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는 한글 현판을 달아야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현판은 왕실 정궁인 경복궁의 공간 성격과 맞지 않고, 19세기 중건 때 만든 원래 한자 현판과 달리 글씨 방향도 거꾸로 되어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생각의 잘못된 점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한글 현판을 떼어 내는 일에 결연히 반대한다.
1. 한글 현판이 경복궁의 공간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한자 현판으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런 문화 유산이자 조선왕조의 가장 큰 업적이기도 하다. 바로 그 한글을 세종대왕과 학자들이 경복궁에서 만들었으므로, 한글 현판은 경복궁 공간 성격과 가장 잘 맞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문화재청이 힘써 할 일은 한글 현판을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경복궁 안에 세종대왕이 한글(훈민정음)을 만드는 자리와 모습을 복원해 놓는 것이다.
2. 19세기 중건 때와는 달리 글씨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있어 바꿔야 한다고 하나, 오늘날과 또 앞으로 후손이 볼 때는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되어 있는 게 읽고 이해하기 편하여 교육 효과가 높다. 기왕에 없어진 문화재를 복원할 때는, 그 표지나 현판을 한글로 쓰고 쓰는 방향도 오늘날 말글살이에 맞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 광화문 한글 현판이 군사 독재의 얼룩이기에 떼어 내야 한다면, 다른 한글 글씨로 써서 붙이는 방안을 찾아야지, 한자로 되돌리려는 것은 민족 정기를 훼손하는 중대한 잘못이다.
3.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써 온 것을 예로 들면서, 이 나라가 자신들의 식민지였다고 자랑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 문화 그늘에 있었던 것은, 우리 글자가 없었던 시대의 어쩔 수 없는 불행이었다. 그러나 세계 으뜸가는 앞선 글자를 만든 민족으로서, 이제 될 수 있으면 한글을 더 많이 쓰고 외국인들과 후손에게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에 한글 현판을 다는 것은 자연스런 역사의 흐름이라 할 것이다.
끝내 한자를 숭배하는 마음으로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바꿔 달려는 음모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한글의 앞날을 가로막은, 겨레 역사의 큰 죄인으로 남을 것임을 널리 밝힌다.
2005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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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0일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