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2003∼2004년) 소비가 감소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타 OECD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기 힘들다. 소비침체 요인들이 해결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향후 점진적인 소비 회복이 예상된다. 소비침체 지속의 원인은 소비측면(3개)과 시장측면(2개)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소비측면에서는 ① 가처분소득 증가율 둔화, 조세·준조세와 경직적 소비지출 증가에 따라 소비여력이 줄어들었고 ②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신용불량자 문제, 가계부채 증가 및 부채 상환 부담으로 가계유동성이 경색되었으며, ③ 조기퇴직과 실업증가, 노후불안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 시장측면에서는 ④ 관광, 교육 등 해외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서비스 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 ⑤ 정부의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미진, 기업의 신상품 출시와 기존 상품·서비스의 가격 인하 등 대응 미흡으로 기업과 정부가 신수요 창출에 소극적인 점을 들 수 있다. 일본과 비교해 볼 때 투자축소에 따른 고용불안, 가계채무 부담 증가 등이 소비를 위축시킨 공통요인이다. 일본은 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수차례 경기·소비 진작책을 동원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거시 경제적 대응으로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며 결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조직혁신, 생산성 향상 등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다. 소비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첫째, 소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서 소비산업 육성 등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소비세제 합리화 등을 통해 가계 부담을 경감해 주어야겠다. 셋째, 서민층의 교육·주거비 부담 경감, 신용경색 해소 등 소비여력을 늘려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일자리 창출로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연금 재정비를 통해 고령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다섯째, 소비촉진 분위기를 조성하여 중산층 이상의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소비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은 신수요 창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Ⅰ. 최근 소비 동향
최근 카드사용과 백화점 매출이 증가하면서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1월 정기세일 매출이 전년대비 10% 정도 늘었고,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4년 3/4분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2004년 8월 이후 6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져 분위기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40% 이상 상승하였다. 장기간 위축되었던 소비심리도 점차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며 2004년 12월 들어 월 3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호전(통계청 소비자전망조사)되었다. 내수기업들의 업황 BSI도 12월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한국은행 기업경기조사)하였다.
소비는 지난 2년간 이례적으로 감소하였다. 해외소비, 통신, 의료·보건비, 임대료 등의 지출이 늘어난 반면, 식료품, 오락·문화 등의 지출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등 국내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해외소비는 오히려 급증하여 해외여행·유학 등의 경비로 2004년 1~11월간 약 12.4조 원(108억 달러)을 지출(2003년 101억 달러)하였다. 소득감소, 심리위축, 휴대폰 보급, 부동산가격 상승 등에 따라 소비항목별 지출액 차이가 두드러졌다. 최근 2년간의 소비 감소세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을 나타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 기간(2004년 초)에도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은 과거 가계소비증가율의 둔화는 경기하강기에만 발생하였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선진국들과 비교하더라도 계속적인 소비위축은 예외적인 사례이다. G7국가 중 독일만이 2002년 이후 민간소비가 계속 감소하였다.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 등의 구조적 어려움 하에서 소비가 위축되어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장기불황 하에서 소비가 감소했다가 최근 다시 회복되고 있다.
2005년 소비는 완만한 회복이 예상된다. 소비의 본격적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재래시장의 부진이 심각한 상태이고 백화점 매출 증가도 한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재래시장의 2004년 1/4분기 매출 전망은 前期보다 악화(전경련 2005년 1월 재래시장경기실사지수)되었고 백화점 매출 증가는 모피, 내의, 침구류, 난방가전 등이 중심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조정이 진행 중이고 조세 등 가계 부담금의 증가로 소비여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2005년 중 민간소비는 내구재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증가율 3% 내외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된다(2004년은 0.8% 감소). 근로소득세 1% 감면, 일부 품목에 대한 특소세 폐지, 정부의 재정지출 상반기 집중 등이 소비회복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Ⅱ. 소비침체 지속의 원인 진단
1. 소비침체 지속의 원인
(1) 소비여력의 감소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세 둔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증가율이 낮아져 소비여력이 줄어들었다. 소득증가율은 80년대 이래 14%를 상회했으나 1998∼2004년에는 6.5%로 급락하였다. 2003년과 2004년의 처분가능소득1) 증가율은 각각 4.5%와 4.7%에 불과하였다. 세금 및 준조세가 소득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여 국민 부담이 가중2)되었다. 조세부담률은 1999년 17.8%에서 2003년 20.5%로 크게 상승하였다.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국민부담률도 21.5%에서 25.4%로 높아졌다. 3) 직장인 10명중 8명이 급여 공제 항목 중 '국민연금'을 가장 큰 부담으로 생각4)(연합뉴스, 2005.1.24)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OECD 국가들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꾸준히 감소되고 있다.
