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남해에 있다? 전국 고등학생 1/3이 응답, 세계화 시대에 지리 문맹 심각
1950년대 이후 미국 공교육에서 지리교육을 등한시한 결과 지리적 문맹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리교육을 강조하였으나, 한번 낮아진 지리적 문맹 수준은 .생각만큼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 위의 조사가 그것을 반증한다.
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지리를 독립된 필수교과로 가르치는 대다수 유럽의 국가들은 지리적 문맹과 관련이 멀다. 오히려, 2004년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강타했을 때 이를 미리 예견하고 100여명의 목숨을 구한 11살짜리 영국 소녀는 지리수업을 통해 이를 배웠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의 일본과 중국도 역사와 동일하게 지리를 강조하여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고, 특히 일본은 고급 공무원 임용을 위한 국가고시에서도 지리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지리적 문맹은 어떤가? 한마디로 심각하다. 전국지리교사모임이 2005년 전국의 고등학생 2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3이 ‘독도가 남해에 있다’고 대답하였으며, 2/3가 여섯 대륙을 나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압록강 너머에 러시아가 있다’고 알고 있는 학생도 2/3나 됐다. 일본의 독도 사태, 중국의 동북 공정 등 영토와 관련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처럼 청소년들의 지리적 문맹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현장의 지리 교사들은 이러한 지리적 문맹의 원인을 지리 교육을 중요시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풍토 뿐 아니라 ‘통합사회’에서 찾고 있다. 현재 전국의 중·고등학생 상당수가 지리 내용을 비전공 교사에게 배우고 있다. 통합사회에서는 역사·지리·일반사회 전공교사가 비전공 분야를 가르치도록 교과서 내용을 학년별로 뒤섞어 놓았다.
현 중학교 교육과정 상 지리·일반사회·역사의 내용 비중은 역사 > 지리 > 일반사회 순서이나, 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수는 일반사회가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지리와 역사 교사가 나머지를 이루고 있는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중학교 통합사회의 교과서명이 ‘사회’로 제시되면서 일선 학교 교육과정 담당자들은 ‘사회=일반사회’로 인식해 역사·지리의 부족한 자리를 일반사회 교사로 채운다. 그만큼 일반사회 전공 교사들이 지리와 역사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가 고등학교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비전공 교사로 말미암은 부실 교육은 학생들의 흥미 감소, 학습부담 증가, 사교육 강화로 이어져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동안 현장 교사들과 전문 연구단체는 숱하게 통합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으며, 전국 지리·역사·일반사회 교사모임에서도 분리·독립을 요구하였으나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공교육의 질을 악화시키는 관계 당국의 안일한 태도에 전국의 지리 교사들은 크게 분노하여 ‘지리독립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건설하고, 현장 교사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서명자가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레바논 분쟁 문제, 아프리카 난민 문제, 사막화의 확산, 열대림의 파괴와 지구 온난화 문제, 물 분쟁, 자연 재해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구촌 문제를 가르치고 배우며 평화와 연대, 환경 의식을 심는 교과다. 즉, 지리는 세계화 시대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삶과 그 영향 관계를 가르치는 내용교과로 외국어 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통합사회’체제를 해체하여 각 전공교사들이 전공과목을 가르치게 한다면, 지리 뿐 아니라 역사 교육 파행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사회를 해체하여 전공자가 전공과목을 가르치게 하는 것은 공교육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최소한의 기초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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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1일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