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이 자료는 오마이뉴스와 토지정의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진행했던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의 기사들로써,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되기 전에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작성한 원본 기사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기사와는 내용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으며, 원본기사들을 참고용으로 한데 모아서 제작한 자료입니다.
- 목 차 -
박근혜 부동산정책, 원칙 따로 적용 따로?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1P
노회찬 부동산 정책은 '짝퉁 토지공개념'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②]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6P
돋보이는 총론, 부족한 각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③]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11P
부동산값 폭등해도 시장 원리에 맡기라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④] 이명박 부동산정책, '프로'면 프로다워야------15P
문어발식 정책으로 부동산 잡겠다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⑤] 천정배 의원 부동산정책은 '종합선물세트'-----20P
소유제한이 미덕? 안경을 벗고 다시 보라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⑥]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25P
부동산 불로소득이 문제? 나무 말고 숲도 보라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⑦]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30P
대선주자들, '이런' 부동산 정책을 고민하라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총평] 시장· 정부 황금 분할이 해법-------------36P
박근혜 부동산정책, 원칙 따로 적용 따로?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조영민(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
지난 1일 <조선일보>는 '부동산 앞에선 작아지는 한나라당' 제하의 기사에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처음에는 위헌 논란 등을 들어 반대하다가 실제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부동산부자 옹호당'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법안 통과를 막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을 질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주택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일종의 압력행사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수도권 집값 폭등이 온 나라를 휩쓴 후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터라 비단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을 비롯한 모든 정치권이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인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차기 대권 후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부동산 정책 관련 여론조사나 각종 인터뷰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들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분양원가 공개 및 재건축, 대출 규제 등과 관련해서는 후보들의 견해가 당론에 따라 나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나 주택공급 문제는 그 비중이나 영향력도 크고 후보 간에 특기할만한 부분도 보인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부동산 세제 및 주택공급 문제를 중심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고자 한다.
부동산 세제 대원칙은 '의외로' 경쟁자들과 흡사
지난 1월 15일자 <조선일보>의 '이명박·박근혜·고건 종부세 손질...거래세 내려야'라는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보유세 인상 정책에 대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도 시행 후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는 "2주택 중과세는 찬성이지만 6억원 이상 1주택 장기보유자는 경감해줘야 한다"고 했고 거래세에 대해서는 이명박 전 시장·정동영 전 의장 등과 더불어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홈페이지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경제정책 부분을 보면 "과다 부동산 보유자의 과세는 누진되어야 하고 양도세는 양도차익에 크기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그런 반면, 선량하고 선의의 국민의 과세부담은 줄여줘야 한다. 등록세나 취득세나 혹은 부가가치세도 서민을 위해 과세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을 기초로 박 전 대표의 부동산 세제 관련 원칙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의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대원칙: 종부세 등의 보유세의 경우 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서 누진과세하고, 양도세는 양도차액에 대하여 역시 누진과세한다. 취득세·등록세 등의 거래세는 낮춘다.
*부가원칙: 선의의 납세자에 대한 부담은 미세조정을 통해 줄여준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고려해 보면 원칙은 다른 대선주자들과 의외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적용으로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각론은 부동산 세제 후퇴?
지난해 12월 8일 MBC TV '뉴스투데이'에서 방영된 인터뷰를 살펴보자.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잖아요. 거기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세금, 규제 이런 거 갖고는 집값을 잡을 수가 없다는 말씀이죠."
그리고 보유세와 양도세는 조세저항이 없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하며 투기목적과 관계없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고 세금, 규제 가지고는 집값을 잡을 수가 없다더니 갑자기 보유세와 양도세는 조세저항이 없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게다가 '조세저항이 없는 선에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조세저항이 전혀 없이 인상할 수 있는 세금이 있기는 한가? 결국 원칙을 포기하고 사실상의 부동산 세제 후퇴를 주장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것이 필자만의 기우인가?
지난 1월 14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선주자 신년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과 관련, 박 전 대표는 "부동산 문제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집 있는 사람은 수요공급 시장원리에 따르면 된다"며 "문제는 집 없는 국민인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시행분양제를 제안했는데 쉽게 표현하면 '원가아파트제'다"라고 답했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시장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보여 왔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주택 소유자들을 위한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를 따를 것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재화와 부동산 문제를 별다른 구분 없이 맹목적인 수요공급의 원리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 왜냐하면 부동산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토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토지에 대한 수요에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전체 시장의 교란이나 왜곡 등 그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의 방임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투기적 가수요에 있으며, 토지 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환수하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진정 시장원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의 우선 환수를 주장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가 아니겠는가.
국가시행분양제, 불로소득 환수와 거리 멀어
그는 또 무주택자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시행분양제'를 제안했다. 국가시행분양제는 일종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토지공사와 시행사가 챙기는 이윤을 없애기 위해 국가가 직접 시행을 하고 시공은 민간업체가 맡는 방안으로, 핵심은 형질변경 및 인허가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가격상승을 방지해 분양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국가시행분양제가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담보되고 분양가를 어느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의 각종 공영개발 방식과 비교할 때 그다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처음 매입자가 매도할 때 돌아가는 불로소득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잘 알려진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의 경우 국가시행분양제와 마찬가지로 공영개발을 통해 분양가 하락을 유도하는 동시에 매도 시에는 분양가격에 이자 정도를 더한 가격으로 하게 함으로써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시행분양제보다는 훨씬 우수해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이를 알았는지, 혹은 변형된 대지임대부 분양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반값아파트'가 한나라당 당론이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가시행분양제를 천명할 당시 단독 시행을 주장하지 않고 본래 토지 불로소득 환수가 핵심인 대지임대부 분양방식이나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적용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 후보가 주장한 ‘세금폭탄론’은 명백한 허구
지난 2월 21일자 매경이코노미 제 1394호의 ‘박근혜, 기업정책 타당성 1위’ 제하의 기사에 수록된 박근혜 후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매경이코노미 측 질문에 대해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총 10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와 세금폭탄이 핵심인 대책은 오히려 수도권 아파트 값만 폭등시켰다.”면서 “그 결과 서민들이 간직해온 알뜰히 저축하면 언젠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조차 무너뜨렸다. 다시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현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후보의 비판대로 수도권 아파트 값 폭등으로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부동산 세제를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수도권 아파트 값 폭등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부분이다.
‘세금폭탄론’의 과장 및 허구성에 관해서는 여러 기사 및 각종 비평문을 통해 충분히 소개된 바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세부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은 2006년 6월 10일자 오마이뉴스의 ‘세금폭탄 걱정하는 <동아>가 기가 막혀’나 민언련-토지정의 부동산모니터링팀 14차 공동 언론비평 ‘1년 동안 세금폭탄, 공급확대, 규제완화만 외친 조중동’ 등을 참조하면 되겠다).
다만, ‘세금폭탄론’은 다음 두 가지 점 모두에서 적절치 못하다.
우선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가 상위 2% 안팎의 부동산 부자들에게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보유세 실효세율로는 부동산(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1% 정도에 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및 양도세를 단순히 ‘세금폭탄’으로 치부(置簿)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둘째로, 고가의 부동산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비정상적 구조로 인하여 착시현상(錯視現象)이 있을 수 있으나, 총 44%에 달하는 무주택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어렵사리 내 집 마련해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중에서 조차도 애석하게도(?) 고액의 부동산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가 부동산 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한 ‘세금폭탄론’은 명백한 허구이다.
이처럼 강화를 주장해도 모자란 부동산 세제를 허구에 불과한 ‘세금폭탄’에 치부하고는 부동산 값 폭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도 모자라, 고액의 부동산세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서민’을 그 근거로 드는 것은 박 후보 스스로 대원칙을 포기하고 사실상의 부동산 세제 후퇴를 주장하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지 않은가?
감세보다는 조세이동(Tax Shift)이 효율적이고 적절해
이제 박근혜 후보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는 감세(減稅)에 대해 살펴보자. 박 후보는 본인의 홈페이지에서 설명한 박 후보의 핵심 경제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경제론’ 중 일부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더 이상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 더 이상의 새로운 세금은 없다. 세금을 낮추겠다(No More Tax! No New Tax! Yes Tax Cut!). 저는 이렇게 선언을 하겠습니다. 감세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대대적인 준비를 하겠습니다. 대신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으로 세금낭비를 줄이겠습니다.
