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법칙만 존재하는 컴퓨터관련서비스(SI) 업계
SW산업은 그 자체로도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국가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한국 소프트웨어 개발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산업별 부가가치에 있어 SW 62.7%, 서비스업 50.1%, 제조업 27.4% 로 나타나고 있다. SW산업은 패키지SW, 컴퓨터관련서비스(SI), 디지털콘텐츠, DB제작으로 구분되며, 03년말 18.3조원의 SW시장 중 63%인 11.5조원이 SI시장이다.
ㅇ 국내 SI산업은 03년말 11.5조원 규모로 연평균 17.6% 성장하여 2007년에는 2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 SI 업계의 불공정 거래 현황
날로 성장하는 SI 규모와 달리 업계에서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만연하고 있다. 05년 8월부터 9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는 9개 대형 SI(시스템통합) 업체들에게 불공정하도급거래 사례를 무려 수천건 이상 접수 받고, 사안별로 시정명령 및 경고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일제 조사 후 SI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각종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키로 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제출한 SI 업체별 규정 위반 내역을 살펴보면,
삼성SDS가 사전서면 미교부 1,351건, 제조위탁임의취소 1건, 하도급대금부당 4,818만원, 선급금지연 이자미지급 103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사전서면 미교부와 제조위탁임의취소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하도급대금부당감액과 선급금지연 이자미지급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했다.
LG CNS는 3,997건의 사전서면 미교부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3억3,429만원에 대한 하도급대금 등 미지급에 대해서는 경고를 받았다. SK C&C는 770건에 대한 사전서면 미교부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하도급대금부당감액 1억 1,719만원과 하도급대금 등 미지급 1억6,023만원에 대해서는 경고를 받았다.
이밖에 오토에버 시스템즈, 포스데이타, 한전KDN, 현대정보기술, 대우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등도 사전서면미교부, 하도급대금부당감액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의 SI 단속 결과를 볼 때, 과거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치는 인정할만 하지만 향후 SI 불공정 거래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 계약서 미발행 관행에 따른 대금지급 불이행 만연
공정위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SI 불공정 거래 법 위반내역을 보면 하도급 대금 미지급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고라는 강한 조치를 취하였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의 대부분은 대형SI업체들이 하도급업체에 제안서 작성을 의뢰해 놓고도 사업수주에 실패할 경우 하도급업체에 제안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의 근본적 이유는 대형 업체와 중소업체간 제안서 작성을 두고 공식계약서를 만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중소업체가 제안서를 만들어도 대형 원청업체의 프로젝트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면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대형SI업체가 하도급업체의 제안서에 대해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도록 공정위원회에 거래 내역을 통보하는 규정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사업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하청업체에 대하여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감독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 제안서 보상제, 예산확보 어려움으로 공염불
SI업계는 제안서보상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SI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대형 SI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소 하도급 SI 업체에게 하청을 주어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이 관행적이다.
중소 SI업체가 제안서를 완료시켜도 원청 SI 업체가 사업을 수주하지 못할 경우 많은 비용과 인력을 들인 제안서는 활용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작성 비용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 제안서에 대한 보상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제안서 작성 자체가 부실해지게 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업제안서 작성에 따른 비용을 원청업체의 부도나 지급능력 상실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06년 6월, 한국소프트웨어 산업협회는 정보통신부에 공식적으로 제안서 보상제 도입을 건의한 바 있다. 공정위-정통부간의 업무 공조를 통해 제안서 보상제와 관련한 예산을 공동으로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 공조는 매우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제안서 보상제에 대해 재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 건의가 공식적으로 통보되지 않아 아직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공식건의 이후 협의를 해 봐야하겠지만 예산확보가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통부 역시 "원칙적으로 제안서보상제의 취지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SI업체들의 제안서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저작권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공정위 역시 "단기적으로 제안서 보상제가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 정부와 업계가 조율해 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제안서보상제를 공식 건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제안서 보상은 예산 확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며, 업계 또한 제안서에 대한 창의성을 개발하고 부당한 컨텐츠 도용을 금하는 등의 자정노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 부당 감액과 늑장 지급 행태에 중소 SI업체들은 떨고 있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소 SI 업체엔 무엇보다 프로젝트 수행 대가가 적기에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대형 SI업체들은 계약하고도 특별한 사유 없이 금액을 삭감하거나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용을 깎는 등 중소 SI 업체의 존립을 흔드는 업계의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1) 삼성SDS는 04년 9월, 이글루 시큐리티에 정통부의 ‘통합보안관제서버 구축사업’을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최종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4800만여원을 감액했다.
