나갈 때 나가고 물러설 때 물러서는 것이 선비들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全후보자에게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방금 청와대가 이미 재판관직을 사퇴한 全후보자를 다시 재판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절차를 또 밟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겉치레만 새롭게 한다고 속까지 새로워 질 리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많은 상처를 입은 全후보자가 헌재소장을 맡게 된다면 헌재의 결정에 국민적 신뢰와 믿음이 뒤따를 수 있을 지 걱정만 남을 뿐입니다.

全후보자의 용단을 기대합니다.

2006. 9. 20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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