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혁신 소설집 ‘뒤집기 한판’
「부처산 똥8번지」에선 11살 소년의 시선으로 산동네의 삶을 바라보며 재개발로 곧 삶의 현장에서 밀려날 삶의 풍경을 풋풋하게 그려내고 있다. 단편 「사노라면」에서는 부처산에 분식점을 차리며 새롭게 정착한 신혼부부가 부처산 골목 안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겪는 서민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호황기」는 풍자소설적 특징이 강한 소설이다. 송림동을 지역구로 구의원을 지내고 있는 고광해 의원의 탐욕을 해학적인 문체로 그려냄으로써 가난한 동네에서 기생하는 가진 자들의 부도덕성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부처산 똥8번지의 오래된 주민을 화자로 삼은 「구만길 씨의 하루」는 이발사 구만길의 짧은 하루를 통해 송림동 부처산 사람들의 인간적 체취를 드러내는 소설인데 동네에 새로 들어선 미용실과의 갈등을 에피소드 삼아서 서민들의 삶과 인정세태를 웃음을 머금고 동감할 수 있도록 풋풋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물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똥막대 한 자루」는 똥치기 한동팔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통해 기층 민중의 질긴 삶과 비극, 희망을 다루고 있다. 작품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뒤집기 한판」은 씨름부 소년들과 강남구라는 씨름부 코치가 주인공이다. 1970년대 말 당시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오늘날 만연한 일등주의와 영웅주의를 조롱하며 소외를 재생산하는 세상을 시원하게 한판 뒤집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소설집은 개인적, 사변적, 심리적 주제로 흘러가는 최근 우리 소설의 문법에서 벗어나 인간존재를 해명하고 삶의 지표를 제시하는 정통적 의미의 리얼리즘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새로운 형식미학을 거부하며 인간 삶의 근원성에 접근해왔던 우리나라 소설 전통을 이어받아 진실한 삶의 모습과 시대정신을 사실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 민중문학의 계보를 잇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문학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이 소설집은 IMF 이후에도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서민들의 삶과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살아있는 인물묘사와 치밀한 디테일, 주제를 향한 집중력과 통일성, 서민들의 일상에서 끌어올린 언어와, 위트, 유머를 버무리며 삶의 비애와 삶에 대한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구만길, 장기팔, 헤어박, 한기준, 한동팔, 강남구, 마상득, 고광해 등의 인물들은 지금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본 모습이자, 인생의 희비극을 모두 맛본 살아있는 인간 군상이다. 이 책은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풍자, 디테일한 골목길 묘사 등이 어우러져 요즘 소설에서 흔치 않는 인간애와 감동을 준다.
날로 쇄말주의로 치닫고 독자들과의 소통을 잃고 있는 우리 소설의 일반적 경향에 있어 조혁신의 「뒤집기 한판」은 확연히 구분된다. 그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시대정신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닌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리려는 작가의 문학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역신문의 현직 기자인 작가가 실제로 대면한 현실 속에서 건져 올린 문학적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값진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뒤집기 한판」으로 그 동안 우리 소설문학이 이뤄냈던 미학적 성과들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형식적 새로움을 추구하며 소설의 본령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우리 문학을 향해 사실주의 정신에 기초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작가소개
조혁신은 1968년 경기 의정부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인천지역 노동단체에서 일을 했으며, 공사장 인부, 목수 등의 일을 하며 소설습작을 했다. 2000년 계간 「작가들」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인천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책명 : 소설집 「뒤집기 한판」
저자 : 조혁신
출판사 : 도서출판 작가들
판 형 : 신국판변형 140×210
책 값 : 9,800원
웹사이트: http://www.writers.or.kr
연락처
도서출판 작가들 대표 이희환 032-425-8352 010-7123-8352 이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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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0일 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