각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1998∼2002년)(GDP대비, %)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조세부담률 19.1→19.8 22.1→21.8 17.5→17.0 30.7→29.8 22.0→21.7
국민부담률 21.5→24.4 28.9→28.9 28.4→27.3 37.2→35.9 37.0→36.2
자료: 재정경제부, '98년 OECD회원국 조세부담률(2000.11)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추계 및 세제분석 2004∼2008년(2004.11)
참고1) 통계청의 처분가능소득은 경상소득과 비경상소득을 합한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을 의미, 일반적인 가처분소득은 개인소득에서 개인소득세를 제외한 소득을 의미한다.
참고2)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추계 및 세제분석 2004∼2008년, 2004.11.26.
참고3) 국민부담률 = (조세+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 × 100/GDP
참고4)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5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임.
경직적 소비지출이 증가하였다. 교육비, 통신비 등 경직적 지출이 늘어나는 중이다. 2004년 1/4∼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 중 교육비 비중은 12.2%, 교통·통신비는 17.5%로 1997년 이래 가장 높다. 식료품비, 피복·신발비, 가구집기·가사용품비 등의 소비 비중은 감소되었다.
(2)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신용경색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2003년 이후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지만 가계부담은 여전하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0~2002년간 연평균 35%에 달했으나 2003년 이후 3%대로 하락하였다. 가계부채 잔액은 2004년 말 기준 466.3조 원으로 1999년 말(214조원)의 두 배 이상이 되었다. 가구당 빚이 1998년 말 1,321만 원에서 2004년 3/4분기 말 3,041만원으로 급증하였다.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3년 가계가 부채 상환을 늘림에 따라 소비여력이 약화되고 있다. 2004년 1/4~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당 부채상환액은 월평균64.1만 원으로 처분가능소득(월평균 271.8만 원)의 4분의 1에 근접하였고 저소득층일수록 부채상환 부담이 큰 상황이다. 2003년 소득최상위 계층은 20.4% 수준에 불과하지만 소득최하위 계층의 부채상환비율은 34.8%로 부담이 증가하였다.
소득계층별 처분가능소득대비 부채상환 비율
1996 1998 2000 2002 2003 2004.1/4∼3/4분기
전체 11.4 16.4 15.4 18.7 23.9 23.6
저소득층 13.0 26.4 22.0 24.0 34.8 24.0
고소득층 10.2 16.1 13.8 15.0 20.4 23.2
주: 도시근로자 기준. 2004년은 1/4∼3/4분기 평균
저소득 층은 소득기준 하위10%, 고소득 층은 상위10%
자료: 통계청, 가계수지동향, 2004.11
신용불량자 급증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신용경색이 발생하였다. 가계대출 급증과 부실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와 금융기관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부채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하였다. 금융당국은 2001년 이후 감독을 강화하기 시작하였고 금융기관들도 신용불량자와 연체대출이 늘어나자 동시 다발적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였다. 엄격해진 가계대출 정책으로 인해 2003년 이후 판매신용이 급감하여 판매신용증가율은 2003년 -44.5%, 2004년 3/4분기 -21.0%로 나타났다.
(3) 소비심리의 위축
소비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었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매우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2005년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가계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2004년 12월 소비자기대지수(통계청)는 85.1로 2000년 12월(82.2) 이후 최저 수준이다.