즉, 감세를 하되 부족한 세수는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지는 동일 홈페이지 경제정책 부분 후반부에 다음과 같이 잘 나타나 있다.
선량하고 선의의 국민의 과세부담은 줄여줘야 합니다. 등록세나 취득세나 혹은 부가가치세도 서민을 위해 과세부담을 낮춰줘야 합니다. 이를 위한 재정은 정부의 예산절감과 불법탈세의 철저한 발본색원만으로도 가능합니다.
과연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정부의 예산절감과 불법탈세의 철저한 발본색원만으로도’ 채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좀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으나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필요한데 바로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맥을 같이하는 ‘조세이동(Tax Shift)’의 방법이며, 세부적인 대체 원칙과 방향은 다음<표>와 같다.
그리고 조세이동을 통한 기대 효과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첫째, 감세 시 발생할 수 있는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한다. 둘째, 미사용, 혹은 저사용된 토지의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그리고 셋째, 세금이 감면된 경제 분야에 활성화의 동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박 후보가 단순한 감세가 아닌 조세이동(Tax Shift)을 지향한다면 세수부족과 관련하여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남모를 고민(?)을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는 활성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 홀로' 토지공개념 개헌 반대, 책임 뒤따라야
마지막으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겪으면서 '토지공개념'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음을 감안할 때 대권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검토하려면 토지공개념에 대한 인식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얼마 전 KBS 2TV에서 방영된 <추적 60분>에서 박사급 이상 전문가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헌법 명기 여부에 대한 찬성이 57.2%에 달했다.
재밌는 것은 동일 프로그램에서 차기 대선 주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헌법명기' 찬반 여부를 물었는데, 박 전 대표만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단, 이명박 전 시장은 답변 유보).
물론 이 같은 반대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 대한 명백한 반대인지, 아니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자체는 지지하나 헌법에 명기하는 것에 대한 반대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개헌에 대해 '나 홀로 반대'를 표명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용단에는 책임이 필요한 법. 우선 그는 자신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나라의 대선 주자 중 1인으로서 자신의 입지 선택과 결과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2월 21일자 <매경이코노미>의 '박근혜, 기업정책 타당성 1위' 제하의 인터뷰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정부가 세금을 징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들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취급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전술했다시피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에 있으며, 토지 불로소득의 대부분을 개인이 가져가도록 하는 상태가 제도적으로 허용된다면 마땅히 국민의 대부분은 기회가 된다면 불로소득을 추구하여 투기바람에 합류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모든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꾼으로 취급받는 것을 진정으로 안타까워한다면, 그에 앞서 부동산 세제의 대원칙을 중심으로 애초에 모든 국민들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원천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노회찬 부동산 정책은 '짝퉁 토지공개념'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②]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남기업(토지정의시민연대 협동사무처장)
지난 3월 11일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예비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 의원은 해학적이고 걸쭉한 입담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4년 총선 직전 ‘판갈이론’이 TV 토론을 통해 회자되면서 대중 앞에 민주노동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이후 그가 내뱉었던 말은 ‘어록’이 되어 인터넷에 유포되었고, 진보정당 최초로 팬클럽을 가지게 된 정치인으로 기록”될 정도로, 현재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강병익, <노회찬의 힘 위기의 당을 구할 것인가>, 2006 월간 『말』 2월호, p. 90).
그의 거침없는 언행은 부동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최근에 개헌과 관련해서도 권력구조 개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도 개헌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 의원이 부동산과 관련해서 쏟아낸 말을 살펴보면 그가 말하는 토지공개념은 ‘짝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이란 말 그대로 토지에는 ‘사적(私的) 개념’이 아니라 ‘공적(公的) 개념’을 적용하자는 ‘정신’을 말한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문제는 공적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느냐에 있다. 요약하자면 ‘토지공개념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정작 그의 주장은 ‘적용하자’는 데 치우쳐있고 그것을 채울만한 내용은 너무 빈약하거나 잘못되어 있다.
노 의원이 말하는 토지공개념의 기본은 무엇인가?
노 의원은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토지공개념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의 소치”라고 하였다(2007년 1월 4일). 그렇다면 노 의원이 말하는 ‘토지공개념의 기본’은 무엇일까? 원가공개를 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의 기본인가?
지금까지 노 의원이 말한 것을 토대로 그가 생각한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공공택지, 민간택지 가릴 것 없이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여 그 원가에 연동해서 분양가를 책정하고, 2) 공공택지에서는 공공주택을 지어 임대하거나 환매조건으로 부양하며, 3) 주택의 초과소유를 제한하고, 4) 부동산 투기 범죄수익을 전액 몰수ㆍ추징하는 것.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대중적 인기를 얻기엔 유용할지 모르지만, 또 일정정도 효과를 가져 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쉽게도 토지공개념이라는 정신을 담기에는 대단히 부족하고 부적절하다. 이 정책들은 근본적 해결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부작용까지 동반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부동산 문제의 주된 원인을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 진단 없이 쏟아져 나온 대책들
부동산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고의 대안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문제의 원인에서 파생된 결과와 씨름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오히려 기존 문제에 새로운 문제가 추가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부동산 문제는 왜 발생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不勞所得)’ 때문이다. 토지를 가지고 있기만 해도, 매매하기만 해도 엄청난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의 ‘진정한 원인’이다.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다면 왜 사람들이 투기를 하겠는가?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데 왜 사용하지도 않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겠는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많아봤자 은행 이자 정도라면, 또 그럴 것이 앞으로도 뻔히 예상된다면, 투기수요는 사라지고 시장에는 실수요만 등장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노 의원은 위와 같은 부동산 문제의 진정한 원인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작년 말 홍준표 의원과의 ‘반값 아파트’ 논쟁에서 잘 드러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노 의원은 홍 의원이 제안한 방식, 즉 『대지임대부 분양주택』방식으로 재건축을 하면 “닭장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홍 의원이 제안한 방안은 재건축ㆍ재개발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터하고 있는 근본 전제는 앞서 말한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므로(물론 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완전 제거와 거리가 멀고, 문제도 많다.) 원론적으로 옳다고 하면서 ‘홍 의원의 방안은 재건축ㆍ재개발 보다는 신도시 개발, 혹은 산업단지에 원안을 수정하여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어야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토지불로소득이 문제라면 그 동안 한나라당은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왜 그렇게 반대해왔냐, 그것부터 반성해야하지 않겠냐’고 꾸짖었어야 했다.
그러나 노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홍 의원의 제안을 ‘회의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공공택지에서는 공공주택만을 지어, 임대하거나 환매수제 도입”이라는 방안을 내놓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물론 의원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므로 노 의원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기엔 노 의원의 그런 대응은 단순한 ‘정책 경쟁’때문이라기보다는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 의원이 홍 의원의 정책에 근본적 해결책의 단서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제안했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 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완하고 그것으로 한나라당을 꾸짖으며, 더 나아가서 그 철학을 모든 부동산에 점차적으로 적용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중영합주의적 성격이 짙은 노 의원의 ‘짝퉁 토지공개념’
이렇게 문제의 본질과 마주하지 않고 그것에서 파생된 결과와 씨름하게 되면 대중영합주의적 정책을 내놓기 쉽다. 특히 대중의 기호를 읽어내는 데 탁월한 노 의원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 왜 그의 정책이 ‘대중영합주의적’이라고 하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 대중영합주의적 모습은 『부동산 투기 범죄수익 몰수ㆍ추징법』발의를 추진한다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이 법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 노 의원은 “부동산투기범들은 투기사실이 적발되는 경우 세금을 부과 받고,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세금을 부과 받고 형사처벌을 받아도 남는 수익이 있고, 그러한 수익이 크다면 부동산투기범죄의 유혹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투기범죄의 유혹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해서 범죄수익을 전부 국가가 몰수”해야 한다고 그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투기의 범죄수익을 몰수한다’, 시원하고 통쾌하다. 투기에 멍든 국민들, 근로의욕을 상실한 국민들은 박수치며 기뻐할 일이다. 그런데 왜 이것을 대중영합주의라고 할까? 예를 들어서 생각해보자. 썩은 음식물이 있는 곳에는 항상 파리가 꼬이게 마련인데, 파리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파리채 들고 파리를 쫓아다니는 것일까? 아니다. 파리 잡으려고 파리채를 사정없이 휘두르다가는 값비싼 그릇을 깰 수 있고, 잡았다 하더라도 벽에 얼룩이 질 수 있다. 그리고 파리채를 휘두를 때는 없어진 듯하다가 또 다시 나타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썩은 음식물을 치워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파리는 없어진다.
