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교육과정 총론 공청회에 대한 범국민교육연대 입장
그러나 개발과정과 현장 적합성 검토를 위해 핵심적으로 제시했던 ‘주 5일제 대비’ 교육과정은 완전히 실종되었다. 교육부는 주 5일 수업제 전면 도입에 따른 편제와 시간 배당 조정은 제외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애초의 시안이 실 수업시수 감축 없는 유명무실한 주 5일 수업제 대비였고 실패한 7차 교육과정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확정짓지 않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 5일 수업제를 대비한 교육과정 개정방향과 일정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주 5일 수업제의 전면 도입시기가 결정되면 교육과정은 재개정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주 5일 수업제가 전면 도입되면 주당 수업시수 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되고 있는 교과별 교육과정은 기존의 시수 편제에 맞추어 만들어지데, 그러면 1~2년내 교과별 교육 과정도 다시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교과의 시수 감축 없는 주 5일 수업제가 도입되는가? 아니면 도입시기의 결정 시기가 아예 4~5년이 늦추어 지는가?
7차 교육과정의 문제는 단지 ‘적용상의 문제’가 아니다. 7차 교육과정은 도입 단계부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형 교육과정은 모두 실패하였다. 재량·특별활동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였으며 주 5일 수업제의 부분적 도입으로 위축되고 있다. 나아가 국민공통교과 10개 과목의 비현실성, 총론과 각론의 괴리, 내용의 과다, 학제의 불일치 등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수시·개정체제에 걸맞게 교육과정의 질을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부분·수시 개정체제는 일반론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은 7차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한 때이다. 즉 전면 개정 후 수시개정 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일부 교과(음악·미술·체육)의 내신제외와 초등 1·2학년 영어 도입의 문제는 교육과정의 차원에서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2006년 하반기 ‘교과별 성격과 학습목표에 알맞은 평가방법의 다양화 모색’이라는 논의가 교육부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이는 사실상 해당 교과의 평가결과를 점수제 대신 이수여부나 3단계 평가를 염두에 둔 교육과정상의 표현일 뿐이다. 점수제를 통한 학생간의 단순 서열을 극복하고자 하는 평가방식의 전환은 교육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현실적 의미를 갖기 이해서는 전체 교과가 함께 변화하거나 국·영·수 등 세칭 주요교과부터 먼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입시와 연관되지 않는 교과의 사실상 퇴출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위 논의는 사실상 해당 교과의 내신 제외를 의미하며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외면과 교과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해당 교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체에서 특정 주지 교과의 상대적 편중을 더욱 심화 시켜 학교 교육을 더욱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다. 우리의 학교 현실에서 특정 교과가 내신 제외되면 교육과정은 껍데기가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관련 내용은 초·중등 교육법령도 아니고 부령이나 훈령 수준으로 어떤 공론화 과정 없이 공문 한 장으로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이는 교육과정 논의의 연속선상에서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 영어교육을 1,2학년까지 확대 실시하고자 시범학교를 운영 중에 있다. 1997년 7차 교육과정을 수정고시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시작한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대해 공식적인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초등1,2학년 영어 시범학교가 시행되고 있는 단계에서조차 영어몰입교육, 국제중학교, 영어 인증평가제 등이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전 사회적으로 영어 광풍이 불고 있으며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교육부이다.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할 교육부가 공교육을 붕괴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초등 영어교육에 대한 평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 모든 찬반 논쟁을 떠나 초등 1·2학년 영어가 들어오면 이는 불가피하게 교육과정상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왜 교육과정개정과정에서는 공론화를 제대로 하지 않는가? 최소한 지난 10년간 진행되어온 초등영어교육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공식적인 평가라도 해야 되지 않는가? 시범학교 시기가 지나고 나서 교육과정에 편제만 하면 끝날 문제인가?
교육과정 질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니다. 이는 입시와 평가제도에 의해 비틀어 질대로 비틀어진 교육과정을 더욱 비트는 꼴이다. ‘교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교원평가’를 논하기 전에 교육의 여건부터 개선하라.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그러나 교사의 질은 교육과정과 교육과정의 질 관리, 교육여건을 넘지 못한다.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니라 입시개혁, 학급당 학생 정원 축소, 교사의 연구시간 확보를 위한 잡무와 수업시수 감축,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 가정·학교·지역 사회의 연계,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애초에 개정의 절차와 방식, 일정도 현장교사와 교육관련 단체 간의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였다. 교육과정 개정시안의 공론화 과정의 예로 공청회와 현장 적합성 검토를 거쳤다고 하나 어떤 내용을 어떻게 반영하였는지 전혀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공청회가 그러했듯이 교육과정 공청회(총론, 교과별, 평가원 주최 등)는 예정된 결과를 확정짓는 요식적 행사로 진행되어 왔다. 교육과정심의회조차 편파적으로 구성되고 회의조차 제대로 준비되고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근본적으로는 심의회의 위상이 자문기구에 불과해 결정과정에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공론화 과정과 민주적 절차 운운하지만 교육부가 독점하는 교육과정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의 독점적 교육과정 생산은 책임성, 전문성, 개방성, 민주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수많은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만 그 형식성으로 인해 내용의 중복, 비생산적인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교사단체 등 자발적, 전문적 교사 집단의 현장 의견을 중심으로 학부모, 학생, 국민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책임성, 전문성, 개방성, 민주성 등을 바탕으로 효율적, 생산적, 경제적 교육과정 생산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 장관만이 교육과정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교육법 23조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의 결정과 지속적인 질관리를 위해서는 가칭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와 같은 정부부처와는 독립적인 법적 기구가 필요하다. 그럴 때만 비로소 교육과정 개정의 개방성, 민주성이 보장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의 요구와 결의 >
1. 7차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라!
1. 주 5일 수업제 대비 교육과정을 조속히 마련하고 실시하라!
1. 교육과정을 민주적으로 만들고 관리하기 위한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라!
1. 교육과정에 대한 범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공동평가, 공동설문조 사, 공개토론을 실시하라!
1. 공청회와 교육과정 심의회를 민주적으로 재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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