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부는 0교시, 우열반, 야간 보충 수업, 사설학원 학교 수업 등을 금지하고 있던 29개 지침을 불필요한 규제라는 미명 하에 일제히 폐지했는데, 폐지된 29개 지침 중에 ‘계약제교원 운용지침’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계의 무분별한 비정규직교사의 양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던 이 지침이 과연 학교장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규제인가에 대해서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사회단체는 강한 의문을 표시한다.
정교사 시켜주겠다며 기간제 교사에게 수억 갈취하다 구속
지난 4월 말 울산에서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하여 주겠다며 16명으로부터 1억 5천만 원이 넘는 금품을 챙긴 사람이 구속되었다. 2006년에도 경기도에서 기간제 교사 11명에게 수도권 사립학교에 정규직 교사로 채용시켜 주겠다며 1인당 2천 2백만 원에서 3천 5백만 원씩 모두 3억 5천여만 원을 가로채서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정규직 교사가 금품 채용 비리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임금도 적게 받고, 방학 중 월급도 못 받으며,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4대 보험 혜택도 제대로 못 받는 비정규교사에게 정교사 전환은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임에 틀림없다. 이를 미끼로 한 사학의 교사 채용 비리는 먹이사슬처럼 이어져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2007년 신규교사의 85%가 기간제로 채용.... 강사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
07년 국정감사 자료(자료: 통합민주신당 안민석 의원실)에 의하면, 작년에 신규 채용된 사립학교의 교사 중에서 무려 85%가 기간제교사인데, 이는 신규 교사 6명 중 5명이 기간제교사라는 의미이다. 대구, 경남, 경북, 부산, 울산 등은 10%도 안 되고 서울도 고작 22%만이 정교사로 채용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교사로 채워졌다. 그나마 채용된 정교사들 중 사서, 영양교사 등을 제외하면 수업을 실제로 담당하는 정교사 채용은 훨씬 적다. 실제로 부산과 제주도 등에서는 비정규직 교사의 비율이 15%를 넘어섰고, 서울의 일부 학교에서는 비정규 교사가 30명에 육박하기도 한다. 여기에 보고되지 않은 강사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교사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계약제교원 운용지침 폐지’에 의한 비정규직 교사의 양산은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에 의한 사회 양극화가 전사회적인 화두인데, 이명박정부의 반노동자적 인식은 교육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비정규직교사의 양산을 막고 최소한의 처우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이었던 계약제교원 운용지침도 규제라고 생각하여 폐지해 버린 것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인간적인 신뢰가 전제 되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그들의 선생님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이런 인간적인 신뢰에 금이 간다. 뭔가 부족해서, 실력이 없어서 정교사가 되지 못했다는 선입견은 수업과 학생지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또한 언제 그만둘 지 모르는 신분의 불안은 수업의 연속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임용고시나 다른 직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비정규직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 준비와 학생 지도에만 전념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필연적이다.
교육계의 88만원 세대인 비정규직 교사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야
비정규직 교사 중 특히 시간 강사는 다른 교사와 똑같은 시수의 수업을 하고도 한 달 임금이 80~90만원 밖에 안 되는 교육계의 88만원 세대이다. 교원으로 인정도 안 되며, 그나마 방학에는 임금도 없으며, 교육 경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고도 언제 학교를 그만 두어야할 지,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할 지를 늘 걱정해야 한다. 비정규직 교사들은 비정규직법에 의한 2년 고용 후 정규직화의 적용도 받지 못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동 해고이다. 4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도 그 학교에서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서러운 비정규직 교사들을 더욱 서럽게 하는 것은 바로 이명박정부의 학교자율화를 명분으로 한 교육정책이다.
적은 임금으로 교사 통제의 수단으로서 비정규직 교사 양산은 사학재단과 학교장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다. 정부마저 자율권 강화라는 이름으로 이사장과 학교장에게 이런 권한을 준다고 하는데 이를 마다할 이사장과 교장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비정규직 교사의 양산은 필연적으로 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와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으며, 교사 자신을 위해서도, 학생을 위해서도, 교육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요구
1. 교과부는 4.15 학교자율화 정책의 ‘계약제교원 운용지침 폐지’를 중단하라.
2.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하는 사학재단과 학교장들은 각성하라.
3. 학생피해와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계약제교원 양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4. 교육당국은 사학재단이 불법으로 과다하게 비정규직교사를 채용하는 사례를 적발하여 강력하게 지도 감독하라.
5. 비정규직 교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
2008년 5월 0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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