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2007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방송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하였다. 시청자를 상대로 한 온갖 화려한 수사가 판을 친다. 웃기는 일이다. 미래의 약속은 과거의 책임에서 비롯된다. 지난 수행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 없이 미래의 공공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2006년 연말 지상파 TV-3사가 보여준 행태를 심각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가기간방송이라고 자처하는 KBS와 공영방송 MBC의 천박한 연예화 문제점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신자유주의 자본의 공세 속에서 공영방송을 보호·구제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분명한 대안의 제시를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단호한 의사를 밝히고자 한다. 올해의 公約 또한 空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 마디로 말해, 2006년을 정리하면서 연말 방송사들이 내놓은 온갖 시상식 이야기들은 프로그램을 빙자한 외설에 불과하다. 시청자를 상대로 한 연예인-방송사의 향연이었다. 서로 주고받는 ‘증여’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방적 공연이었으며, 단합/담합의 의지를 다지고 표창하는 경합의 현장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지상파 3사는 시선을 일제히 현실로부터 거두어 스스로에게 가두었다. 힘든 현실, 복잡한 현실을 은폐하고 자신이 생산한 이미지를 내세운 스펙터클로 화면을 잔뜩 채웠다. 자기가 자신을 격려하고, 자신이 자신을 비추는 말 그대로 나르시시즘의 판이었다. <주몽>과 <황진이>, <소문난 칠공주>, <무한도전>만이 돋보였으며, 그저 <하늘이시여>를 외치고 말았다. 이들 프로그램을 대박으로 터뜨린 일등공신에 대한 찬사로 넘쳐났다.

지난 해 KBS와 MBC는 연말가요시상식을 폐지하였다.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표면상의 이유였다. 결과론적으로 △공정성 논란 △방송사의 이해관계 대변 △편법시상 및 나눠먹기식 시상 △방송사 충성주의 등의 문제를 안고 있던 연말가요시상식은 ‘가요축제’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연말 가요시상식만이 문제가 아니다. 연말 지상파방송에서 제작/편성하는 연말시상식 역시 가요시상식과 별반 다르지 않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와 같은 문제는 이번 2006년 연말 시상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KBS 사장까지 나서 충성심 강한 연예인에게 표창장에 주는 모습을 보고, 공영방송/공공영역 보호를 위해 투쟁해 온 우리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시청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오락거리로서, 함께 하는 축제의 시간으로서 가볍게 웃고 넘길 것인가?

MBC와 KBS, SBS의 연기대상의 시상내역과 수상자를 살펴보면, 시상식이라는 게 자사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들에 대한 방송사의 연말 보너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MBC는 27개 부문 가운데 51명(팀), KBS는 22개 부문 41명(팀), SBS의 경우에는 23개 부문에서 44명(팀)이 수상하는 등 시상식의 의미는 수상내역만 보더라도 이미 퇴색하고 말았다. 여기에 가지치기 식 시상내역을 살펴보면 사극과 연속극, 단막극 등으로 다양해지며 연말 연기대상이 실질적인 상으로써의 권위를 추락한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얼토당토 않는 “PD상, 중견배우상, 가족상(MBC), 10대 스타상, SBS프로듀서상,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상, 안타까운 죽음 상, 패러디상, 살신성인상, 산전수전상, 눈물의여왕상(SBS)" 시상 부문은 과연 연말 연기대상이 어떤 의미로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중복수상 및 공동수상의 남발 또한 상의 희소성과 신뢰성에 치명적 오점을 남겼으며, 이는 곧 연말 연기대상의 폐지 이유를 더욱 당연하게 하고 있다. MBC의 경우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에서 남녀 각 2명의 연기자가 수상을 했으며, PD상, 대하사극 부문, 연속극 부문, 단막극 부문, 중견배우상 등은 2~3명의 연기자가 수상을 하였다. KBS는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 조연상, 인기상, 단막극상, 특집·문학관상 등에서 2~4명의 연기자가 수상을 하였고, 신인상의 경우 무려 6명의 연기자를 선정하였다. SBS의 경우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으며 특히 SBS는 뉴스타상은 8명이 수상하였고, 10대 스타상이라는 부문을 통해서 나눠먹기식 시상식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TV-3사가 서로 나서 연예인들을 자사에 묶어두고, ‘우리’라는 한패의식을 도모하는 것을 보고 정말 낭패감을 피할 수가 없다.

이 밖에도 연기대상의 경우, 각 방송사의 시청률에 혁혁한 공을 세운 드라마를 중심으로 수상이 이어졌으며 <주몽>의 경우에는 무려 8명이 수상을 하는 쾌거를 이룩하고 말았다. <황진이>와 <소문난 칠공주>, <하늘이시여> 역시 여러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결국 연말 연기대상은 KBS, MBC, SBS할 것 없이 한해동안 방영된 드라마의 작품에 대한 질적 평가와 연출력, 그리고 시나리오의 의미와 드라마 제작 스텝에 대한 평가 및 시상, 연기자들의 연기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는 거리가 먼 그저 높은 시청률이라는 공을 세운 드라마에 대한 칭찬과 연기자들을 방송사에 줄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KBS와 MBC의 방송사, 제작자들은 정말 냉정하게 되돌아보라. 연말에 당신들이 내뱉은 <황진이>와 <주몽>의 이야기에 당신들조차 질리지 않았던가? <황진이>와 <주몽>에 대한 평가는 비평가나 시청자가 할 것이지, 그대들 스스로가 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시청률에 대한 시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시상은 ‘그들만의 축제’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문제는 연예오락프로그램, 코미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에서도 드러났다. 공동수상은 물론 수상의 쏠림 현상 역시 연예대상에도 나타났으며, KBS와 MBC, 그리고 SBS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소위 ‘방송인’의 경우는 KBS와 MBC에서도 수상을 하는 등 지상파 방송 3사 연예오락프로그램이 가진 콘텐츠의 빈약, 인기있는 연예인의 중복출연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연예대상에서도 드러나고 말았다. 또한 실제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편수가 1개~2개로 제한되어 있고,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와 출연자의 입담과 재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소위 시청률 제조기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지상파 방송 3사를 넘나들며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예오락프로그램과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상식이라는 것이 2시간을 넘는 방송 콘텐츠로 제작 강행하는 것은 당연히 전파낭비라 하기에 충분하다. 방송의 공공성을 좀 먹는, 후진 텔레비전의 전형이라고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연말시상식의 본연의 취지가 완전히 상실되었음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이것이 시청자들 공통의 판단이라는 데 우리는 의심치 않는다. 이에 우리는 시상내역은 물론 공동수상 남발 등이 결국 시상식의 권위 자체가 애초 시상식 기획단계부터 상실되었다고 보고, 연말 시상식이 자사프로그램과 방송사의 연예인 챙기기에 조급증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시상식에 불과함을 2006년에도 어김없이 확인했음을 밝히며, 지상파 방송의 구차한 연말 시상식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또한 우리는 프로그램 콘텐츠의 질적 평가와 방송 프로그램으로써의 공익성과 다양성, 그리고 오락적 기능에 대한 심도 싶은 평가를 통한 권위 있는 시상식, 연예인들의 잔치나 방송사 이기주의와 사람챙기기 방식의 시상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인적, 물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상식에 대한 대안 마련을 위한 방송사의 노력을 재차 요청한다. 따라서 우리는 2007년 연말 방송 프로그램의 대대적 개편을 방송사에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연말 시상식에 대한 논의를 시청자는 물론, 시민사회영역과 학계 등과 함께 만들어가야 함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송의 오락적/사회적/문화적 기능이 왜곡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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