필자가 느끼기엔 노 의원의 정책이 바로 파리채를 들고 파리잡겠다고 하는 것과 꼭 같아 보인다. 사람들이 “불법적인 명의신탁, 부동산 미등기전매, 떴다방, 기획부동산 투기업체”같은 짓을 왜 하겠는가? 먹을 것, 즉 ‘불로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썩은 음식물을 제거하면 파리가 없어지듯, 불로소득을 제거하면 위와 같은 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어떤 정책을 써야겠는가?
두 번째, 노 의원의 대중영합주의적인 모습은 “주택초과보유 제한법”에서 잘 드러난다. ‘집 많이 소유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 이것 역시 서민들이 보기에는 화끈하다. 우리나라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기준 이미 100%를 초과하여 106%에 달하였음에도 전체 세대의 44%인 약 700만 세대가 집이 없는 반면, 전체 세대의 5%에 불과한 다주택 소유자가 전체 주택의 21%나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 의원의 “주택초과보유 제한법”은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소유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쫓아다니는 격이다. 소유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초과보유’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초과소유를 과연 금지시킬 수나 있긴 한 것인가? 너무나 어렵고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로소득이 생기는 한 경제주체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법망을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할 텐데, 국가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세 번째 대중영합주의적인 면은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분양원가를, 민간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공동주택에 확대하고 세부항목을 자세히 공개하도록 하는 고강도 처방”을 하고,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게 되진 않는다. 아무리 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85.9%가 되었다 해도 이것은 투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원가를 유리알처럼 공개하면 소비자들이 분양가에 얼마나 거품이 끼어있는지 알게 되겠지만, 또한 거품 때문에 발생했던 건설 부패나 특혜 시비는 사라지게 되겠지만,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고 전매금지나 환매조건부를 덧붙이면 신규분양주택이 기존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만, 97%의 기존주택과 다른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한 투기는 막을 수 없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97%에 달하는 기존주택과 모든 부동산에 적용할 대책이 없다
그렇다. 노 의원의 토지공개념에는 97%의 주택과 모든 부동산에 적용할 정책이 너무나 빈약하다. 3%에 달하는 신규분양주택을 가지고 97%의 주택을 좌우할 수 없다. 주택시장에서 신규분양주택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3%에 대한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의 표현처럼 “코끼리의 코를 붙잡고 흔들면 코끼리가 공중에 들려 흔들릴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부동산 투기는 토지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한다. 불로소득이 안 생기면 토지는 자연스럽게 ‘이용의 대상’이 된다. 소유한 사람이 알뜰하게(economically),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하려면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높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토지보유세 강화’를 핵심수단으로, ‘양도소득세ㆍ개발이익환수제 강화’를 보조수단으로 하여 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투기는 사라지게 되고 전체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화된다. 또한 세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다른 세금을 감면하면 경제 전체는 활성화된다.
시장을 존중하지 않는 노 의원의 토지공개념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필자에게 “부동산은 대표적인 ‘시장실패의 영역’이다, 따라서 부동산에는 소유제한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써도 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기만 하면 소유제한이나 범죄수익 몰수와 같은 반(反)시장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은 쓸 필요가 없어진다. 이익이 별로 생기지 않는데도 소유하고 있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유의 여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다. 정부가 일일이 소유목적인지 투기목적인지 알려고 할 필요가 없고 알 수도 없다.
그러나 노 의원의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보면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두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정책은 공공이 시장에 개입하여 부동산의 소유와 이용을 제한하고, 주택은 공공이 지어 임대하는 것에 방점을 찍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토지공개념은 얼마든지 시장 친화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토지공개념을 적용한다고 해서 전 국민이 다 내 집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어도 시장을 통해서 집을 구입할 수 없는 계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계층에게 복지 차원에서 저렴한 임대료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줘야 한다. 공공은 바로 이런 데 개입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고 임대주택을 무조건 확대시키자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ㆍ중ㆍ동과 사투를 벌여야
노 의원은 지난 1월 24일자 보도 자료를 통해서, 대통령이 집값상승에 대해서 언론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에 대해 “집값 폭등으로 내 집장만 꿈을 접은 서민들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대통령의 ‘언론 탓’에는 지나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어떤 경우에는 세운 정책을 또 다시 후퇴시키기도 했다. 다시 말해, 정부의 잘못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칭’ 보수언론의 부동산 보도를 주위 깊게 살펴보면 대통령의 그런 탄식도 이해해 줄 만한 구석도 있음을 알게 된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토지정의시민연대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공동으로 근 10개월 동안 언론의 부동산 보도에 대한 모니터 활동을 계속 해 왔는데, 그 결과 우리는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서 조ㆍ중ㆍ동은 ‘또 하나의 정부’, 혹은 ‘강력한 독립변수’임을 알게 되었다. 이 신문들의 보도행태는 너무나 악의적이다. 다른 어느 시장보다도 부동산 시장은 ‘심리’ 혹은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해악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면 그동안 <민언련ㆍ토지정의>가 공동으로 발표한 언론비평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필자가 이런 지적을 하는 이유는 노 의원이 부동산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조ㆍ중ㆍ동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조ㆍ중ㆍ동의 보도 태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레토릭에 의존한 정치는 한계가 있다
강병익 연구위원이 말하듯 노 의원이 “지명도 있는 대중정치인으로 인지되고 있는 데는 그가 구사하는 ‘언어의 힘’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p. 92). 그러나 그 ‘화려한 언술’을 담을 만한 내용이 없다면 그것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못할 것이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넣자는 주장, 좋다. 그러나 함량미달의 정책수단이 담긴 토지공개념은 ‘짝퉁’일수밖에 없다. ‘짝퉁 토지공개념’에 아무리 그럴싸한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덧입힌다 해도, 아무리 해학적인 표현을 섞어 넣어 대중적 인기를 얻는다 해도, 결국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토지공개념에 대한 노 의원의 보다 진지한 접근을 기대한다.
돋보이는 총론, 부족한 각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③]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주목할 만한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들
참여정부가 집권한 기간 동안 줄곧 계속된 부동산 가격 앙등과 이에 대응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국민들은 대체로 공통된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사회의 최대 고질(痼疾)이라는 점과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2007년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 자명한 지금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천명하는 대선주자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자칭, 타칭의 대선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백가쟁명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대선주자로는 단연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원이 눈에 띈다.
먼저 김근태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살펴보자!
김 의원은 2006. 2. 24일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소유의 양극화”라며 “현재 입법 추진되는 각종 부동산정책이 시장의 강력한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공개념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부동산 공개념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1%가 50%의 토지를 소유하고, 5%가 83%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 구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양극화 문제의 해소는 물론, 기업경쟁력 강화, 국가자산의 건전화 등은 요원한 숙제가 된다. 토지는 한정된 자산이다.”라며 토지공개념 개헌을 주장했다.
즉 김근태 의원은 부동산 문제를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이자 기업경쟁력 약화 및 국가자산의 부실화의 원흉으로 적시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토지공개념 개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김 의원은 2006. 5. 4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울화가 느껴진다. 많은 분들이 잘해달라, 부동산 투기 안 된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것이 부동산 투기이다. 5% 국민이 80% 부동산 소유,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박탈감 대단하다.”라고 토로한 후 “(부동산 투기가)토지가격 상승시켜 지대를 임대료로 지불된다. 원가를 높여 경쟁력 떨어뜨린다. 땀 흘려 일할 필요 없다는 분위기 확신 시킨다.”며 부동산 문제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조목조목 적시하고 있다. 심지어 김근태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부동산은 한국 사회를 파괴한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무릇 모든 문제는 그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문제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있는 김근태 의원의 태도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봉책이나 몇몇 미시적 대책에 의존하지 않는 것도 칭찬할 대목이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김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토지공개념 개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있어서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제시 측면에서 김근태 의원이 자칭, 타칭의 대권주자들 중에서 돋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여기서 멈춰선 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과 사회적 해악에 대한 인식은 곳곳에 보이지만 정작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문제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특히 토지-의 소유 및 처분을 통한 불로소득의 사유화이다. 물론 참여정부 들어서 부동산 문제가 한결 악화된 데에는 저금리 등도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 이라기보다는 부동산 문제를 훨씬 심화시킨 요인으로 보는 것이 옳다.