또 고용불안이 근로자의 소비심리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 조기퇴직, 실업률 증가와 취업구조 불안 등으로 인해 소비를 억제하게 한다. 외환위기 이후 조기퇴직이 급증하여 고용불안감이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의 고령근로자 비율은 OECD평균(11.5%, 2000년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16.1% 수준이다. 경기회복기에도 실업률이 오히려 높아지는 등 고용불안이 계속되었다. 실제실업률과 잠재실업률이 2002년 말부터 상승 추세이다.
저금리와 부동산가격 불안이 자산소득 계층의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퇴직자와 중장년층이 미래 소득원을 불안하게 인식하고 있다. 2004년 8월 이후 예금금리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고착화되어 퇴직자와 중년층이 노후대비를 위해 계속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월평균 소득의 10% 이상을 노후대비에 사용하는 가구가 전체의 1/45)에 이른다. 고소득 자산가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 등으로 소비를 자제하고 있다.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 과세 강화로 인해 소득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4) 과도한 해외소비
관광, 교육 등 해외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소비가 위축되었다. 해외출국자수와 관광지출액이 1998년~2004년간 각각 2배, 3배 증가하였고 초중고생 유학생은 1998년 1,562명에서 2003년 1만 498명으로 급증하였다. 외국인의 국내 여행·유학이 부진하여 서비스수지 적자가 급증하여 2004년 서비스수지 적자는 87.7억 달러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유학연수, 사업서비스 등의 적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관광수지는 2001년부터 적자로 전환하였다. 2004년 골프 등 관광수지 적자 38억 달러, 의료, 법무, 광고 등 사업서비스 적자 51억 달러, 유학 및 연수의 적자 25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레저와 교육서비스 산업은 품질 뿐만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취약하다. 국내관광 산업은 업체규모 영세, 전문 인력 부족, 차별화된 상품개발미흡 등으로 인해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각종 규제가 많아서 선택과 경쟁을 제약을 받고 있다. IMD의 교육경쟁력 평가 결과, 고학력자 비중(대학진학률 81%)은 세계 3위인데 대학교육경쟁력은 28위(2003년 조사대상국 30개)에 머물고 있다. 소비 고급화와 다양화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규제와 사회분위기도 일조하였다. 골프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골프장은 규제 때문에 포화상태이다.
<관광 및 교육수준의 국내외 비교>
관광
(국내)
제주도골프-퍼시픽(1박2일, 45만 원)
제주 완전일주(3박4일, 36만 원)
(해외)
중국청도골프(2박3일, 75만 원)
북경/만리장성(3박4일, 38만 원)
발리여행(3박4일, 33만 원)
교육
(국내)
서울대(119위)
한국과학기술원(160위)
포항공대(163위)
(해외)
동경대(12위)
북경대(17위)
싱가포르국립대(18위)
자료: 주요 국내 여행사이트
영국 더 타임스 고등교육세션(Thes)의 세계 2백위권 대학순위(2004.11)
(5) 기업과 정부의 시장창출 노력 미흡
소비침체기에 걸 맞는 수요창출 노력이 미흡하다. 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수요창출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소비가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이다. 내구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상승률이 높다. 특히 개인서비스관련 물가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금융업의 경우 신시장 창출 보다는 단기이익 확대에 치중하였고 기업금융을 기피하고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매금융에 치중하였다. 예대마진도 2002년 12월 1.98%p에서 2004년 12월 2.11%p로 확대되었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이 미진하여 신상품 출시, 기존 상품·서비스의 가격 인하 등이 부진하였다.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체감 정도는 크지 않았다.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기업들의 67%가 '별로 없다'고 평가했고,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평가한 기업도 17%에 달했다.(2004년 10월 전경련의 360개 기업 조사결과) 문화, 교육, 의료, 법률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들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어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을 제약하여 공공서비스의 경우 소비침체기인 2003년에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였다.
