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성명-언론노동자 여러분, 2차 파업의 깃발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서울--(뉴스와이어)--다시 머리띠를 묶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송사 수장 선임을 둘러싼 진통을 겪고 있는 사이,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10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에 해당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물결이 바야흐로 방파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오는 10월23~27일 제주도에서 4차 본 협상이 열리건만, 여전히 정부는 거짓말과 정보 통제로 일관하며 체결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오늘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북-미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습니다. 이는 정부가 한-미 FTA 체결을 위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지난 7월13일 한-미 FTA 저지를 위한 1차 총파업 이후, 우리는 흩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에서 방송사 수장 선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정권 재탈환을 위한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내며, 삼성그룹의 앞잡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을 방송위원에 앉혔습니다. 공영방송의 감사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부적격 인사까지 방송위원으로 밀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 역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초전 차원에서 방송사 수장 선임에 임했습니다. 방송을 놓치지 않겠다는 오기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왔습니다.

혼란을 틈타 독재정권 아래에서 ‘땡전뉴스’를 앞장서 지휘하던 김인규 현 한국방송 이사가 사장 후보로까지 나서는 촌극마저 벌어졌습니다. 공영방송에서 ‘시대정신’을 사실상 배제하라는 게 그가 가진 공영방송 철학입니다. 그런 그가 한국방송 사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판단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언론노동자의 내부입니다. 설사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공영방송 체제를 흔들고 깨고자 하는 세력에 정권이 넘어간다고 해도 공영방송 체제를 지킬 수 있는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저들이 공영방송 체제를 깨고자 할 때 정면 승부를 걸 수 있는 단결과 연대가 있다면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야 합니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강력한 2차 총파업을 할 수 있느냐는 언론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입니다. 7월 1차 총파업 때까지, 그리고 그 뒤 전개된 협상 과정은 우리의 예측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예상대로, 미국은 케이블과 위성방송, 그리고 통신에 대한 외국인 소유제한 완화와 국내 제작프로그램 방송 쿼터의 축소, 인터넷을 이용한 주문형 동영상(VOD)에 대한 개방 요구를 했습니다. 아울러, 절반으로 토막 난 스크린쿼터를 앞으로 더 늘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절반으로 토막난 현 수준에서 더 줄이면 줄였지 늘려서는 안 된다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시청각·미디어 분야에서 앞으로도 계속 개방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항들에 대해, 미국은 향후 개방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신축성을 발휘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미국이 ‘디지털 프로덕트’(디지털 생산물)를 서비스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범주로 설정해 강력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의 개방 요구는 바로 이것을 일컫는 것입니다. 미국은 호주와 체결한 FTA에서 디지털 생산물을 “전송매체(carrier medium)에 고정되거나 전자적으로 전송되는지에 관계없이 디지털로 인코드된 형태의 컴퓨터 프로그램, 텍스트, 비디오, 이미지, 음향 기록, 기타 생산물”(the digitally encoded form of computer programs, text, video, images, sound recordings, and other products, regardless of whether they are fixed on a carrier medium or transmitted electronically)로 정의했습니다.

미국은 디지털 생산물의 이런 정의가 ‘전자적 전송을 통한 디지털 생산물의 무역이 서비스 무역으로 범주화되거나 상품 무역으로 범주화되는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호주와의 협정문에 포함시켰습니다. IP-TV나 DMB 등은 정확하게 바로 이런 디지털 생산물의 정의에 해당합니다. 이에 대한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의 공격 대상은 방송만이 아닙니다. 미국이 3차 협상에서 한국에서 신문 등 인쇄매체를 제작하고 판매까지 하는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현재는 신문법상 외국지사는 국내에서 신문 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정기간행물의 발행인이나 편집인은 외국인이 할 수 없도록 하고 일간신문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 상한선을 30%로 설정하고 있는 신문법의 내용도 바꾸라고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KOBACO)가 지상파 방송의 광고판매대행을 전담하고 있는 체제를 해체하고자 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정부 지정 독점 및 공기업의 경우 상업적인 민간기업과 경쟁관계에 있어서는 안 되며, 외국인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에서는 ‘정부가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어야’ 공기업에 해당되는데, 코바코는 ‘무자본’ 특수법인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코바코는 스스로를 ‘민간 독점기업’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방송 환경을 위한 공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코바코가 한-미 FTA로 인해 스스로를 ‘민간 독점기업’이라고 부르는 웃지못할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민간은행’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코바코 해체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미 국내 정치권에서 코바코 체제를 해체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조속히 이를 시행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협상 카드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효과가 코바코를 해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바코 체제의 해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회복할 수 없는 정도의 광고수입 격감으로 이어진다는 말만으로 충분합니다.

정부의 모습을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여전히 정부는 거짓말과 정보 통제를 통해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한-미 FTA를 준비해 왔다고 떠벌려 놓고서, 3차 본 협상이 끝난 뒤에야 금융 분야에서 유보돼야 할 국내 법령과 제도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제대로 된 연구보고서 한 편 없으면서 한-미 FTA 협상을 벌이는 만용을 부리는 정부가 지구상 어디에 또 있을지 기가 찰 노릇입니다.

3차 본 협상 직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연장하고 레바논에도 한국군을 보내기로 했다고 약속까지 한 모양입니다. 청와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미국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차관보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것이 반기문 외무부장관을 유엔 사무총장에 앉히는 것과만 관련이 있고 한-미 FTA와 연관이 없다고 본다면, 너무나 순진한 생각입니다. 한-미 FTA는 이라크 주둔의 연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헌법을 위반한 파병이 한-미 FTA 체결을 이유로 연장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반덤핑 조처 및 무역보복 행위 남발을 축소하는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의약품 지적재산권 강화, 약값 결정 과정에서 미국계 제약회사 참여 등 미국의 의약품 관련 요구를 수용하려는 ‘더러운’ 주고받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희박한 무역구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언론노조 6월2일치 성명 참조) 미국의 의약품 관련 요구를 대폭 수용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월리엄 로즈 시티그룹 부회장은 지난 9월16일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 회의에서 “개성공단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제외하면 한-미 FTA에 큰 걸림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치권의 동향을 전달했습니다.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라고 은근히 부추기고 나선 것입니다.

모두 우리 언론노동자가 넋을 놓고 있는 사이에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이렇게 흘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펼쳐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 FTA 저지를 위한 2차 총파업의 깃발을 다시 들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열리는 4차 본 협상을 한-미 FTA의 무덤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는 10월11일 중앙집행위원회, 12일 산별학교, 18일 중앙위원회에서 다시 머리띠를 힘차게 묶읍시다.

2006년 10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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