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성명-문제는 예술권력과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지역문화제도에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본질적으로 학벌사회와 비민주적인 지역문화제도에 있다. 따라서 매스는 여기에 가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시선은 신정아씨 개인에 대한 비판내지는 예술계 자정에 머무는 수준에 그치거나 대선 시기를 앞둔 정쟁으로 비화돼 본질적 문제가 외면되고 있다. 급기야 광주비엔날레 문제 당사자들이 도로 이사가 되는 등 복마전의 한편에선 웃지 못할 촌극이 펼쳐지고 있다. 신정아 예술감독 선임을 책임지고 사퇴한 광주비엔날레 이사회는 단 한차례의 간담회 및 공론장도 마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한 한편, 10명의 선출직 이사 중 4명은 신임이사로 나머지 6명은 사퇴한지 16일만에 재선임 되었다고 한다. 특히 ‘예술총감독선정 소위원회’에 참여한 인사가 이사로 재선임 되었는데, 공직이 이 지경으로 처리됐다는 소식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전 이사회와 소위 활동에 대한 평가도, 선정기준도 없는 그야말로 자의적인 선임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박광태 시장은 광주비엔날레 운영구조 개혁을 위한 나선 광주지역 문화운동단체들의 노력에 대해 ‘비엔날레를 흠집이나 내는 일부 몰지각한 세력’으로 매도하는 독단을 부리고 있기까지 하다. 광주문화중심도시라는 말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이번 사태는 비민주적인 지역문화제도가 양산한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점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함께 구조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우선 청와대와 박광태 광주시장의 개입설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시장의 입맛대로 휘두를 수 있을 만큼 취약한 민주주의 수준에서 불거진 의혹이 근거 없다고 쉽게 매도될 수 없다. 광주비엔날레 이사회는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기초한 재평가과정을 통해 전면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며, 운영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필요하다. 또한 낙후한 지역문화제도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문화제도는 일부예술권력과 시장의 독선에 의하여 구태를 양산하는 기반으로 존재하거나, 제도만 문화제도이지 지역 주민의 생활과 조우하지 못해왔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남양주세계마당극제 등 시장독선으로 인해 파행을 겪게 되는 예술사업들이 계속 발생해왔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역문화예술위원회는 대부분 위원장이 시장이고 시장의 단독적인 결정에 의해 나머지 위원들이 선임되는 비문화적인 구조에 갇혀있다.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사회적으로 드러난 지역문화제도의 문제는 단지 일부 개인의 문제이거나 예술계 자중 정도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현재의 비민주적인 문화행정이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혁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또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한 지역문화제도의 문제가 낱낱이 가려져야 하며, 그동안 잠자고 있던 몇 안 되는 개혁 법안 중의 하나인 지역문화진흥법안에 대한 논의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여야 모두 17대 국회 내내 지역문화제도 개혁을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누구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철저한 반성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바이다.
2007년 9월 1일
문 화 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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