<불황기 IT제품의 시장팽창 요인>
내구재 중 IT제품의 경우 기업의 신상품 창출노력, 정부의 규제완화가 불황기의 시장 팽창에 크게 기여
- 평판TV 시장은 신제품 출시와 가격인하로 소비 침체기에도 급성장
· 대형 이벤트, 규제완화, 감세조치 등이 시장성장에 크게 기여
- 휴대폰도 가격인하와 함께 신제품을 출시하여 시장 침체를 탈피
· 번호이동성, 모바일뱅킹 허용 등 규제완화도 도움이 됨
· 단, 2004년 하반기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영업정지로 시장이 냉각
2. 일본의 소비위축 경험
일본은 90년대 내내 소비가 침체되었다가 2003년 하반기 이후 회복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민간소비는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 침체했다가 최근 들어 회복세로 전환하고 있다.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라 민간소비와 가계지출이 계속 위축되었다. 특히 도소매 판매액은 2003년까지 10년 이상 침체하였다. 2003년 하반기 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섰고 2004년에는 전 분기 대비 2%전후의 증가세를 지속적으로 나타내었다.
장기 소비침체의 주요인은 투자위축에 따른 고용불안이었다. 버블붕괴 이후 설비투자 조정이 이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였다. 기업의 투자 위축이 고용불안과 소비심리 악화를 초래하였다. 80년대 이전 2% 수준이던 실업률이 2002년에는 5.5%까지 상승하였다. 실업자 증가와 가계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가계 지출능력이 약화되었다. 개인파산 신청자가 1992년 2.3만 명에서 2003년에는 24.2만 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물가 하락과 자산 가치 하락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 공급 경쟁과 수입가격 하락(엔고 및 중국 저가품 수입)으로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연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지가 및 주가 하락으로 자본소득이 감소하여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 지가는 1992년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하락하였다. 주가는 1989년 말 38,915엔(닛케이지수)에서 1992년 1만5천 엔대로 급락한 이후 1만7천 엔대에서 횡보하였다. 일본 정부가 여러 차례 경기회복 조치와 소비 진작책을 실시했으나 효과가 미미했거나 일시적 회복에 그쳤다. 일본 정부는 1995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하였다. 소비세 인상이 경기가 정점을 지난 후에 이루어져 경기하락이 가속화 되었다. 1997년 하반기에 다시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부양효과가 미미했고 재정적자만 확대되었다. 소비 회복을 위한 상품권(지역진흥권) 배급(1999년 3월)도 임기응변적 정책이었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한·일간 소비 위축의 배경과 해결방안에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다. 양국 모두 투자 축소에 따른 고용 불안, 가계채무 부담 등이 소비를 위축시킨 요인이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가계 건전성 악화와 조세·국민부담 증가가 더 중요한 소비위축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ㆍ일 소비위축 요인 비교>
요 인 | 한 국 | 일 본 | 강도
소비침체기간 |'03.2/4~ |'92.3/4~'04.1/4 |한<일
가계 건전성 |신용불량자 증가 | 개인파산 신청자 증가 | 한>일
부담률('02년) |조세: 19.8%, 국민: 24.4% | 조세: 17.0%, 국민: 27.3% |한=일
자산 가격 |불안요인 상존 |지속적으로 하락 | 한<일
고용 사정 |청년층 실업이 높은 편 |전체적인 일자리 감소 |한=일
정부 정책 |일시적 고용증대 정책 |일시적 효과 |한=일
주: 1) 소비침체기간은 도소매판매액(전년비)을 기준으로 마이너스 지속 기간
주:2) 강도는 한일간 어느 나라의 요인이 소비위축에 더 큰 영향을 미쳤는가를 의미
주3) 부담률은 상승속도는 한국이, 절대수준은 일본이 높음
Ⅲ. 소비침체 탈출방안
1. 장기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소비를 활성화
소비는 안정적 성장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핵심 요소이다. 안정적 소비는 투자위축과 수출정체의 시기에 과도한 경제침체를 막아 주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소비는 GDP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소비가 장기간 과도하게 위축될 경우 삶의 질과 사회기반이 침하된다. 소비 위축은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기반이 되는 내수산업에 충격을 주어서 경기양극화와 분배악화를 촉발하게 한다. 서민들에게 있어 소비 위축은 의식주의 질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산업이 적절하게 발전하지 못할 경우 국부가 유출되고 성장이 정체하게 된다.
