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한류, 문화원형이 연다
1,2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와 한류의 중심에 섰던 드라마 ‘대장금’을 비롯해 최근 ‘주몽’, ‘황진이’ 등도 역시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문화원형은 이같이 문화콘텐츠 사업에서 창작 소재로서 무한한 활용가치가 있고, 거듭되는 성공사례에 힘입어 제2의 한류 붐을 일으킬 문화콘텐츠산업 자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범아시아적으로 불어닥친 한류 열풍은 그동안 다양한 콘텐츠 공급 부족으로 한류스타를 중심으로 근근이 명맥만을 유지해왔다. 한류 확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과 일본에서는 최근 한류를 경계하며 반(反)한류의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류가 지속 가능한 ‘코리아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콘텐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데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8일 ‘2007년 업무보고’에서 한국문화를 통해 한류 바람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 신화, 설화, 역사 속의 문화원형을 발굴해 이를 새로운 한류의 콘텐츠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원형에는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사로잡는 스토리텔링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주몽’ ‘황진이’ 성공신화의 숨은 힘, 디지털 문화원형
최근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이 40%에 이르고 있는 드라마 ‘주몽’은 태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8개국에 수출됐으며 수출액은 총 77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 해 10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된 드라마 ‘황진이’는 새롭게 재현된 한복과 전통 춤이 화제가 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했다. 국내에서의 호평에 힘입어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에 수출될 예정이며 유럽권 국가도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총 수출액은 300만 달러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한류’에 새바람을 몰고 온 ‘주몽’, ‘황진이’의 성공신화 뒤에는 ‘고대국가의 건국설화’,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시대 기녀문화’, ‘한국의 전통 장신구’ 등 디지털 문화원형이 있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2002년부터 2006년까지 1단계 우리 문화원형 디지털화사업 추진하면서 역사·민속·신화·건축·예술 등 160개 문화원형 과제를 통해 약 60만개 아이템을 개발했다.
영화 ‘왕의 남자’가 16세 한양 분위기를 실감나게 되살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원형 디지털화사업을 통해 개발된 문화원형 콘텐츠 ‘디지털 한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개발한 디지털 문화원형 콘텐츠는 이제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캐릭터, 패션, 디자인 등의 산업부문 및 공공부문(‘국정 국사교과서’, ‘국회 홈페이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 등 다양한 분야에 약 1,700건 이상 활용되고 있다.
□ 이제, 문화원형의 스토리 파워로 ‘포스트 한류’시대 열어야
이제 이미지, 2D·3D 그래픽,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으로 디지털 DB를 구축해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신화나 설화 등 우리의 문화원형에 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DB를 구축해 이를 문화콘텐츠 창작에 이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보편성을 가진 문화원형을 소재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포스트 한류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문화콘텐츠산업은 기본적으로 대중문화의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상업적 성공 여부는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구조를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을 세계로 확대, ‘한류’에 적용하면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구조를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따라 ‘포스트 한류’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원형 속에는 우리의 보편적 정서가 담겨 있다. 또한 국적은 달라도 각국의 문화원형 속에는 유형화된 공통적인 스토리텔링 요소가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과 포스트 한류를 여는 경쟁력으로서 문화원형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화원형 속에는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에 닿을 수 있는 가능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한류의 경쟁상대이자 아시아 문화강국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문화콘텐츠산업 활성화 및 세계시장 확대를 위해 문화원형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 중국신화의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2008 북경올림픽 마스코트
중국은 중국신화에 담긴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2008 북경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다.
2008 북경올림픽 마스코트인 ‘푸와’(福娃)는 중국 문화원형을 소재로 제작된 대표적인 캐릭터다. 환환, 징징, 베이베이, 잉잉, 니니 등 다섯 개의 캐릭터로 구성된 푸와는 각각 성화, 펜더, 물고기, 영양, 용을 형상화하고 있다.
환환은 푸와 중의 맏형으로 올림픽 성화를 상징한다. 운동열정의 화신이며, 올림픽 오륜 중 빨간색 고리를 대표한다. 환환의 머리 장식품 무늬는 돈황벽화 중의 화염모양에서 유래된 것이다.
징징(晶晶)은 정직하고 무던한 펜더이다. 펜더는 중국의 국보로서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사람과 자연의 조화적인 공존을 상징한다. 펜더 징징의 머리 장식무늬는 송대 도자기의 연꽃잎무늬에서 유래된 것이다. 징징은 낙천적이고 힘이 넘치며 올림픽 오륜 중의 까만색 고리를 대표한다.
베이베이는 중국 전통문화예술 중에서 ‘물고기’와 ‘수(水)’를 형상화한 캐릭터이다. 중국 문화에서 물고기는 번영과 수확의 상징이다. 베이베이의 머리장식품의 무늬장식은 중국 신석기시대 토기의 물고기무늬의 도안을 활용한 것이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순결하며 수상운동의 선수를 뜻하는 동시에 올림픽 오륜 중에서는 파란색 고리를 의미한다.
잉잉(迎迎)은 기민하고 밀첩한 영양이다. 영양은 칭짱(靑藏)고원의 보호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광활한 중국 서부지역에서 왔으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축복을 세계에 전달한다. 잉잉의 머리 장식품무늬는 칭짱고원과 신강위그루 자치구 등 서부지역의 액세사리 문양을 활용한 것이다. 몸짓이 민첩한 육상경기의 명수로, 올림픽 오륜 중 노란색 고리를 대표한다.
올림픽 종목 중 체조항목을 상징하는 니니는 베이징 전통제비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올림픽 오륜 중에서는 녹색 고리를 대표한다.
□ 정령,요괴 등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가는 일본의 만화산업
일본 3대 공포만화 작가로 손꼽히는 히노 히데시(日野 日出志)가 일본의 귀신, 요괴를 작품의 소재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일본의 문화원형을 활용한 대표적인 콘텐츠 창작자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일본의 고전문학인 곤자쿠 이야기나 각 지방에 전해오는 민화, 전설, 요괴그림 등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유소년기의 체험을 기본으로 심상 풍경을 더함으로써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히노 히데시는 말한다.
일본 고유의 문화원형을 바탕으로 탄생한 그의 작품으로는 ‘내가 지은 곤자쿠 이야기’, ‘고이즈미 야쿠모의 괴담’, ‘일본 요괴 시리즈’ 등이 유명하다. ‘장육의 기병’, ‘지옥소승’, ‘공포열차’ 등은 영화화되었으며, 모바일용 만화게임 콘텐츠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 한,중,일 업계 전문가 한자리에 모여 문화원형 스토리텔링의 가능성 모색
한편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오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 신관 1층 그랜드볼룸에서 ‘문화원형으로 이야기하다. 시간 속에 묻혀있는 상상의 스토리텔링’이란 주제로 ‘2007 문화원형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문화원형 스토리텔링의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대장금’의 이병훈 PD를 비롯, 려우전위 2008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푸와’ 제작자, 일본의 유명 공포만화 작가인 히노 히데시(日野 日出志) 등이 연사로 참여해 문화원형을 드라마, 마스코트, 만화 등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문화원형에서 ‘포스트 한류’를 찾는 작업들이 어떤 성과를 이끌어 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웹사이트: http://www.kocca.or.kr
연락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김기헌 문화원형사업팀 팀장 02-2016-4140
메타커뮤니케이션즈 이응탁 대리 02-566-3614 016-230-2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