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이명박 정부는 교육 양극화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를 거스르고, 대선 공약인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스스로 깨뜨리는 교육정책으로 인수위 시절부터 국민을 거듭된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은 자율화를 가장한「공교육 포기 학교 학원화 추진계획」이다.

교과부는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강제보충수업, 학원의 ‘방과 후 학교’ 진출 등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 의견수렴이나 예고도 없이 벼락치기 식으로 폐지 방침을 내놓아 학교현장을 큰 혼란과 충격에 빠지게 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들을 무장 해제한 것이기에, 초·중·고 일선 학교는 입시전쟁터로 변모하고 학교의 학원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교과부의 발표 하루 뒤인 4월 16일에 대형 사교육업체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이번 발표가 입시 위주의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즉시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교과부는 부교재 채택,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사설 모의고사, 촌지 근절 등 교육비리 척결 차원에서 마련된 지침도 없애 학교가 영리업체들의 돈벌이를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채택료 관행이 확산되고, 촌지와 불법 찬조금이 더욱 횡행하면서 학교의 신뢰를 갉아먹을 우려도 높아졌다.

정부는 학교의 전봇대를 뽑는 심정으로 이번 계획을 발표했다지만, 옥석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전봇대마저 군사작전 하듯이 일거에 없애버리는 것은 백년지대계인 교육문제에 대해 그것이 미칠 파장과 혼란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태도이다.

더구나 교과부는 여론 수렴을 거쳐 발표했다고 주장하지만,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들을 배제하고 누구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단 한 차례의 토론이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발표한 것이 정부기관의 합당한 업무처리 방식인지 자문해보야 할 것이다. 시·도 교육청들이 후속대책 마련을 둘러싸고 서로 눈치 보며 일정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커다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교과부는 초·중등 교육과 학교 운영에 관한 권한을 아무런 대책 없이 교육감과 학교장에게 넘기는 것은 우리가 처한 교육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식의 발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도교육감들은 중학교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고, 그 결과를 학생 개인, 학교 그리고 지역교육청별로 공개하여 성적경쟁으로 인한 중학교 교과수업을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수업으로 공교육의 파행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교육감들에게 권한을 이양한다니, 그 권한이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한 줄 세우기에 몰입하는 것을 제외하고 어느 곳에 제대로 사용될 것인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입시 성적으로 능력을 평가받는 무한경쟁의 입시 전쟁터에서 훌륭한 교육철학을 가진 교장이나 창의적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교사들은 무능력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많다. 가능하면 학교에 더 많은 학생들을 더 오래 잡아두고 공부시키는 흉내를 내야 좋은 학교라는 소문을 들으며 지역사회에서 대접받는 것이 오늘의 학교 현실이다. O교시, 우열반, 강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사설 모의고사가 현실화되면서 학생들은 숨 쉬기조차 힘든 세월을 견뎌야 할 것이다. 진로와 적성에 맞추어 인성과 학력, 체력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정상적인 학교교육은 오늘의 입시 몰입교육 현장에서 설 땅이 없어질 것이다.

이미 유치원에도 특목고 반이 생겨나고 수백만 원 대의 사교육비가 들어간다는 언론보도까지 있었다. 조만간 자율형 사립고를 확대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이 가시화되면 온 나라가 유아들부터 입시 전쟁판에 휩쓸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잠도 자고 밥도 먹으며 학교를 다니게 하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일인가?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폭등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교사가 0교시와 야간 자율학습 감독으로 고된 심신을 지탱하며 사육에 가까운 입시교육에 매달려야 하는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교육감과 교장들만의 자율이 아니라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교육주체들의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 교직원회, 학부모회 그리고 학생회가 법제화되어 학교를 진로와 생태, 인성과 학력이 조화로운 희망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학교자율이다. 전교조는 이번 조치의 실질적 책임자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4.15 공교육 포기방침을 전면 백지화하고, 정부와 교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올바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전교조는 입시지옥 사교육비 폭등의 무한경쟁 입시 몰입교육이 철회될 때까지 국민과 더불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 우리의 요구 -

1. 정부는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학교의 학원화를 조장하는 0교시·우열반·심야 강제 보충수업 등을 규제하라!

2. 정부는 국민의 공교육 불신을 초래하며 학생의 창의성과 인권을 후퇴시키는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철회하고,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다 하라!

3. 정부는 실질적인 학교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학부모회, 학생회 그리고 교사회를 법제화하라!

4. 정부는 진정한 교육 자치와 학교 운영의 민주화를 위해 교장선출보직제를 실시하라!

5. 정부는 졸속적인 ‘4.15 공교육 포기, 학교 학원화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여론 수렴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라!

2008년 4월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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