소비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소비 부진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된다. 해외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과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 문제에 접근하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단기적인 소비 부양에 치중할 경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수출이 급감하였던 2001~2002년에 과도하게 내수부양을 하였던 것이 최근 소비가 침체된 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일시적 경기반등기(1997년)에 소비세를 급작스럽게 인상한 결과 경기가 급랭하게 만들었다. 직접적인 소비 진작책보다는 국내 투자를 늘리고 고용 안정과 가계부실 감소를 추진하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각종 세금 및 준조세 부담을 줄여서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켜나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 가계부담 경감과 서민층 소비여력 증대
소비 관련 세제를 합리화하고 생산적 활동에 대해 감세조치를 실시하여야 한다. 현 소비세제는 과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세율이 복잡하므로 간소화와 합리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다른 OECD국가들은 석유, 담배, 술에 한해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고 특별소비세와 교통세, 교육세, 농어촌개발세제 등 목적세를 점차 폐지하고 있다. 소득세율을 인하하되, 소득공제 축소, 자영업의 소득투명도 제고 등을 통해 세수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 건강보험 제도 등을 효율화하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현 저부담-고혜택 구조를 개선하여 공적연금 위주에서 탈피해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는 건강보험료는 인상 속도를 조절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민층에 대해서는 '소비복지 확충'의 관점에서 교육 및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켜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계속 실시하고 기초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서민층의 2004년 3/4분기 엥겔지수는 28.4%로 4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위기가정'을 꾸준히 발굴하고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저소득층 장학 사업을 확대하고 교육비 장기대출과 우대금리 적용을 확대한다. 모기지 시장을 활성화하여 주택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여 사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서민층의 신용경색을 해소시키는 방안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3. 소비 분위기를 조성
중산층 이상의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소비 회복책 이다. 고부가 서비스 등 국내 소비의 산업적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범위한 디지털기기 소비계층이 우리나라가 세계 IT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자리잡게 된 배경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고가품과 사치재에 대한 소비를 경원시하는 사회분위기를 해소시켜야 한다. 고가품 소비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자제하고 특별소비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국제공항, 경제자유구역, 고급 쇼핑지역 등에 명품점을 유치하여 국내에서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여 국내에서 고부가 소비제품 관련 정보가 유통되도록 하여 국내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산층 이상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이에 근거하여 핵심시장을 육성하여야 한다. 상위 소득계층으로 갈수록 회비·교제비 등 잡비, 관광·교통, 교육비 등의 비중이 높아진다. 식료품과 외식도 상위 소득계층 소비지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4. 가계의 미래 불안감을 해소
중 고령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04년 4/4분기 소비자태도조사」결과, 노인층의 일자리 창출이 노후대비를 위한 가장 시급한 정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사대상 가계(1,000개 가구)의 절반 정도(48.6%)가 노후를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으로 노인층의 일자리 창출을 지목하였다. 고령자를 위해 특화된 공공정책을 실시하여 취업정보 제공 뿐 아니라 직업훈련 및 전직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 일본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고령자의 절반가량이 공공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가격 하락위험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집값이 내릴 것으로 전망하는 가계의 비중이 2004년 말 44.2%에서 2005년 1월 말에는 17.2%로 감소(닥터아파트)하였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상가·오피스텔 후분양 등 새로운 규제책들이 예정되어 있어 부동산시장이 계속 침체될 우려가 있다. 주택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되 세금 부담은 경감하도록 하고 거래세율을 낮추어 세부담 경감 및 거래 정상화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
5. 기업과 정부는 소비창출에 주력
기업은 불황일수록 신시장을 창출하겠다고 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소비침체가 심화되었던 2004년에 웰빙 등 신시장은 고성장을 했었다. 경기침체를 감안하여 양질의 참신한 저가상품들을 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미에서는 9·11 테러 이후 여행침체기에 할인항공사, 지역항공사 등이 급부상하였고 물류 인프라 확충을 통한 배송비 절감분을 과감하게 가격인하에 반영하였다.
정부는 해외소비가 많은 교육, 의료, 레저 등의 국내소비를 촉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골프장, 리조트, 테마파크 등이 결합된 ‘복합관광레저도시’를 건설하고 교육시장의 개방을 확대하여 국내 교육기관의 질을 높이고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의료 서비스업의 경우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여 의료기관에 경쟁과 혁신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 CEO Information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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