(2)SK C&C도 엠디솔루션즈에게‘부산동의의료원 및 동국대 경주병원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유지보수사업’을 위탁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1억2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부당하게 감액했다.
(3) 대우정보시스템도 동일하이테크에 대우자동차 저장장치 유지보수를 위탁했으나, 발주자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하도급 대금 560만원을 줄였다.
(4) LG CNS는 18개 업체 41개 프로젝트에 대해 대금 및 지연이자를 포함, 3억원이 넘는 돈을 미지급했다. SI업체 중 가장 많은 액수이다. SK C&C는 1억3,800만원, 현대정보기술과 대우정보시스템이 각각 5,500만여원, 4,400만여원을 5월 기준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 영업보다 그룹 내부부당거래에 활용되는 대기업 SI
최태원 SK(주) 회장이 SKC&C와의 주식 고가매매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대기업 SI계열사가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 사주일가 지원, 그룹관련 지급보증 등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다. 최태원 회장 구속에서도 나타나듯 대기업 SI는 재벌 총수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첨병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SI회사를 전면에 내세워 주식가격을 임의로 정하고 계열사끼리 사고팔게 하면서 이득을 챙기는 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창구라는 의혹이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소홀하다.
SK 계열사들은 최태원 회장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C&C에 대해 시스템통합·운영(SM) 용역을 수주하도록 돕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97년 SKC&C로부터 통신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하다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SKC&C는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하여 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권을 확보했다.
지난 99년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230여만주를 이재용씨에게 주당 7,150원이라는 싼값에 넘긴 것도 부당 내부거래 사례로 꼽힌다. 당시 SDS 주식은 장외에서 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SDS는 이재용씨가 추진했던 인터넷비즈니스‘가치네트’사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자 SDS가 지분을 인수하는 등 뒤처리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재벌들은 SI계열사들을 오너의 지배구조 강화수단의 역할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대형 SI 업체가 부당 내부거래로 인한 손실을 하청업체에 떠넘긴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내 중소 SI 업체들은 저가 입찰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 SI업체의 시장 지배도가 높아서 부당 거래로 인한 대형 SI 업체의 손실이 수 많은 중소 SI 업체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SI업체들의 그룹계열사 의존도는 평균 50% 수준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SDS, SK C&C, 포스데이타 등의 그룹의존도는 평균치를 상회해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ㆍ삼성SDS의 경우 그룹계열사 의존도는 2001년 63%에서 2002년 62%, 2003년 67%, 2004년 66%로 증가 추세이며 금액으로도 2001년 8376억원에서 2004년 1조1685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ㆍSK C&C의 그룹의존도는 2001년과 2002년 74%이던 것이 2003년 78%로 늘었다가 2004년 69%로 감소하긴 했지만 지난해 SI업계 평균과 비교해선 여전히 높았다.
ㆍ포스데이타는 2001년 56%에서 2002년 54%로 감소했으나 2003년 59%로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해엔 67%로 크게 높아졌다.
ㆍ한전KDN이 2001년 56%에서 2002년 73%, 2003년 82%, 2004년 93%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ㆍLG CNS는 2001년과 2002년 44%에서 2003년과 2004년 각각 50%로 증가했고, 금액면에서 2001년 4093억원에서 2004년 713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내부거래가 많아지게 되면 결국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SI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중소 SI의 아웃소싱이 활성화 되도록 대형 SI 업체의 내부거래를 개선시켜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상시 적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의 보복을 우려해 중소 납품업체들이 실태 조사에 비협조적이거나, 원청ㆍ하청업체 간에 납품단가 계약서가 있는 경우에는 그 어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정거래위원회의 치밀한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 중소 IT 기업의 미래가 곧 한국 IT 산업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 SI 업계의 불공정 거래 해결 방안
SI 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에 대하여 공청회 및 부처간 정책조정 회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 지속적인 단속과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상시 감독 체제를 구축하여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토대인 중소 SI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독을 해야 한다.
(2) 중소 SI업체의 제안서 작성에 따른 투입비용이 보상될 수 있도록 SI업체가 제안서작성을 중소업체에 위탁할 경우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3) 정보통신부와 협의를 실시하여 계약에 의한 완전한 대금지급, 결제시 현금결제비율 유지 등 의무사항을‘소프트웨어사업 표준하도급 계약서’개정안에 추가해야 할 것이다.
(4) 최저가 낙찰을 유도하는 저가 낙찰제를 개선하여야 한다. 업계에 관행처럼 되어온 원가 이하의 계약으로 중소 SI업계가 연쇄 도산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웹사이트: http://www.gocorea.or.kr
연락처
고진화의원실 02-784-6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