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저학년 읽기책 ‘금순아 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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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2007-11-29 15:48
서울--(뉴스와이어)--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창비어린이책은 아이들에게 우리의 삶, 우리 이웃의 삶을 들려주는 창작동화를 간행하는 한편, 1999년부터 초등 저학년을 위한 읽기책 씨리즈 ‘신나는 책읽기’ 를 야심차게 펴내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열네 권의 책을 펴내고 있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신나는 책읽기 3)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동화작가 이상권이 ‘신나는 책읽기’ 씨리즈의 열네 번째 권 『금순아 노올자』를 펴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손녀,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식구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한바탕 웃음으로, 때로는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한 편을 만난다.

내 용 소 개

“아이 같은 할머니 금순이, 어른 같은 손녀딸 연우, 그리고 여시 같은 비둘기”
초등학교 3학년인 연우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어른 중에 왕어른이면서도 어린애 중에 진짜 어린애가 되어버린 할머니 금순이. “태주야 노올자.” “연주야 노올자.” “연우야 노올자.” 잠도 안 자고 놀자고 보채는 금순이(할머니)와 집 안에서 유일하게 할머니에게 반말을 쓰는 연우는, 사실 어릴 적부터 추억도 많고 정도 남다른 놀이 친구다.
하지만 다른 식구들은 나날이 심해지는 할머니 증세를 견디기 힘든가 보다. 아빠 엄마는 점점 지쳐가고, 언니 오빠는 할머니하고 있는 시간을 피하고만 싶다. 귀찮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어느 날, 할머니는 그리운 어린 시절 얘기를 하며 연우에게 옛날얘기를 해 달라고 조른다. 그래서 시작된 ‘여시 같은 비둘기가 바보 할머니를 골려 주는 이야기’. 고추 말리기 딱 알맞은 햇살 좋은 날, 호시탐탐 고추씨를 노리는 비둘기와 고추를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궁리하는 바보 할머니 간의 힘겨루기는 구수하고 익살맞은 옛이야기처럼 술술술 나오는데……
마치 텔레비전 드라마 연속극처럼 하면 할수록 뒤가 궁금해지고 흥미를 더하는 이야기 속 이야기와, 결코 만만치 않은 현실의 가족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키득키득 웃다 보면 어느새 잔잔한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작 품 소 개

맘에 안 들어도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존재, 가족
한마디로 이 작품은 ‘가족 이야기’다. 작가는 연우를 통해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서로가 ‘함께하기’ ‘보듬어주기’를 이야기한다. 할머니와 연우의 ‘관계’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특별하다. 무엇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어 주고, 놀이 친구가 되어 주며, 내 맘 같지 않은 행동을 할 때에도 보듬어 주는 것, 그 작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어린 연우와 할머니의 모습이 작품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은 작가의 진심이 이야기 속에 잘 스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이야기 속 이야기인 할머니와 비둘기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할머니는 널어놓은 고추를 호시탐탐 노리는 비둘기가 여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단지 쫓아버려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왜 진작 먹을 걸 줄 생각을 못 했을까. 그것들도 목숨붙이인데……”라며 비둘기에게 튀긴 강냉이를 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현실의 할머니 금순이와 이야기 속 비둘기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작가가 의도하는 ‘함께하기’와 ‘보듬어주기’를 드러내는 다른 한 축으로 기능한다.
‘맘에 들지 않고 부족하더라도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존재가 바로 가족’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진리를 재미와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재미난 이야기 구조와 치밀한 구성

『금순아 노올자』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금순이와 손녀딸 연우, 그리고 식구들이 중심이 되는 현재 이야기가 하나, 우연이 할머니(연우의 할머니인 금순이가 치매를 앓기 전으로 추측되는)와 우연이 가족, 그리고 여시 같은 비둘기가 중심이 되는 과거 이야기가 하나, 이렇게 두 개의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자칫 복잡하고 산만해 보일 수 있는 두 이야기를 작중 화자인 연우가 금순이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한 ‘현재―과거’의 시간 구조가 반복적으로 교차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 전개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특히 이야기 속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지막 부분의 끝맺음은 작가의 만만찮은 내공을 엿보게 한다.