결국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부동산-특히 토지-의 소유 및 처분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의 사적 전유(專有)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올바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 만약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피력하는 동시에 부동산 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실행 수단은?
김 의원에게 아쉬운 것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만이 아니다.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내세운 대안에도 허술한 대목이 너무 많다.
그는 언론을 통해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부동산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안으로 수 차 제시했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까지 고려해야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은 자신이 주장한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실천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말한 바 없다. 즉 김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천명한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은 선언만으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김 의원이 분양원가 공개나 환매조건부 분양 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김 의원 스스로도 분양원가 공개나 환매조건부 분양이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핵심적 정책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코노미 21 2007. 2. 26자 기사를 보면 김 의원은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본적 정책 골격은 이미 다 제시돼 있다. 이런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집행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론 부동산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위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추정컨대 김 의원은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정책수단들을 참여정부가 이미 다 내놓았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운데 김 의원이 천명한 바 있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핵심적 정책수단으로 취할 만한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이 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주창한 바 있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의 정책 수단이 무엇이고 왜 그런 정책수단을 택했는지를 국민들에게 밝히는 게 옳았다.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대안으로 내놓는 건 좋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수단이 뒷받침 되지 않는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라 할 김근태 의원의 부동산 정책이 주로 레토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현실에 착근된 구체적 대안 없이 추상적 담론에 의존하는 진보개혁주의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돼 영 입맛이 씁쓸하다.
토지공개념 개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
또한 김근태 의원은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개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담은 최고규범이라 할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김 의원이 석연히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김 의원이 주장한 토지공개념 개헌이 국민들에게 널리 수용되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에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헌법에 명시해야 하는 이유와 효과 그리고 과거에 도입되었던 대표적 토지공개념 정책들-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제, 개발부담금제)-과 자신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이 어떻게 다른지가 조목조목 설명되었어야 했다.
그와 같은 설명이 생략된 채 제기되는 토지공개념 개헌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실기(失機)의 달인으로 만족할 것인가?
돌이켜 보면 김근태 의원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마다 실기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부동산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만약 그가 진즉에 시장 친화적 부동산 공개념 혹은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안으로 천명하며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정책수단들을 제시했다면, 그리고 청와대와 여당에 이를 관철시키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면 대선주자로서의 그의 위상이 지금과는 사뭇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아주 늦지는 않았다. 김근태 의원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김 의원이 실기의 달인으로 만족할 것인지, 미래를 책일 질 정치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될 수 있을지는 오로지 김 의원 자신에게 달려있다.
부동산값 폭등해도 시장 원리에 맡기라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④] 이명박 부동산정책, '프로'면 프로다워야
전강수(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거침없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기주장을 펼칠 때도 이 전 시장은 거침이 없다.
2005년 6월 8일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군청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이틀 뒤에는 "뒷다리가 긴 산짐승을 잡으려면 내리막길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지 온 산을 무조건 헤맨다고 잡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처럼 전문적인 부분을 모르면 몇 날 며칠 온 산을 헤매도 사냥을 할 수 없는 법"이라며 정부 정책의 '전문성 부재'를 질타했다.
2006년 11월 21일에는 "정권이 바뀌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젊은 부부들에게 집 한 채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호언장담했고, 12월 7일에는 "1가구 1주택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거침없는 주장은 이명박 전 시장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모든 국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 전 시장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아마추어리즘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이 '프로'임을 강하게 시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전 시장이 밝힌 부동산 정책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보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 할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으며 그를 프로라고 부를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
이명박 전 시장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을 정책의 일관성 상실에서 찾는다. 그리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고 하면서도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정책을 펼쳐 결과적으로 전 국토를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도 한다. 모두 옳은 말이다.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 이해 못해
그렇다면 그의 부동산 투기 대책은 무엇일까? 이 전 시장은 최근 <이코노미21>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는 시장 개념과 복지 개념 등 이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대신 복지적 측면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가진 사람이 더 좋은 아파트로 가겠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되, 집없는 사람들에게는 복지 차원에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투기가 일어나서 부동산값이 폭등하더라도 투기 대책 따위는 시행하지 말고 그냥 방임하라는 것 아닌가? 부동산 시장이 일반 재화 시장과 동일한 성격을 갖고 있다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방임하는 것이 옳다.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시장의 자기조절기능이 작동-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은 증가한다-해서 조만간 균형에 도달하고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일반 재화 시장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투기가 일어나서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공급을 증가시키기가 어렵다. 더욱이 일반 재화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어드는 데 반해,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는 가격이 상승할 때 더욱 팽창한다. 투기가 가격 폭등을 부르고 가격 폭등이 다시 투기를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컨대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릴 때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기는 시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소진되지 않고 가격을 계속 폭등시켜 경제의 다른 분야에 타격을 가한 후에야 비로소 사라진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개입해야 한다. 정책의 초점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두어져야 한다. 가격이 상승할 때 감소하지 않고 거꾸로 증가하는 속성을 갖고 있는 투기 수요를 제거하고 나면, 시장은 정상화되고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도 비로소 작동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으로는 세금정책과 금융정책이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하면 투기 수요는 억제된다. 금리를 인상하거나 주택 담보 대출을 규제해도 투기 수요가 억제된다. 그런데 양도세 강화는 동결효과를 낳고 금리 인상은 거시경제를 침체시킨다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보유세 강화 정책과 미시적 금융대책(즉 DTI 규제 등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을 적절히 결합하여 이를 위주로 부동산 투기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보유세 부담이 극도로 낮아서 투기적 이익의 획득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곳에서는, 보유세 강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투기 수요의 억제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투기는 방임하되, 집없는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집을 지어서 공급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헌법이 일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듯 국민이 집을 한 채씩 가질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내놓는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방임할 경우 국민이 집을 한 채씩 가질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이다. 집값 폭등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최대 원인이다. 이를 그냥 두고 전 국민이 집을 한 채씩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주택을 공급한다니 말이 되는가? 정부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금정책에 대한 오해 심각
이 전 시장은 '부동산 시장 방임론'을 믿고 있어서 그런지, 세금정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2006년 1월 20일자 <매일경제>에 보도된 대담 기사에서 그는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하고 있다. 2006년 11월 21일에는 "아파트 값을 세금으로 잡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 전 시장이 세금정책만 가지고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서 세금정책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건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세금으로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 키운다는 사실이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한 걸 보면, 그의 생각은 후자 쪽인 것 같다.
세금 정책만 가지고 투기를 근절할 수 없음은 물론이지만, 보유세와 양도세를 통해 투기적 이익을 차단·회수하지 않으면 투기 억제가 엄청나게 어려워진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보유세 부담이 극도로 낮다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세금정책은 투기 근절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아파트 값을 세금으로 잡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투기 이익의 환수 장치가 취약해서 투기가 발생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투기 이익 환수를 위한 세제 강화가 논의되거나 추진되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세를 도입한 이래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이 그랬고, 1980년대 말 엄청난 투기 광풍에 휩싸였던 일본의 부동산 정책이 그랬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에서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투기대책도 부동산 조세 강화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2005년 미국에서도 대통령 산하 세제개편위원회에서 부동산 거품에 대한 대책으로서 양도소득세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보수 언론의 '보유세 전가론'과 '서민피해론' 답습
이 전 시장은 보유세 강화 정책의 무용성을 입증하고 싶었던지 그동안 보수 언론들이 즐겨 사용해 온 '보유세 전가론'과 '서민피해론'을 답습한다. 예컨대 그는 <이코노미21> 인터뷰에서 "급격한 세금 인상은 매매가격에 전가돼 부동산 시장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전세가격을 부추겨 결국 '없는 사람들' 이른바 서민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에게는 주택 소유자가 전능한 존재라고 여겨지는 모양이다. 보유세가 인상되면 그것을 바로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이런 가정을 따르면 주택 소유자들은 보유세가 인상되기 전이라도 전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마땅한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보유세의 전가는 이 전 시장이 생각하는 대로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택 임대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진다. 소유자가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므로 서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식의 조악한 보유세 전가론은 보수 언론들이 국민들의 눈을 가릴 목적으로 개발한 억지 논리임에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좋은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특정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세를 취해서는 안된다. 보유세 강화 정책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오랜 숙제였다. 이 정책이 그동안 시행되지 못했던 것은 부동산 부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대한 과제임에도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인해 미루어져 왔던 정책에 대해 국가 지도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나도 불평 안 하고 (종부세...인용자) 냈다"고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지적 주택 공급정책의 구체적 실행 방안 제시 안돼
이명박 전 시장이 집없는 사람에게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주택을 지어서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처음 한 것은 지난해 11월경이었다. 엄청난 정책을 발설했으니 국민들이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전 시장은 발설 당시에 "특별한 노하우이기 때문에 지금은 전략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후 4개월이 지났지만 실행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도 전략상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인가?
