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네트워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에 대한 입장
2월24일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은 오는 2012년 4월17일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작전통제권을 온전히 행사하는 것은 군사주권의 회복과 한국전쟁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적 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작전통제권 환수의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반도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평화적 생존권’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게 된다는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반도 군축과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공격적 성격을 띠고 있는 한미연합 작전계획의 검토와 아울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재편 과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군비증강의 명분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과정에의 적극적인 참여의 계기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들은 이번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에 대해 환영의 뜻보다는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첫째, 2006년 1월 제1차 한미 전략대화에서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반기문 장관과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용인된 상황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더라도 미군과 미군의 장비와 무기가 한반도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한반도를 들락날락하고, 또한 한국이 미국이 일으킨 분쟁과 전쟁에 끊임없이 휘말려 들어갈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한국 방위의 한국군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동맹국 한국의 위험 부담 증가를 수반함과 동시에, ‘물적 인적 비용의 증가’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탈냉전기 자국의 헤게모니 유지를 위한 비용분담을 동맹국들에게 요구해왔다. 전략적 유연성과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재편도 미국의 비용 축소와 동맹국의 비용증대를 기조로 추진되어 왔다.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비용의 문제, 최근 불거진 방위비 분담금의 미군기지 건설비용으로의 전용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국군의 전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미국 산 첨단 무기들의 구입에 투입될 예산을 감안한다면 한국 국민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셋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군비증강과 새로운 군비경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국방부와 군은 이미 작전통제권 환수를 대비해 막대한 전력 증강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은 병력수의 감축에 대신해 2008년까지 110억달러에 이르는 군비증강 계획을 추진 중이며, 서태평양 상에 전진 배치된 미군의 핵 및 첨단재래식 전력의 강화는 이미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한미군의 재편이라는 맥락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오히려, 한반도와 그 주변에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방부는 미국과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반환 당시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이라는 예외규정을 두어 작전계획수립, 연합정보관리, 연합위기관리 등 6개 핵심사항을 연합사의 권한으로 위임한 것처럼, 이번 합의 과정에서도 '예외규정’을 두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보수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환수 시점을 2012년으로 늦추는 과정에서 기지이전 비용, 방위비 분담금, 무기도입 사업 등과 관련해 밀실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오랜 숙원이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싸고 논란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의의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협상 과정에 대한 철저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당위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당연한 것이다. 2012년은 시기상조가 아니라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따라서, 일부 보수진영이 한국군의 능력 부족과 한미동맹의 약화, 북핵 문제 등을 이유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또한, 스스로가 남북의 군사적 대립과 미국에 대한 의존, 한국 사회 내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에 기생해 살아가는 ‘수구냉전세력’일 뿐임을 증명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 협정,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 FTA 등 실패한 외교안보정책의 목록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를 올리지 않기 위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7년 2월26일 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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