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제9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수상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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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2005-01-10 18:04
서울--(뉴스와이어)--좋은 어린이책을 쓰고 출판하는 풍토를 가꾸고 동화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워주기 위해 창비에서 마련한 제9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수상자가 다음과 같이 선정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과 함께 오는 4월 이딸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아동도서전 참관과 유럽문화기행 혜택을 드립니다.

그동안 이 공모를 통해 창작 부문의 채인선(전봇대 아저씨), 이가을(가끔씩 비 오는 날), 박기범(문제아), 이미옥(가만 있어도 웃는 눈), 김중미(괭이부리말 아이들), 안미란(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고은명(후박나무 우리 집), 김기정(해를 삼킨 아이들), 김남중(기찻길 옆 동네) 등의 작가가 등단하거나 새로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기획 부문에서도 조은수(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편해문(동무 동무 씨동무/가자 가자 감나무), 신혜원(어진이의 농장 일기), 김성화 · 권수진(과학자와 놀자!), 최향랑(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 등의 참신한 교양서를 펴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올해는 창작 · 기획부문 모두 풍성하여 수상자를 냈습니다. 읽어보시고 널리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상식은 오는 2월 23일(수) 오후 5시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창비어린이 신인평론상’ ‘어린이 독후감 공모’ 시상식과 함께 열립니다.

제9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창작 부문: 문선이 장편동화 '지엠오 아이'
기획 부문: 유다정 '발명, 신화를 만나다'

문선이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교육대학원 졸업했다.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아버지'가 당선되었고, 눈높이아동문학상(1996), MBC창작동화대상(2000)을 받았다. 동화 '딱친구 강만기''내 친구 고슴도치''제키의 지구여행' 등을 펴냈다.

유다정
1964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한국방송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보리밭의 종다리'로 계간 '아동문학연구' 문학상, '곰돌이 공'으로 새샘창작동화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다. 어린이책 작가교실 1기를 수료했다.


심사위원
창작 부문 본심: 윤태규(동화작가),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예심: 김은영(동시인),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박숙경(아동문학평론가), 안미란(동화작가)
기획 부문 본심: 윤구병(출판기획자, 변산공동체 대표), 엄혜숙(어린이책 기획자)


창작 부문 심사평
올해에도 칠십여 명에 달하는 많은 분들이 작품을 보내주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총 여섯 편이다. 김바다의 <어깨동무 내 동무>는 동시 모음이고, 김선란의 <공깃돌>, 강민경의 <가족이 되는 두 가지 방법>, 김현숙의 <밴드마녀와 빵공주>, 방미진의 <금이 간 거울>, 문선이의 <지엠오 아이>는 장편동화 또는 소년소설이다.

이 중에 강민경의 <가족이 되는 두 가지 방법>, 김현숙의 <밴드마녀와 빵공주>, 방미진의 <금이 간 거울>, 문선이의 <지엠오 아이> 네 편으로 범위가 좁혀졌다. 네 편 모두 만만치 않은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가족이 되는 두 가지 방법>은 덴마크에 사는 입양아가 고국을 다녀가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나온 입양아 이야기들이 대개 통속적인 갈등과 화해에 머물렀던 데 비해 이 작품은 민족의 아픔과도 이어진 기구했던 삶의 결들에 깊숙이 다가서고 있다. <밴드마녀와 빵공주>는 별명만큼 소란스런 아이들의 생활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마음 속 깊이 숨겨둔 상처를 벗어나려는 두 친구의 눈물겨운 성장기다. 서로 다른 성격의 아이들이 좌충우돌하다가 서로 다른 상처를 함께 수긍하기까지의 과정이 유쾌하게 펼쳐지는데 맨 나중엔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금이 간 거울>은 집과 학교에서 받는 억압을 사람 관계 속에서 풀어내지 못하는 소심한 여자아이가 도벽에 집착하는 심리를 꼼꼼하게 그려냈다. 무엇을 훔칠 때마다 거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는 초자연 현상과 마주치는 내용이지만, 섣부른 판타지로 풀어가기보다 거울의 상징성을 통한 심리적 사실주의로 풀어간 것이 특이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지엠오 아이>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졌지만 유전자 회사의 대표로서 거의 기계처럼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났지만 아이다움을 간직한 ‘나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본마음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예견되는 미래사회의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엮어가는 솜씨라든지 위기와 반전을 통해 주제를 인상깊게 새겨 넣는 힘이 느껴져서 신뢰가 간다.