사실 집없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공공임대 주택의 확충과 환매조건부 및 대지임대부 주택의 공급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있었고 이미 일정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상태다. 이명박 전 시장이 이런 논의를 능가하는 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아무튼 속히 실행 방안을 밝히기 바란다.
이 전 시장은 신도시 개발에 반대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새로운 투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그 대신 강북의 재개발이나 강남의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 시내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신도시 개발과 기존 도시 재개발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꼼꼼히 따져볼 문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투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기존 도시 재개발에도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신도시 개발이든 기존 도시 재개발이든 중요한 전제조건은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 차례의 집값 폭등은 모두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신도시 개발이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발표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전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서는 개발이익 환수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은 정책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이명박 전 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프로의 정책'이라 하기에는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을 준다.
"프로가 프로다워야 프로지!"
이명박 전 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검토하는 중에 필자의 머리 속에 불쑥 떠오른 생각이다. 부디 지금부터는 감춰두었던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한 정책들을 국민들 앞에 펼쳐보이시기 바란다.
문어발식 정책으로 부동산 잡겠다고?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⑤] 천정배 의원 부동산정책은 '종합선물세트'
고영근(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천정배’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마도 인권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주도, 3선 국회의원, 전 법무부 장관, 노무현 대통령과의 끊을 수 없는 애증(愛憎), 최근 한미FTA반대 단식투쟁 등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깔끔하고 화려한 경력과 함께 개혁적인 이미지로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천정배 의원의 소개는 이쯤에서 끝내고, 이제 그의 부동산정책은 얼마나 ‘개혁적’이고 ‘깔끔한’지 한번 짚어보기로 하자.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기하기 위해 의원실에 부동산정책에 대한 자료를 문의해 보았으나, 한미FTA반대 단식투쟁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의원실의 대답은 “부동산정책 자료를 따로 만들어 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으나 자료를 따로 만들어 둔 것은 없고,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과 천정배 의원이 했던 부동산대책 토론회 등이 전부라는 게 대답이었다. 대선이 올 12월로 코앞인데, 아직도 이렇다 할 부동산정책이 확실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얻기에는 미흡한 것 같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로드맵, 정책방향 및 구체적인 정책수단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 관련 발언과 함께 천 의원이 개최했던 부동산대책 토론회, 그가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에서 발표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그의 부동산해법을 평가하기로 한다.
개혁적인 이미지만큼 그리 개혁적이지 못한 부동산정책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평가를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이렇다. 천정배 의원의 깔끔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만큼 그의 부동산정책은 그다지 깔끔하고 개혁적이지 못하며 근본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정배’ 하면 뭔가 근본적이고 화끈한(?) 부동산정책이 있지 않을까 필자가 미리 기대해서였는지 몰라도, 그의 부동산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부동산문제의 ‘뿌리(根)’와 ‘근본(本)’을 흔드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못 된다. 즉, 모든 부동산이 뿌리박고 있는 근본인 토지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동산문제라고 하면 아파트 ‘건물’이나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모든 부동산문제의 본질은 사실상 부동산의 위치와 공간을 제공하는 ‘땅’에 있다. 건물도 공간을 제공한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땅이 없는 건물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에나 나오는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천공(天空)의 성(城) 라퓨타’밖에는 없을 것이다.('라퓨타(Laputa)'란 원래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하늘의 도시를 뜻한다). 이러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땅’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부동산문제의 핵심은 제대로 손대지 않은 채,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뜬 구름 잡는 허공만을 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천정배 의원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열린우리당 탈당파 모임인 민생정치준비모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로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공개 등을 통한)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즉,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공공주택확대를 통해 서민주거복지를 보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그러면서 일면 보유세의 강화도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분양가 인하와 공공주택확대에 부동산정책의 방점이 찍혀있다. 그리고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에서 특기할 점은 부동산문제를 국가 전체 경제의 차원이 아닌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경제 차원 아닌 복지 차원에서 부동산문제를 접근
천정배 의원이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이 지난 3월 22일 부산에서 개최한 제3차 정치토론회 자료를 보면, 천 의원은 ‘민생평화개혁을 위한 비전과 정책, 대통합신당의 추진방향’이라는 글에서 ‘사회적 대연대를 통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부동산 부문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면, 천정배 의원은 “보편적 복지로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며 수행과제 중에서 ‘공공주택의 공급확대와 집값 안정 등으로 주거복지를 확립’하겠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리고 천정배 의원이 지난해 11월 16일 개최한 부동산대책 토론회 자료를 보면, 천정배 의원은 토론회의 인사말을 통해 “당장의 근시안적인 해결책보다는 근본적으로 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실질적인 서민주거복지 확립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을 살펴보면, 천정배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시스템을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개편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고, 재정경제부 주도의 부동산정책 결정에 보건복지부의 참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점을 미루어보면 천정배 의원은 부동산문제를 주로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거권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리만큼 우리나라의 부동산문제는 심각했고 지금도 심각하다. 이제는 부동산정책을 주거복지의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부동산 특히 토지는 우리가 땅에 받을 딛고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필수생존물자라는 점에서 전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천정배 의원이 종합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한편 천정배 의원의 여러 언급을 살펴보면, 천정배 의원은 분양가를 인하하고 서민주거복지를 확립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천정배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 등을 통해 신규아파트의 분양가를 인하하고, 공공주택을 더 많이 지으면 부동산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규로 분양되는 주택의 분양가를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 등을 통해 찍어 누르고 공공주택을 지금보다 더 많이 지으면 과연 기존에 미친 듯이 폭등했던 부동산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되고 투기가 없어져 부동산시장에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길까?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이, 신규주택의 분양가를 억제한다고 해서 기존에 존재하는 훨씬 더 많은 주택들의 거품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분양가를 낮추는 시도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분양가를 낮추는 것은 신규주택시장에 국한된 것이지 전체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빼는 유효적절한 수단은 아니고, 또 근본적이고 자연스러운 대책도 아니라는 말이다. 공공주택의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은 어느 정도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공공주택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도 없지는 않으며 공공주택이 그다지 좋은 주거수단과 주거정책은 아니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방식과 주택소유제한도 주장
기존의 전체 부동산시장의 거품과 투기적 가수요를 없애지 않으면서 단지 신규분양주택의 분양가만 인하한다면 이는 또 다른 양상의 부동산투기와 부동산불로소득을 용인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살기 꺼려하는 공공임대주택에 ‘게토(ghetto, 격리수용)화’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시쳇말을 빌려서 쉽게 말하자면 “돈 있는 사람들은 계속 투기해서 돈 벌 수 있도록 놔두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살 수도 없는 개집하나 던져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분양가인하와 공공주택확대 외에도 자신이 속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의 회원인 이계안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매조건부 분양방식도 찬성하고 있다. 환매조건부 방식이 형식은 다르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 공공임대주택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천정배 의원의 주택정책은 주로 공공주택을 선호한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천정배 의원은 투기불로소득에 대해 철저한 중과세와 함께 부동산임대소득의 과세체계 정비, 다주택수요 억제, 주택담보대출제한 등도 문어발처럼 다양하게 주장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보유세 중과에는 찬성하는 편이다. “투명한 거래를 위한 제도는 지속적으로 추진해 정착시키는 한편, 거래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추어 가고 보유세는 세부담의 형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천 의원의 언급을 보면 알 수 있다. 보유세는 현실화 시키고 거래세는 낮추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주택소유의 제한까지도 찬성하고 있는데, 이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그가 주장하는 주택소유의 제한이 전체 국민의 1가구1주택 보유가 아닌 “버블세븐 지역 등 투기가 극성스러운 지역은 한시적으로 주택소유를 제한하는 방안(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제한) 등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규제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역시 현실정합성과 실현가능성 등의 문제에 있어 여의치 않고 그다지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이다.
