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장 주먹구구식 운영

2007-10-10 09:48
서울--(뉴스와이어)--내곡 서바이벌게임장은 ‘서바이벌게임장 운영지침’을 상습적으로 위반해 왔으나, 이를 감독해야 할 서울시가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번도 지도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보건복지위원회, 비례대표)가 시로부터 제출받은 ‘재위탁 심사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이 의원은 10일 시의회 여성가족정책관 업무보고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서울시 ‘운영지침’에 따르면 1박 2일 과정의 참가 인원이 140~220명일 경우 전문지도자 11명, 진행지도자 5명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담당관 보고에 따르면, 당시 초등학생 178명이 1박 2일 과정으로 입소했지만 진행인원은 운영단체 직원 2명과 지도교관 12명에 불과했다.

이수정 의원은 “체험활동을 주시관찰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진행인원 자체가 기준에도 못미쳤다”고 지적했다. 또, 내곡 게임장은 1회 입소인원 상한선이 320명임으로 정해져 있지만 이를 상습적으로 위반했다.

협회측이 제출한 2003~2005년 운영실적을 보면 2003년 8회, 2004년 4회, 2005년 5회 등 3년간 총 17회에 걸쳐 정원을 초과했다. 특히, 2003년 9월에는 1박 2일 과정에 무려 687명이 한꺼번에 참가한 적도 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장애물 코스에는 진행요원 4명 중 3명이 다른 학교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런데 이미 내곡 게임장은 예산 절감을 이유로 당일 과정과 1박 2일 과정이 중복될 경우 하나의 과정으로 운영해 왔다.

운영협회측은 <재위탁 심사자료>에서 △ 참가인원이 100명 미만일 경우 전문지도자만 투입·진행, △ 참가인원이 350명 이상일 경우 또는 당일형과 1박 2일형이 겹쳐서 합계인원이 300명이 넘을 경우 진행지도자를 추가 투입한다고 명시했다. 버젓이 상한선 320명 규정이나 참가인원 규모별 운영인원 배치기준을 무시한 것이다.

실제 2005년 현재 전문지도자가 10명이고 진행지도자가 5명에 그쳐 최대 260~320명이 1박 2일 코스로 참가할 때 필요한 인원 총 22명(전문 16명, 진행 6명)에 턱없이 못미쳤다. 2002~2005년까지 1회당 평균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가한 점을 감안하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가장 중요한 서바이벌게임장 근무 경력이나 응급처치 자격증 등을 갖춘 전문지도자도 여전히 부족했다. 협회 측은 해결 방안의 하나로 “각 대학 청소년학과, 체육학과 등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를 구성,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시가 운영지침을 통해 최대 인원을 제한하고 운영인원 배치기준을 정한 것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것인데, 심사자료에 버젓이 이를 위반해 왔다고 고백하는데도 어떻게 재위탁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냐”고 지적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행정
뒤늦게 군부대와 합동안전점검 실시 … 수탁단체에 책임 떠넘기기 급급

서울시의 <게임장 운영지침>은 수탁단체가 “숙영지 및 프로그램 진행코소, 동선거리, 시가지전투장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 후 위험물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2005년 결산내역을 보면 시가지게임장 보수비로 1,000만원이 지원된 바 있다.

하지만 이수정 의원이 시에 2004~ 2007년 지도감독 현황 자료를 요청했으나 수탁단체들이 작성한 자체 점검 결과만 있었다. 내곡 게임장은 모든 항목에 대해 “양호”라고 기재해 있었다. 지난 8월 청소년프로그램 평가에서도 무사통과했다.

안전성 평가는 주로 숙박지, 위생, 안전대책 등으로 체험활동을 하는 시가지전투장 등은 빠져있다. 2006년 평가에서도 참가 학생들의 설문조사에서는 안전성 항목이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현장 평가팀은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8월 이뤄진 2007년 평가에서도 회계 처리 등은 지적을 받았으나, 안전성 점검은 현장평가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8일 청소년담당관은 이수정 의원실 관계자에게 “2004년부터 현재까지 지도감독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8일과 9일 시 전문가들을 투입해 뒤늦게 해당 군부대와 합동으로 서바이벌 게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이 의원은 “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용하고 지원예산도 수억에 달하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 직후 대응과 향후 대책도 문제로 지적됐다. ‘게임장 비상연락망’은 시 청소년담당관실, 보병 제52사단, 서초소방서, 서초경찰서, 삼성의료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뒤늦게 알려진 것은 축소·은폐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소년서바이벌게임장의 위탁 근거로 삼는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는 시장에게 감독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약정서를 근거로 게임장 관리·운영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운영단체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 전쟁놀이에 가장 많은 예산 투자
민간위탁 청소년프로그램 예산의 42% … 서바이벌게임 중단해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서울시 민간위탁 청소년활동사업은 총 37개인데 지원예산(국비 포함)을 보면, 서바이벌게임 사업이 총 11억 26백만원으로 전체 예산 26억 53백만원의 42.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청소년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서바이벌 게임장은 제외되어 있다. 군부대 훈련장을 장기간 이용해 사실상 수련시설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게임장의 시설, 안전 기준 등을 규정한 조례조차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금 서바이벌 게임장을 운영하는 한국청소년북서울연맹은 “현재 청소년프로그램으로 운영중인 서바이벌 게임사업을 관련 근거가 명확한 수련시설로 하여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건의한 바도 있다.

특히, 청소년수련활동협회는 재위탁심사에서 앞으로 “청소년서바이벌게임장에서 특화된 특기적성 병영특화체험학습장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청소년 중심의 신병영문화 체험기회 제공으로 국제인식 개선과 리더십 능력 배양”을 제시했다.

이수정 의원은 “협회의 계획은 단순한 놀이나 수련 프로그램의 취지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가상이라곤 해도 상대를 살상하는 전쟁놀이가 교육적으로 장려할 만한 ‘학습’이냐”며,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서바이벌게임을 중단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웹사이트: http://seoul.kdlp.org

연락처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책국장 조동진(011-784-9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