경쾌하고 재치 있는 작가의 시선과 문체

이 작품은 연우의 눈으로 보고, 연우가 말하는 이야기다. 연우의 목소리는, 자칫 ‘치매’라는 소재에 함몰되어 이야기 자체가 진부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위험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몫을 한다. 분명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연우가 보기에 할머니가 벌이는 행동들은 할머니가 어린애 아닌 어린애가 된 탓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어린’ 할머니의 좌충우돌 사건기 같은 느낌마저 준다. 작가가 욕심 내지 않고 작가의 시선을 연우의 눈으로 고정하여 연우의 목소리로 잘 살린 까닭이다. 또한 리듬감 있는 문체는 이야기의 경쾌함을 살리는 데 큰 몫을 감당하고 있다.

“할머니는 어른 중에 왕어른이 아니라 어린애 중에 진짜 어린애 같았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정신을 빼앗아 가 버린 치매라는 병이 무섭고 싫다기보다는 할머니를 어린애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습니다. 차라리 진짜 모습까지 어린애로 바뀌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나랑 같이 학교에 가고 날마다 함께 놀면 될 테니까요.”(92-93면)

“햇살 좋다 햇살 좋아, 고추 말리기 딱 좋은 햇살이야. (…) 화장하겠구먼 화장하겠어. 요 여시 같은 비둘기들아, 훠어히! 훠어히!”(26, 80면)

친근하고 재미난 캐릭터와 정감 넘치는 일러스트

58-59면64-65면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휘날리는 듯한 머리칼에 꽃무늬 옷을 입은 금순이 캐릭터와, 발그레한 볼에 새침한 입술이 사랑스러운 연우 캐릭터는 글 텍스트와 잘 어우러져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또한 이야기 속 이야기에 사용한 오방색은 이야기의 재기발랄함을 더한층 강조하고, 반복되는 장면 구사는 마치 틀린그림찾기를 하는 것 같은 즐거움과 더불어 반복되는 이야기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세련된 화법을 구사하기보다는 이야기 분위기와 잘 어울리도록 정감 넘치는 그림을 구사해 애틋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55면

작 가 소 개

이상권
1964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창작과비평』에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하여 지금은 주로 어린이를 위한 생태동화를 쓰고 있다. 동화 『딸꼬마이』 『겁쟁이』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창비 1997)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창비 1998) 『똥이 어디로 갔을까』(창비 2000) 『아름다운 수탉』(창비 2001) 『황금박쥐 형제의 모험 1·2』(창비 2003) 『멧돼지가 기른 감나무』 『싸움소』, 그림책 『잘 가, 토끼야』(창비 2003) 들을 냈다. 2003년『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로 제24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받았다.
누리집 주소는 http://www.gamja3.com이다.

정지윤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그동안 『다 콩이야』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마두의 말씨앗』 들에 그림을 그렸다.

이상권 동화 '금순아 노올자'(정지윤 그림)

● 저자 이상권 동화 · 정지윤 그림
● 출판일 2007년 11월 10일
● 46배판변형, 124면, 올컬러
● 정가 9,000원
● ISBN 978-89-364-5114-1 73810
● 독자 대상 초등 1·2·3학년
▶ 창비 어린이책출판부 www.changbikids.com 전자우편 enfant@changbi.com 전화 031-955-3333(대표), 3347(직통)

창비 개요
창비의 연원은 1966년 1월 창간된 계간 ‘창작과비평’으로 창비는 1974년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이래 문학, 인문, 사회, 교양, 아동 등 각 분야의 양서들을 꾸준히 펴내왔다. 2003년 현재 1300여 종에 달하는 책을 간행하였고, 매년 60여 종 내외의 신간을 내고 있는 창비는 독자들에게서 가장 신뢰받는 출판사로 꼽히며, 양서의 산실이 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chang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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