주택소유제한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주자평가 두 번째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할 때 이전에 자세히 설명하였으니 그 글을 참조하기를 바란다. 여기서는 주택소유의 제한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말로 짧게 천정배 의원의 주택소유제한정책의 평가를 내리고 싶다.
보다 근본적인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에 방점을 찍길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천정배 의원의 부동산정책은 주로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를 통한)신규주택의 분양가인하 및 공공주택의 확대 등이 핵심을 이루면서, 환매조건부 분양방식과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인하, 주택소유의 제한, 주택담보대출제한 등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가 있다. 이중에서 부동산문제의 핵심인 토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원리에 가장 가까운 것을 굳이 하나 들라고 하면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환매조건부 방식도 토지의 공공성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환매조건부 방식은 토지임대부 방식과 함께 결합될 때 더욱 유의미하고 효율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천정배 의원은 한때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언급한 적도 있었다. 지난 2006년 12월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보면 천정배 의원은 “주거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분양을 도입해 1%만 적용하면 무의미한 것 아니냐. 공공 부문에서 이윤이나 차액을 남기는 것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천정배 의원의 생각은 그 이후에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부동산정책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살짝 언급하다가 다시 입장을 바꾼 천정배 의원의 후퇴가 아쉬울 따름이다.
또한 지난 2월 21일 한겨레신문에 천정배 의원이 기고한 칼럼을 보면, “우리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보수세력의 비판에 부딪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집값은 폭등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헌법 제122조는 토지공개념을 표현하고 있으며 헌법 제35조 제3항은 주거복지의 취지를 담고 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가가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편 외국의 사례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뒤늦게 헌법정신과 외국의 사례를 깨닫고, 최근에야 1.11 조치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일부 도입하였지만, 너무도 때늦은 감이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는 온데 간데 없고,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해 집값이 폭등했다는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 헌법에서 토지공개념과 주거복지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국가가 얼마든지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펼 수 있다는 논리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이 토지공개념을 지지하고 있다는 말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에 비춰보자면 우리나라 헌법의 토지공개념 표현은 사실상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형식적인 선언일 뿐이다. 헌법에 시장 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원리를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만들어도 다시 무너질 수 있으며, 끊임없이 제기되는 위헌논란과 이데올로기 공세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천정배 의원이 이러한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천정배 의원은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무엇은 취하고 무엇은 버려야할지 심사숙고하여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정책방향이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핵심은 부동산문제의 근본원인인 땅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사전에 미리 차단하거나 아니면 사후에 환수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시키고, 부동산거래와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을 동시에 감면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토지의 공공성을 확대해 가면서, 부동산을 ‘소유’와 ‘재테크’가 아닌 ‘주거’와 ‘이용’의 차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올해 대권을 잡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부동산을 잡아라! 이러한 당부는 천정배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대선주자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소유제한이 미덕? 안경을 벗고 다시 보라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⑥]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참여정부 임기 내내 지속된 부동산 투기 및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 앙등은 국민들의 큰 근심거리였다.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당에 정치인들이 무심할 수는 없는 법. 특히 대권을 꿈꾸는 여야 정치인들은 한국사회의 고질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백가쟁명식의 해법을 내놓았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그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 대부분이 총론을 제시하는데 머무르거나 몇몇 미시적 대책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선주자들 가운데 총론과 각론 양면에서 돋보이는 부동산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다.
'부동산 문제가 양극화의 원흉'... 지적은 옳다
심 의원은 지난 1월 12일 <경향신문>과의 대선주자 인터뷰에서 양극화 해법으로 '자산 재분배'를 천명했다.
"국민들께 소원이 뭐냐고 여쭤보면 내 집 장만하는 것, 내 자식 잘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민들이 24시간 이것을 위해서 일하고, 이것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저는 대한민국 경제를 '자산 주도형 투기경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제 소득 재분배를 넘어 자산 재분배를 체계화해야 한다.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부동산 자산, 투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금융자산, 부의 대물림을 가져오는 교육자산 등 자산 주도의 투기 경제에서 자산 재분배를 이슈화하려고 생각중이다. 각론은 차차 밝히겠다."
물론 금융자산과 교육자산도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부동산 문제를 서민들의 삶을 옭죄는 주범으로 적시하며 문제 해결을 주장한 심 의원의 주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칭 타칭의 대선주자들 가운데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상정 의원을 여타 대선주자들과 구별 짓는 것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심 의원의 문제의식이 아니라 정책이다.
심상정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얼개는 그가 2005년 6월 1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재정경제부 업무보고 때 한 질의 요지에 잘 요약돼 있다. 살펴보면,
[부동산 문제 진단 1 : 공급 측면] 공공적 부동산 공급체계 구축, 정부 국책개발사업 공영개발, 시급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건설
[부동산 문제 진단 2 : 수요 측면] 거품 유발하는 투기수요 근절, 투기수요 유발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 금지 및 실수요자에 주택 제공
[부동산 문제 진단 3 : 개발이익환수 측면] 취약한 부동산세제 전면 강화, 개발이익 전면 환수
질의요지를 꼼꼼히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심 의원은 공급과 수요, 개발이익 환수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을 사고하고 있다. 위의 정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고 풍부해지고 있다.
공공택지에는 공공주택만을 건설하고 그 공급방식을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으로 한다는 주택법 개정안, 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계층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충(전체주택의 20%수준), 종부세를 부동산부유세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이 이를 증거한다.
공급과 수요, 개발이익 환수 등을 아우르는 정책들
심상정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1%의 국민이 사유지 57%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주택 공개념에 근거해 일정한 소유 제한을 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향신문> 1월 16일자 기사)"
"보다 근본적으로는 개헌을 해서라도 토지·주택공개념을 도입해서 땅과 집에 대한 극소수 부유층의 독점적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 (<이코노미21> 1월 29일자 기사)"
하긴 심 의원의 주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토지에 대한 소유편중도가 워낙 악성이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2005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땅부자 가운데 상위 10%(약 500만명)가 차지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98.3%이며, 상위 1%(50만명) 소유의 땅은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소득분포나 자산분포의 편중도를 표시하기 위한 지표로서 지니계수를 사용한다. 지니계수의 값이 1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높고, 0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상기 정부의 통계를 기초로 하여 토지 소유 세대만으로 지니계수를 계산하면 면적 기준으로 0.811, 가액 기준으로 0.644가 되고,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세대까지 포함하여 계산하면 지니계수 값이 더 커져서 면적 기준으로 0.887, 가액 기준으로 0.787이 된다. 이 때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는 민유지를 가리킨다.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김윤상 교수 계산)
우리나라 소득분포의 지니계수가 0.3 전후이고, 금융자산 소유분포의 지니계수가 0.6 전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토지소유 분포의 편중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5.9%로 집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자가 보유율은 간신히 60%를 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소수의 사람들에게 주택 소유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신규 공급된 주택 586만 채 중 54%만 집 없는 사람의 내 집 마련에 쓰였고 46%는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의 집 사재기에 활용됐다. 또한 전체 가구의 1.7%인 29만 세대가 집을 5~20채씩 차지하고, 최고 집부자 열 명이 가진 주택수가 5500채가 넘는다. 또 100대 집 부자에 들려면 최소 57채의 주택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공개념을 소유제한으로 이해하는 건 아쉬워
통계를 보면 심 의원이 토지 및 주택 소유 편중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및 주택에 대한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소유제한을 중심으로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다음과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① 첫째, 심 의원은 토지 및 주택 소유의 편중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언지를 간과하고 있다. 사람들이 심심해서 토지 및 주택을 사모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토지 및 주택이 소수에게 편중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이를 보유하거나 처분할 때 생기는 불로소득(특히 토지)의 존재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및 주택의 소유편중 현상을 막으려면 토지 및 주택을 보유하거나 처분할 때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해야 한다. 그런데 심상정 의원은 토지 및 주택 소유를 제한할 의욕만 충만할 뿐 정작 부동산 소유 편중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언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005년 7월 심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개정 등 보유세 강화는 마땅히 필요한 것이지만, 근본대책은 제쳐두고 몇 가지 세제를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미봉책으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그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 및 환수에 가장 효과적이라 할 보유세의 존재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② 둘째, 심 의원은 토지와 주택을 구분하지 않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경제학의 관점으로 볼 때 토지와 건물은 전혀 다른 재화이다. 토지는 자연의 선물인 반면 건물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토지는 공급이 제한된 반면 건물은 그렇지 않으며 토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증가하지만 건물은 감가한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발생한다. 유감스럽게도 심상정 의원은 이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공개념의 적용대상은 토지에 국한되어야 한다.
