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토론회(討論會)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찬성측과 반대측이 양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논의하는 집단토의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엔 똑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만 참여해, 주제와 관계없는 '정권에 대한 비난'과 '환경단체에 대한 조롱'만 늘어 놓았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덕담과 운하에 대한 찬사를 위해 경쟁하는 듯 했다.
마찬가지로 ‘쟁점(爭點)’이라 함은 ‘서로 다투는 중심이 되는 점’으로, 양측이 함께 다른 논리로 겨뤄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는 반대 의견을 임의로 편집하고 재단해 놓고 제멋대로 비웃고 흠 잡았다. 더구나 그 비판 논리라는 것이 상식조차 무시한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전형이어서 봐주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 해 11월 13일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한반도 대운하, 국운 융성의 길’ 토론회보다 나아지거나 새로 보태진 것도 없어서, 이런 재탕의 맹물 행사가 왜 또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를 토론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 일부라는 ‘경부운하’에 대해서조차 기본내용(운하의 경로, 운항 선박 규모, 공사비, 이용료 등)도 밝히지 않거나 오락가락했다. 예를 들어 이번에도 ‘운하 이용료 수익’에 대해서는 거론이 없고, 운하 건설에 따른 간접적인 경제효과만 계산하는 황당한 경제성 분석이 또 등장했다. 지난 해 8월 13조였던 공사비는 11월 16조로, 이번에는 22조로 늘었다. 골재 채취로 비용 절반을 대겠다더니 이는 쏙 들어가고, 외국 기업이 참여를 위해 줄을 섰다더니 역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이번 행사는 쟁점을 점검하거나 사회적 비판을 수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거품 빠지는 ‘경부운하’를 띄우기 위한 대국민 선전이요, 정치집회였다. 권력에 빌붙는 정치학자들을 동원한 구태의연하고 무책임한 정치이벤트였다. 특히 이런 비학술적인 정치행사에 공동주최로 이름을 빌려준 ‘한국물류학회’, ‘한국SCM학회’ 등 학자집단들의 싸구려 행보나, 학자들까지 줄을 세워 세력을 과시하는 이명박후보측의 천박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환경연합>은 이명박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저질의 사기극’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 단체 등이 지난해부터 이명박후보측에 기본적인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을 위해 합리적인 토론을 요청해 왔음에도,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 대운하’가 실체가 없는 ‘부실한 아이디어’거나, 정략적으로 시기를 조절해야 할 만큼 ‘별 볼일 없는 공약’이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했지만, 전국토를 도륙하게 될 경부운하와 같은 계획들이 멋대로 남발되고, 대규모 개발공약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사태를 깊이 우려한다. 더구나 최소한의 내용조차 밝히지 않은 채 편을 가르고 갈등을 만드는 일들은 비난받아야 하며, 구태의연한 정략을 일삼는 후보들은 충분히 심판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더불어 언론들은 허무맹랑한 정치이벤트를 반복 보도해 특정 후보에게 이득을 줄 것이 아니라, 부실한 공약으로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후보들에 대해 매서운 비판과 검증을 실시해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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