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와 ‘말라노체’ 길 위에 펼쳐진 하나의 이야기
시원하게 뻗은 도로와 양 옆으로 펼쳐진 들판,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눈부신 하늘의 이미지는 <아이다호>와 <말라노체>에서 동일하게 등장하며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말라노체>에서 포틀랜드를 떠나 아이다호로 여행을 갔다는 소문만을 남긴 채 떠난 죠니의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영화 <아이다호>에서 고향인 아이다호를 떠나 포틀랜드로 흘러온 마이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포틀랜드 뒷골목을 질주하는 죠니의 모습은 그 어떤 표정도 대사도 담고 있지 않지만, 정체할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아이다호>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흔들리는 구름과 한없이 흔들리는 젊은 날의 기억
영화 <아이다호>가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길’과 ‘하늘’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황량한 길 위에 펼쳐진 하늘, 그리고 그 안에서 무심하게 흘러가는 구름의 이미지는, <말라노체>의 흑백 화면 속에 그대로 등장한다. 방황하고 부딪히는 쓸쓸한 젊은 날의 세월은 마치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에 보면 저 멀리 훌쩍 지나가 있는, 흐르는 구름과도 같다.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촬영하여, 구름의 빠른 이동을 잡아낸 감독의 수수께끼와도 같았던 숨은 의도가 <말라노체>를 통해 한 꺼풀 벗겨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눈빛 하나로 말하는 쓸쓸함
<말라노체>의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을 잃은 채 한없이 웅크리고만 있는 죠니의 모습은 월트의 반가운 인사에도 결코 밝아지지 않는다. 이토록 한없이 어둡기만 한 죠니의 눈빛은, <아이다호>에서 서로의 다른 운명을 마주하며 씁쓸하게 교차하던 마이크와 스캇의 눈빛을 떠오르게 한다. 때론 사랑과 설레임을 표현하던 눈빛이 어느 순간엔가 가슴 시리도록 쓸쓸함을 담고 있는 것, 그런 모습이 바로 구스 반 산트가 말하고자 했던 ‘젊은 날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두 영화는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보는 듯 닮아 있어서 <아이다호>를 먼저 접한 우리에게는 그보다 6년 먼저 만들어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첫 작품 <말라노체>가 감독과 <아이다호>를 이해하는 또다른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다호>에서 감독의 한층 성숙하고 정제된 연출력을 이미 확인했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첫번째 작품 속 흑백의 화면에 거침없이 담겨진 젊은 날의 자화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매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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