③ 셋째, 심 의원이 주장하는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은 반시장적이며 위헌 소지가 크다. 만약 토지 및 주택에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공개념을 적용한다면 토지 이용 상의 애로, 주택 전세 시장의 급격한 축소, 신규 주택의 공급위축,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등의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토지 공개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는 달성할지 모르나 이를 상회하는 부작용을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은 사유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를 원인으로 위헌 결정을 받았던 택지소유상한제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법 재정립 필요
위에서 살핀 것처럼 심상정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수준, 부동산 정책의 총체성 등의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한 인식과 해법 면에서는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익히 알다시피, 심 의원은 청춘의 빛나던 날부터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해 살아왔다. 엄혹한 시절 국가권력 및 자본과 정면으로 대결하면서 정의를 추구해왔던 그의 삶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심 의원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다양한 체험이 그로 하여금 '소유제한이 미덕'(?)이라는 의식을 은연중에 갖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심상정 의원 역시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한 인식과 해법에 관해서 민주노동당이 기존에 지녔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해 매우 아쉽다.
무릇 기존에 고수해 왔던 관점을 재정립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심상정 의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심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마음이 있다면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부터 벗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심 의원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하기를 기대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문제? 나무 말고 숲도 보라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⑦]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조영민(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근로소득세 폐지'로 요약되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얼핏 보기에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더욱이 부동산 정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이 보인다.
본 대선후보 부동산 정책 논평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마지막 대상은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이다. 마지막 대상으로 그를 선택한 것은 부동산 정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보이는 '근소세 폐지' 공약과 그와 관련된 일련의 정책 때문이다.
근로소득세 폐지, 부동산 정책과 깊은 관련
지난달 <이코노미21> 인터뷰(대권주자 경제마인드 대해부 원희룡편, 2007년 3월 5일자)는 원 의원의 부동산 문제 인식에 대한 핵심을 보여준다.
원 의원은 양호한 거시경제지표에도 서민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나쁜 이유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출기업·금융기업 등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반면,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성장 동력'을 잃었고 호황을 함께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요지로 답변했다.
이와 함께 "이처럼 끊어져 있는 경제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구조적으로 '새로운 틀'을 구축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상황은 열심히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 부동산 투기 등 불로소득이 훨씬 큰 시대다"며 "누가 일하고 싶겠는가, 누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도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는 사회의 건전한 의식이 마비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런 문제점을 하루빨리 시정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대기업-중소기업의 끊어진 '고리'를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한국의 기업구조를 진단했다.
구조적으로 경제에 '새로운 틀'을 구축하기 위한 실마리를 부동산 투기 등 불로소득의 문제에서 찾은 것이라고 하겠다.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 원 의원이 가장 적극적
재차 이어진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선결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는 질문에 대해 "불로소득을 생산부문으로 돌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핵심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에 근간을 둔 기업구조에 대한 원 의원의 주장은 다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의식 경제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금융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들 간에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골절현상'이 존재한다.
▲핵심원인 노력소득보다 부동산 투기 등 불로소득이 만연하여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해결의 원칙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생산부문으로 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선후보들 중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문제에 대해 원 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불로소득이 경제의 효율성과 불평등 문제에 끼치는 해악은 실로 막대하나 이러한 메커니즘은 그간의 논평을 통해 충분히 제시된 것으로 사료되는 바 본 논평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아무튼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원 의원의 문제의식은 상당히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부동산 문제, 특히 불로소득 문제는 경제만 놓고 생각해 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경기, 실업, 노사갈등, 양극화, 가계 및 기업의 채무구조, 심지어는 출산에 이르기까지 경제문제 전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문제의식은 적절하나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으로서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보다 폭넓은 적용이 필요하다.
근소세, 종소세 폐지 및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적절'
문제의식이 적절하다면 이제 원 의원이 주장한 '불로소득을 생산부문으로 돌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해 보자.
지난 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매달 월급의 10%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는 제목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원 의원은 ▲서민과 연 5000만원 소득 이하 계층의 근로소득세(근소세) ▲연 4000만원 소득 이하 생계형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종소세) 폐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원 의원은, 자신이 이같은 근소세 및 종소세 폐지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은 "우리 사회를 일할 맛 나는 사회로 만들고,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원 의원의 주장대로 시행된다면 생산성이나 효율성 증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이고 타 계층으로의 파급효과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 의원이 <이코노미21>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만약 시행된다면 중산층과 서민들은 매월 월급날 10만~50만원을 더 가져가는 상황"만 생각해 봐도 그 효과를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재원 부족 우려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 필요해
다만 이 인터뷰에서 원 의원도 인정했듯이 재원 부족이 문제다. 재원 부족과 관련하여 원 의원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 상위계층에 대한 세수 확보 등'을 통해 부족분을 충당할 것을 제안했다. 근소세 등의 폐지로 발생하는 세수 부족분은 전체 재정의 2%에 불과하므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 의원이 재원 마련의 근거를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서 찾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선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 보유세가 경제 활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경제를 왜곡, 교란하는 등 해악만 끼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제거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즉, 경제 활동에 부담을 주는 근소세, 종소세 등을 크게 감면하는 대신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적절히 차단하는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이 용수철과 같은 탄력을 받을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형평성 측면에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가장 악성인 불로소득에 과세함으로써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라는 사회적 함의를 담아 낼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근로의 대가에 부과하는 근소세나 종소세를 대체하는 수단으로써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과연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상위계층에 대한 세수를 확보하는 것으로 세수부족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 있다. 공청회에서 원 의원이 이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오히려 이 같은 사실의 반증일 수도 있다.
원 의원이 세수부족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인내를 가지고 충분히 설득하지 않는다면 지난 1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국가시행분양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신혼부부 1가구 1주택 공급' 등을 거론하며 "천문학적 수치의 부담을 요구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공약을 말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용 마련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한 신랄한 비판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핵심은 토지불로소득... 재산세 일원화 주장 아쉬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 의원이 경제 문제의 중심에 부동산 불로소득이 있음을 지적한 것은 상당히 적절하다고 판단되나 부동산 불로소득의 본질이 토지불로소득임을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1월 토지정의시민연대-헨리조지연구회 공동정책토론회에서 제시한 토론문에 따르면 원 의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이미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와 더불어 토지의 활용도에 따라 과세를 달리하는 장기보유세의 도입, 재산세를 일원화(토지분 재산세+건물분 재산세)하여 부동산소득세와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원 의원이 토지분 재산세와 건물분 재산세 일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본질이 토지불로소득에 있음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데에서 기인한 듯 싶다. 혹자는 토지와 건물의 분리가 그렇게까지 중요한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종합부동산세 확립이 참여정부의 치적 중 하나임은 인정하지만 토지분과 건물분을 분리하지 않은 점은 종부세제의 결정적 오류 중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토지와 주택, 즉 건물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며, 따라서 과세에 따른 결과도 완전히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건물에 과세하면 다른 재화들과 마찬가지로 당장에 관련 경제 활동이 위축된다. 하지만 토지에 과세하면 오히려 유휴지나 저사용지가 줄어들고 최선의 사용을 촉진한다. 따라서 부동산 보유세가 타 조세에 비해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토지 보유세가 최우선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원 의원이 재산세 일원화를 주장하기보다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핵심인 토지 불로소득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유효적절하지 않을까.
