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농지소유 등 토지이용 규제 완화’에 대한 토지정의 논평
그 내용의 핵심은 토지이용 규제를 대폭 손질해 한계농지는 경자유전 원칙의 예외로 인정하여 각종 소유와 거래 제한을 완화하고 다른 용도로 전환할 때도 허가 대신 신고만 하면 되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한계농지란 경사도 15% 이상 등 영농 조건이 불리해 생산성이 낮은 농지를 뜻하는데, 이러한 한계농지에 대한 소유와 거래, 개발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5일 한계농지를 조사하기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했으며 국토해양부도 지난주 토지 규제 완화를 전담하는 도시규제정비팀을 신설하여 농지 규제 완화를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지정의>는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추진하고 있는 농지 규제 완화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농지 투기를 부추기는 대책 없는 농지 규제 완화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대책 없는 농지 규제 완화는 국가적 재앙
과거에도 준농림지 등과 같이 농지를 풀어서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게 해주었을 때 극심한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 교통난,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모른다. 또한 최근 부동산 투기 문제로 낙마하거나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내각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고위층과 부유층들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농지 투기를 자행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등하고 있는 곡물 값과 농산물 값은 식량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들에게 새삼 깨우쳐주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계농지를 풀어서 마음대로 소유와 거래,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대책 없는 농지 규제 완화가 농지 투기를 부추기고 땅값상승과 환경파괴를 불러오며 식량안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인 것인가? 정부가 모르고 그랬든 알면서 그랬든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무능한 정부’라는 국민들의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농지 규제를 풀면 해당 농지는 물론이고 다른 토지까지 투기의 대상이 되어 오히려 토지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전반적인 땅값만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땅값이 올라가면 기업들의 대외경쟁력과 생산성은 지금보다 더 떨어지게 되고, 기업들은 생산적인 기업 활동보다는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지대추구(rent-seeking)에만 몰두하게 되어 국가경제는 그야말로 파탄이 나게 된다. 이러한 것이 정녕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지 정부는 스스로 한번 자문해 보기 바란다.
이렇듯 땅값상승 및 토지불로소득을 차단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이 농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땅값만 폭등시켜 오히려 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저해하며 도시 거주자들에게도 택지 공급을 차단하고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농지는 공장 용지 등으로 용도가 전환되기만 해도 땅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되어 있다. 또한 농지는 다른 용도로 전환하면 다시 농지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해 앞으로 식량 안보를 위해 농지가 필요할 때 경작지 확보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토지에 대한 광범위한 투기가 존재하는 반면 토지불로소득 환수장치는 거의 부재한 현실에서 농지 규제를 완화하면 농지 투기가 더욱 활개를 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전 농지의 50%이상을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농지 규제 완화는 명목상으로나마 존재하던 헌법상의 ‘경자유전’ 원칙을 완전히 허물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골프장 규제완화’ 및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등 수도권 규제 완화’ 등과 농지 규제 완화가 맞물린다면 대규모 생태계 파괴와 부동산 폭등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으로 경제를 살려라
<토지정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는 별 상관도 없고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의 무분별한 농지 규제 완화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정부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무력화하고 농지 투기를 조장하며 생태환경을 더욱 파괴할 대책 없는 농지 규제 완화를 당장 철회해야 마땅할 것이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농지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먼저 철저히 검토하길 바란다.
아울러 정부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서둘러 도입하는 동시에 신규 농지취득자부터는 매입지가의 원리금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여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를 즉각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제도가 먼저 확립된다면 농지 투기에 대한 염려 없이 꼭 필요한 농지 규제 완화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고, 토지불로소득을 노리는 개발압력도 사라져 농지의 부당한 전용도 막을 수 있다.
토지불로소득은 농지 전용을 포함한 모든 토지의 이용, 전용, 개발에 지장을 준다. 토지의 이용, 전용, 개발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만 한다. 이런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상향 전용과 개발에 대한 압력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도 어렵고,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하더라도 의심을 받고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전 국토에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도록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법을 시급히 제정하라. 토지불로소득은 부동산 투기의 근원이다. 나대지든 건물이 입지한 토지든, 토지 가치는 사회 공동체의 발전에 의해 나날이 상승하는데, 부동산 투기는 바로 이 상승하는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바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지보유세를 대폭 강화해 가면서, 그만큼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을 감면해 가는 ‘패키지형 조세개혁’이다. 이러한 시장 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면 부동산 투기가 중단될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아닌 자연스러운 경기 활성화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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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6일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