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세 의원, “국민의 삶을 건 한미 FTA‘빅딜’설 경계 한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런 기대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미 한미 고위급 회담을 통한 ‘빅딜’설이 불거지고 있으며,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지난 10일과 11일 양일간의 관계부처 회의에서는 모든 협상의 권한을 외통부와 재경부에 부여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정부가 그간 쟁점분야의 부처 입장을 협상 타결의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화관광부 김명곤 장관은 지난 주 신년사에서 “FTA 협상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각론은 여전히 모호한 실정이다. 이미 언론에서는 ‘적전분열’이라는 용어를 퍼뜨리며 FTA 협상 체결 자체를 지상 과제로 몰아가는 듯 한 분위기다. 이와 같은 맹목적인 분위기에서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문화관광부가 지난 2일자로 작성한 [한미 FTA 제5차 협상 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이란 문건에 따르면, 여전히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오늘부터 시작될 6차 협상의 주요 쟁점과 그에 대한 입장이다.
<서비스 및 전자상거래 분야>
문화관광부는 해당 문건에서 “문화관광부 관련 서비스 · 전자상거래 분야에 있어 제5차 협상까지 합의된 주요 쟁점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측은 방송에 관한 미래 유보를 현행유보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면서 방송프로그램공급업자(PP)의 투자 규제 철폐, 국내 영화·애니메이션 방송편성쿼터 완화, 외국방송재송신 채널 더빙 허용 등 콘텐츠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또 미측은 3차 협상 이후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IPTV 등 신규서비스와 직결된 온라인VOD 시장의 개방을 집중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VOD 등 방송서비스가 차지하는 엄청난 문화적 파급력과 영향을 감안할 때 미국의 요구는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의 근간을 흔들 만큼 위험하다. 이에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는 미래 유보로 고수할 것을 수차례 장담해 왔다.
그럼에도 외통부와 재경부는 이번 6차 협상을 앞둔 관계부처 실무회의에서 온라인VOD 등 방송서비스의 개방을 주무부처에 요구했다. 미국의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한 내용을 한국 정부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드디어 맹목적인 협상체결에 눈이 먼 협상단이‘잔가지 치기’라는 미명하에‘다 내주는 굴욕 체결’의 막바지로 내닫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중요한 것은 외통부와 재경부 또한,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조차도 스크린쿼터의 현행유보에 대해 ‘합의된 사항’이라고 오판하고 있는 점이다. 이 근거로는 지난 연말에 통과된 영화발전기금 설치 및 예산 지원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금과 예산 편성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라, 지난 2000년도 초부터 영화계를 중심으로 요구해온 지원대책의 일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반토막난 스크린쿼터를 미래유보에서 현행유보로 변경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잘못된 전제에 따른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저작권 분야>
문화관광부는 앞의 문건에서 “주요쟁점인 병행수입금지(미측 요구)를 저작인격권(우리측 요구)과의 주고받기 협상을 통해 합의하는 성과가 있었음”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성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미국 측의 핵심 요구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일시적 저장 인정, 기술적 보호조치 등으로 병행수입금지는 중요 요구가 아니었다. 이와 함께 우리 측은 저작인격권을 유일한 공세적 카드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용하겠다고 장담을 해왔다. 이는 미국 측의 주변적인 요구를 우리의 핵심적인 요구와 바꿨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보호기간, 일시적 저장 등 주요 사안은 신중하게 협상 추진”한다고 하는 문화관광부로서는 더 이상 빼 들 카드가 없어진 것이다.
사실 저작인격권은 저작권 관련 국제 조약(특히 WTO TRIPS)에서 요구하는 국제적 규범인데 비해 병행수입금지는 국제법질서에서 그러한 위치에 있지 않아 이를 맞교환하는 것은 등가의 교환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다시 말해 6차 협상부터는 우리가 얻어낼 것은 별로 없고 지켜야 할 것만 수두룩한 방어전이 될 것이며, 제조업 분야의 민감한 의제에 대한 지렛대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미 FTA 협상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 없는 협상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애초 이런 상황은 산업별 균형발전이라는 모델 대신 특정 산업 육성 중심으로 추진된 한미 FTA 협상의 한계로,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이미 파이의 분배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파이 키우기’에만 골몰했던 정부의 FTA 협상 추진은 설득력을 잃고 파산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서민들을 도전 정신이나 패기가 없는 2등 국민으로 몰아붙이는 정부의 한미 FTA 광고는 황금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는데 반해, 농민들의 자체 모금을 통해 제작된 한미 FTA반대 광고를 사실상 ‘불허’한 것은 정부의 다급한 심정을 반영한다.
한미 FTA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시기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선택되어져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천영세 의원을 비롯한 민주
노동당의 9명 의원들이 협상 장소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은 이런 상식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는 협상과정에서 타 부처 눈치보기를 통해 스스로의 권한을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전제부터 틀린 이 협상은 졸속이더라도 억지로 밀어붙여야 할 맹목적인 ‘과업’이 아니라 하루 빨리 중단해야 하는 시행착오이자 ‘반성의 대상’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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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8일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