주택문제 해결, 분양원가 공개만으로는 부족
원 의원은 앞서 <이코노미21> 인터뷰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이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간에 주고받는 정보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양측 모두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가 있다…(중략)…서민주택의 원가를 공개하고 싼값으로 공급함으로써, (중략) 아파트 정도는 마련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줘야 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확한 정보교환을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장 분위기만 형성된다면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대책은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한 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 의원은 주택문제와 관련, 분양원가 공개에 상당한 기대를 두고 있는 듯하다. 분양원가 공개가 주택분양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신규주택 원가를 낮추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음은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코노미21>이 중간제목으로 잡은 것처럼 '분양원가 공개가 서민의 주택마련의 지름길'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동의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서 제시한 토론문으로 돌아가 보자. 토론문에서 원 의원은 '주택은 사유재산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공공재 성격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공재인 주택에 대해 정부의 시장 조절 통제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공급물량의 2.4%밖에 안 되어 시장 조절 통제능력을 가질 수 없다. 유럽은 20~30%, 싱가포르는 80%에 이른다. 정부가 시장 조절 통제능력을 가지려면 2.4% 가지고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공공임대주택? 저소득층을 고려할 때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분명 내 집은 아닐뿐더러 조성 지구의 슬럼화를 비롯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음을 유념해야 한다. 게다가 원 의원이 지적한 사례는 딱히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를 설명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같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반값 아파트'에 가까운 '대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의 경우다.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유추하기에 원 의원은 주택문제의 해결책으로 아래의 내용 정도를 꼽는 듯 싶다.
첫째,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로 기존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둘째,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싼값에 신규 아파트를 공급한다.
셋째, 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린다.
지적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내용이다. 분양원가 공개 및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주택공급에 대한 견해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당내 반대 세력으로만 남고자 한다면 앞서 제시한 세 가지 방안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원 의원이 진정한 대안 후보로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보다 진척된 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단아' 넘어 정책대결 주도하는 '대항마'로 자리잡길
지난 1월 <아이뉴스24>는 원희룡 의원을 인터뷰하면서 '한나라당의 이단아'로 표현했다. <이코노미21>에서는 원 의원의 'DNA는 독특하다'고 했다. 그간 세간이 인정하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그가 왜 한나라당에 머무는가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그만의 판단과 근거를 마땅히 존중하고자 한다.
다만, 이처럼 '이단아'로 머무는 것이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네 삶과 직결된 여러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시행되도록 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원 의원이 더욱더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을 근간으로 당 내외 정책 대결을 주도하는 '대항마'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대선주자들, '이런' 부동산 정책을 고민하라
[대선주자 부동산정책 평가 총평] 시장· 정부 황금 분할이 해법
김윤상(토지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
지금까지 7회에 걸쳐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였다. 주자별 정책 내용은 요약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 각 주자에 대한 총괄 평가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평가에서는 각 주자가 제공한 공약 외에 평소 발언도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주자가 공약이라고 부를 수 있을 수준의 체계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후보 개인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평소 발언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취임 후 처리해야 하는 일에는 공약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다. 지금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가 대선 당시 어느 후보의 공약에도 들어 있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부동산 문제를 포함한 경제에 대한 대선 주자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경제는 경제논리로, 정치는 정치논리로’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정부는 경제에 간섭하지 말고 시장에 방임하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는 시장보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다.
방임할 것인가, 무조건 개입할 것인가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고 경제는 시장에 맡기라는 주장은 정치혐오증을 가지고 있는 국민에게 쉽게 먹혀들기도 한다. 파당적이고 부패한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원론과는 거리가 멀다. 그 이유는 첫째로, 정치는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국민생활 전체의 방향과 틀을 정하는 활동인 반면 경제는 국민생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부분은 전체의 방향과 틀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제논리는 당연히 ‘제대로 된’ 정치논리에 종속되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시장에 맡기는 것과 방임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무조건 방임하면 시장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정글이 형성된다. 자칭 ‘시장주의자’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제대로 된’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모두에게 축복을 줄 수 있지만, 강자에게만 유리한 정글에서는 부당한 양극화를 초래한다.
‘시장주의자’의 반대편에는 시장을 경시하고 정부의 규제 강화를 원하는 ‘개입주의자’가 있다. 이들은 현실 시장에서 여러 병폐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는 정부가 시장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현실 시장이 빚어내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유와 거래를 제한하자고 한다. 이런 정책을 펴면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암시장이 형성되고, 또 정부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과잉 규제와 과잉 복지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시장이란 이기적인 본성을 가진 인간이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질서이며 분산되어 존재하는 풍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러므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기는 쉽지만 거슬러 올라가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시장을 조성하여 보이지 않는 손의 축복을 누리는 동시에, 정부는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또는 시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는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시장과 정부 역할에 관한 황금분할이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 문제와 더불어 우리 국민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최대의 사회문제이자 사회 양극화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므로, 대선 주자라면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하여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제시해야할 비전의 방향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평가한 여러 대선 주자 가운데 이런 수준의 부동산 공약을 제시한 사람은 없다. 하여, 비전 제시에 도움이 될 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내용을 요약하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바탕 위에서 시장 기능을 중시하고, 정부는 시장에 적응하기 어려운 계층의 주거를 돕자는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각 후보의 공약을 평가한 글에 이미 나와 있으므로 핵심만 간략하게 정리한다.
첫째로, 제대로 된 부동산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확립한다.
◎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한다.
일반 시장은 수요와 공급을 통해 불로소득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데 반해, 부동산시장은 그렇지 않다. 이런 근본적인 결함 때문에 부동산시장에는 투기적 가수요가 늘 존재한다. 그런데 부동산 불로소득은 건물 아닌 토지에서 주로 생기므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만 드러나게 된다.
◎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해서 토지보유세를 대폭 강화한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으로는 양도소득세와 보유세가 있다. 이 중에서 양도소득세는 토지의 매각을 억제함으로써 시장을 제약하지만 보유세는 그런 부작용이 없다. 불완전한 현실 시장에서 부과되는 토지보유세는 오히려 공급을 촉진하는 적극적인 효과까지 가지고 있다. 또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면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대부분의 다른 정책은 필요 없게 되므로 시장에 대한 제약이 그만큼 줄어든다. 나아가서, 토지보유세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부동산의 경우에는 거래세를) 감면하면 시장이 더욱 시장다워진다.
◎ 시장친화적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는 개헌을 추진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에 가장 충실한 정책이지만, 시장보다는 정글을 원하는 자칭 ‘시장주의자’들과 부동산 불로소득을 계속 얻고자 하는 부동산 기득권자들이 연합하여 위헌 시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딴지걸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는 개헌을 공약하는 것도 좋겠다.
둘째로, 주택과 관련해서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이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한다.
◎ 공공이 조성하는 택지는 분양하지 않고 임대한다.
주택의 양을 늘리고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실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토지불로소득이 해소되지 않는 현실 시장에서는 실수요만이 아니라 가수요까지 등장하므로 공급의 기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추가 공급이 오히려 새로운 가수요를 촉발하여 투기의 불쏘시개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공공이 택지를 조성하는 경우에는 이를 매각하지 말고 임대하여 토지불로소득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소위 ‘토지임대-건물분양’ 또는 ‘대지임대부 주택 공급’ 방식이 이것이다.
일반 주택은 시장에, 서민 주택은 공공부문에
◎ 일반 주택 공급은 민간부분에 맡긴다.
시장가격으로 거래되는 일반 주택은 시장에 맡긴다. 토지불로소득을 적절하게 환수하여 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이 조성된다면 자연히 실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루어지게 될 터이므로, 민간 주택에 대한 정부 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여도 된다. 예를 들어,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는 부동산시장에서는 과열청약도 과다소유도 있을 수 없으므로 분양가 상한제나 소유 제한은 필요 없게 된다. 또 복잡한 주택공급규칙도 대체로 필요 없게 된다.
◎ 서민주택 공급은 공공부문이 담당한다.
주거는 생존에 필수 불가결하지만 가격이 높아 시장에서 이를 마련할 수 없는 계층이 많이 존재한다. 최저생활보장제 등 복지 정책도 있지만 그 급여액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차상위 계층도 적절한 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민의 주거는 공공이 직접 시장가격보다 싸게 공급하거나, 민간 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서민에 대해서는 입주자에게 주거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 비용은, 현재의 서민주택용 각종 재원과 주거복지 재정 외에 토지불로소득 환수액을 추가로 활용하면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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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6일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