이들 네 편은 저마다 장점과 특색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미답의 영역에 도전하는 패기뿐 아니라, 다른 후보작들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허술함도 찾아보기 힘든, 빈틈없는 짜임새를 지닌 미래소설 <지엠오 아이>를 당선작으로 하는 데에 어렵지 않게 합의하였다. 본심까지 올라온 작품의 상당수가 제목 정하기에서 미숙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모처럼 미래소설을 당선작으로 내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면서, 당선작이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은 책으로 엮어져서 아이들 곁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태규, 원종찬)

기획 부문 심사평
올해 기획부문 본심에 올라온 원고는 <도깨비를 만나다> <화장실에서 읽는 똥 이야기> <피노키오와 함께 죽자살자 죽음 여행> <7일간의 수수께끼> <발명, 신화를 만나다> 다섯 편이었다. 예년에 비해 본심 원고들은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도깨비를 만나다>는 민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도깨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을 갖고 도깨비에 접근하기보다는 도깨비가 등장하는 갖가지 이야기를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반복되는 이야기를 걸러내고 원고를 추려서 도깨비의 모습과 습성을 보여주는 도깨비 정보 그림책으로 만드는 편이 좋겠다.

<화장실에서 읽는 똥 이야기>는 옛날의 똥과 오늘날의 똥을 대비시키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있었던 똥과 관계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옛날 뒷간은 생태 환경적이었으나, 요즘의 수세식 화장실은 자연을 더럽히고 있어서 이런 기획 원고를 쓰게 되었다고 필자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생태환경적인 관점이 잘 드러나기보다는 똥과 오줌에 관한 잡다한 지식을 열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관점이 잘 드러나게 원고를 구성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피노키오와 함께 죽자살자 죽음 여행>은 아이들 책에서는 그다지 다루지 않는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죽음은 왜 찾아오는가?’를 피노키오를 등장시켜 다루고 있다. 또, 죽음과 관련된 중요정보는 중간에 박스 기사에 넣어 보여주고 있다. 재미도 살리고 알찬 정보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획 원고에서 굳이 피노키오를 등장시켜야 했을까? 게다가 피터팬, 후크 선장, 웬디, 별주부와 토끼, 심청까지 등장한다. 이렇게 문학작품 속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독자에게 재미는 주지만,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정공법적으로 접근하는 지점이 약해졌다.

<7일간의 수수께끼>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누가 재산을 상속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원도는 할아버지가 낸 문제를 풀기 위하여 기하학에 몰두하게 된다. 이처럼 수학이 생활과 유리된 학문이 아니라는 관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재산을 둘러싸고 삼촌 부부가 보여주는 배금주의적인 태도라든지, 원도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만나 기하학을 익히고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기하학에 몰두한다는 설정은 그다지 적절하지 못하다. 학문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추구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원고는 재미를 추구한 나머지 기하학이라는 학문을 욕망 실현의 도구로 보여주고 있어 아쉽다.

<발명, 신화를 만나다>는 날개, 나침반, 글자, 농사, 누에치기, 불, 피리, 반지, 북 등 아홉 가지 소재를 동서양 신화와 연관하여 그것들이 어떻게 발명과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신화는 신화대로, 발명은 발명대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인문학적인 관심을 끌어낼 읽을거리가 되리라고 본다. 한 권의 책이어도 좋겠지만, 아홉 가지 소재를 하나씩 끄집어내어 정보 그림책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듯싶다. <7일간의 수수께끼>와 <발명, 신화와 만나다>는 주제를 다루는 솜씨, 문체, 재미, 기획 의도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원고였다. 그러나 <발명, 신화를 만나다>는 인간의 근원적이고 상징적인 사고를 이야기 형식으로 담은 신화에서 인간의 창조성을 드러내는 발명의 싹을 찾고 있고, 한글 · 비거 · 온실 · 풀피리 · 사물놀이 등 우리의 독보적인 발명 들을 찾아내어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동서양 신화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이 시대에 걸맞은 참신하고 독창적인 기획이라고 생각하며, <발명, 신화를 만나다>를 추천하는 바이다. (윤구병, 엄혜숙)

* 수상작은 2005년 중에 창비에서 출간합니다.

창비 개요
창비의 연원은 1966년 1월 창간된 계간 ‘창작과비평’으로 창비는 1974년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이래 문학, 인문, 사회, 교양, 아동 등 각 분야의 양서들을 꾸준히 펴내왔다. 2003년 현재 1300여 종에 달하는 책을 간행하였고, 매년 60여 종 내외의 신간을 내고 있는 창비는 독자들에게서 가장 신뢰받는 출판사로 꼽히며, 양서의 산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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