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성명-구조적이고 총체적인 여성스포츠계의 성폭력문제, 합숙폐지 등 실질적인 대책마련과 실효성 있는 처벌과 징계가 필요하다
한 여고 농구부의 코치가 소속 선수 한둘을 빼고 모조리 성폭행하고 당번제로 학생들에게 안마를 시키며 성적으로 유린한 사실, 그리고 자신의 파렴치한 행위를 아이들과의 ‘스킨쉽’이라고 변명하는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의 그것이라 할 수 없다. 특히 그가 농구협회에서 영구제명된 것과 상관없이 지금도 다른 학교에서 여자농구팀을 지도하는 사실에선 무엇이라 더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비록 일부라 할지라도 스포츠지도자, 학교, 팀, 협회의 구조적이고도 총체적인 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무수한 여성 선수들이 남성 지도자의 폭력에 희생되어야 했고 이를 평생의 짐으로 떠안고 살아야만 했다. 이는 초등생부터 성인 국가대표, 프로선수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한 대표팀 선수가 고백했듯 전임 감독에 이어 차기 감독에게까지 똑같은 만행을 당하고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가족과 함께 괴로워하는 현실은 차라리 부인하고 싶다.
특히 ‘선수는 자기가 부리는 종이다’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 있다’는 지도자들의 인식과 현실은 우리 뇌의 작동을 마비시킬 지경이다. 이들이 진정 인간인가, 우주인인가. 아니라면 짐승인가.
문제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조직적 은폐에 급급해 하는 체육계의 못된 버릇이다. 조직적 은폐는 이제 그들의 일상 업무가 된 듯하다. 체육계의 온갖 폭력에 대해 수많은 언론과 시민사회가 문제제기를 해도 이들은 오매불망 메달과 성적뿐이다. 학생선수들에게 수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체육회의, 그것도 자정운동본부장이라는 자가 ‘운동만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라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인권침해’라고 주장할 정도이다.
체육계와 지도자들은 선수들을 자신의 ‘종’으로, 성공의 도구로, 존속을 위한 방편으로,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못된 버르장머리부터 고쳐야 한다.
이를 위해 이제까지 많은 체육인, 학자, 시민단체에서 주장했던 합숙폐지부터 시행할 것을 권한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여성운동부의 문제도 바로 합숙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러한 파렴치범들이 다시는 경기장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영구제명된 자가 어떻게 버젓이 또 다른 여학교 팀을 지도한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사건만 생기면 은폐하려는 관행에서 벗어나 문제를 공개하고 제도화된 징계절차를 따라야 할 것이다.
2008년 2월 12일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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