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군인 유족에게 대법원은 ‘통곡의 벽’
현행 군내 자살처리자에 대한 국가 예우와 보상의 문제점 등을 거론하며 김호철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군의문사위) 상임위원이 18일 열린 ‘군 복무중 자살에 대한 이해와 판례분석’ 세미나의 주제 발표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른바 사회지도층 자녀와 연예인들의 병역비리가 만연한 가운데 국가안보라는 공익에 헌신하던 중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 등에 시달리다 못해 목숨을 끊은 장병과 그 유족에 대한 처우가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군의문사위와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공동 주최로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지금까지 군 자살자 예우와 관련한 법원의 판례를 군의문사 조사경험과 정신의학적 견해로 재조명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 김호철 상임위원의 발제 제목은 “군의문사 조사경험을 통해 본 현 판례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다.
“가혹행위 못 견딘 자살도 자유의지 따른 것?”
김 상임위원은 대법원이 당초 국가유공자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아래 국가유공자법) 해석에서 ‘자유로운 의지’에 따르지 않은 자살은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론 정립한 것(1999.6.8. 선고 99두3331판결)에 대해 자살 장병과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한 ‘황금의 문’이라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김 상임위원은 대다수 대법원 판례 동향과 관련 “‘자유로운 의지’에 대한 모호한 개념 해석으로 자살 장병에 대한 국가유공자 인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자살 장병의 유족들에게 대법원이 만든 ‘황금의 문’은 ‘통곡의 벽’으로 변해 있는 현실이란 얘기다.
김 상임위원은 “다수의 대법원 판결들이 군복무중 가혹행위와 자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의 일부 판결은 자해행위 요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공무와 사망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자체에 포섭시키기도 해 판결에 일관성이 없기도 하다.
‘자유의지’와 관련해 김 상임위원은 “자연과학분야에선 존재 자체가 의심되며,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이자, 완전한 ‘자유의지’와 ‘자유의지’의 전적인 부재 사이에는 무한한 단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법원조차 ‘자유의지’의 판단기준에 대해 문언적 서술을 피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법원 판례의 모순은 군내 자살처리 사건의 국가유공자 인정 여부 판단에 망인의 죽음과 공무수행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와 함께 ‘자유의지’라는 모호한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또한 김 상임위원은 군내 자살에 대한 순직 인정 기준이 일반 공무원의 공무상 사망 인정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고 역설했다.
“자살 군인 또는 순직군경 인정에 대한 국가유공자법의 규정내용이 산재보험법의 업무상재해나 군인연금법, 공무원연금법의 공무상 사망에 관한 규정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순직군경의 인정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이어 김 상임위원은 “군 자살자는 일단 헌법과 법률을 준수코자 징병에 응해 국가안보라는 공익에 헌신하던 중 생명을 잃는 희생을 당한 것”이라 전제한 뒤, “군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자살자의 국가유공자 인정은 특별한 희생을 보상한다는 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군 복무중 구타나 가혹행위 등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며 감내할 수 없는 사유로 극도의 절망감 내지 좌절감을 느껴 자살한 경우까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입법취지를 넘어선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군내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자는 일종의 고문 희생자”
폐쇄적인 군대 내에서 자행되는 구타와 성추행 등은 ‘고문방지협약’에 규정된 “피해자에게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일종의 ‘고문’이고, 왕따 등 신종 가혹행위 역시 ‘고문’의 정도는 아니더라도,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시 말해 가혹행위에 시달려 목숨을 끊은 자살자들은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문’ 희생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상임위원은 “군의문사위 진정 사건의 60%가 자살 처리된 사건”이라며 “조사활동을 통해 적지 않은 수가 국제법이 정하는 고문이나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처벌의 과정에서 정신적 외상을 입고 사망에 이르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상임위원은 “군내 자살자를 단지 군기 문란자나 의지력이 약한 일탈자로 보고 처우하는 것은 고문과 그 고문이 가져오는 영향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국제인권법적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며 대법원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홍강의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 서울대 의과대학)가 “자살의 현황과 자살행동의 이해”, 이승택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는 “군자살의 배상 및 보상에 관한 판례의 취지 및 이론적 배경”, 함봉진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운영위원, 서울대 의과대학)는 “군자살자 판례에 대한 정신의학적 고찰”이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종합토론에는 이영문 교수(수원자살예방센터장, 아주대 의과대학)와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과대학), 김경란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참여해 각 분야의 실무 경험과 연구활동에서 쌓인 의견을 밝힌다.
웹사이트: http://www.truthfinder.go.kr
연락처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언론홍보담당 이민우, 02-2021-8124, 011-809-9803, 이메일 보내기
이 보도자료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이) 작성해 뉴스와이어 서비스를 통해 배포한 뉴스입니다.
-
2007년 11월 28일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