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침과 뜸을 함께 시술하는 번침술 치료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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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학교
2005-01-26 16:30
대전--(뉴스와이어)--인조는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며느리를 죽이고 손자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잔인한 옥사를 치른 임금이다. 인조는 재위기간 내내 왕권에 대한 심한 도전을 받았는데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병의 원인이었으며 뜸과 침을 함께 실시하는 침술 치료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남대 인문과학연구소 김인숙 박사는 논문 `인조의 질병과 번침술'에서 “인조가 효험을 보았다는 번침술은 침과 뜸을 함께 시술하는 침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인조의 질병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조는 자신의 병이 저주에 의해 생긴 것으로 보고 사악한 기운을 다스린다는 `번침'(燔鍼)을 즐겨 맞았다. `인조실록'을 보면 인조가 번침을 맞았다는 기록이 빈번히 적혀있으나 번침의 시술법은 정확히 기술되어 있지 않다.

당시 번침과 비슷한 침술로는 침과 뜸을 겸용한 온침(溫鍼), 침을 달구어 사용하는 화침(火鍼) 등이 있었다. 김 박사는 “승정원일기를 보면 인조가 처음 발병했을 때 쑥뜸을 뜬 기록이 빈번하지만 번침을 맞은 후부터 뜸을 뜬 기록이 없다”며 “번침이란 침과 뜸이 결합된 형태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한의사들이 침을 놓을 때 원적외선을 쬐어주듯이 온열요법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침을 맞고 뜸을 뜬 것인지 침과 뜸이 동시에 행해졌는지 확실치는 않다고 김 박사는 덧붙였다.

인조는 인목대비의 상례를 치르면서 한쪽 몸이 마비되는 증세를 얻어 평생을 고생했다. 인조의 발병은 재위 10년(1633년), 인목대비의 서거에서 시작된다. 보통의 왕들은 상례를 지내더라도 27일이 지나면 정상적인 식사를 하였으나 인조는 발인 날까지 약 3개월 동안 절식하고 친히 곡을 하였다. 상례 도중 건강을 해쳐 신하들이 지나친 애도를 만류하였으나 인조는 이를 무시하고 지극한 효를 다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김 박사는 이를 정신분석학에서 `죽은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슬퍼하며 살아있는 사람이 자신을 극단적으로 자책하는 행위'(양가성·ambivalence)와 연결시키고 있다. 인조는 광해군에 의해 서궁에 유폐됐던 인목대비를 극진히 모심으로써 자신의 반정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성격이 급한 인목대비가 어떠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를 극진히 받들었다.

김 박사는 “미국 프린스턴대 위 잉스 교수는 남송의 황제 효종이 고종의 죽음에 대해 지나친 애도의 행위를 보였던 이유를 양가성으로 설명한 바 있다”며 “인조 또한 잠재의식 속에 인목대비를 향한 적의가 존재했으며 결과적으로 지나친 상례를 치르면서 질병을 얻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전쟁의 굴욕적인 패배와 청나라로부터 계속되는 압박, 모반과 궁정 내 저주사건 등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경직된 인조의 몸에 번침이 기혈의 순환을 도와 스트레스를 완화시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조는 청으로부터 소현세자를 임금으로 앉히겠다는 왕위교체 압박에 시달렸다. 또 궁중 내에서는 왕을 저주하는 물건이 발견돼 잦은 옥사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소현세자의 부인인 강빈을 사사하고 소현세자의 세 아들을 유배보내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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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에 위치한 한남대학교는 1956년 미국의 선교사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 교육을 통해 사랑과 봉사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설립된 중부권 최고의 명문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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