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밝고 씩씩하게 자라날 어린이들에게 큰 축하와 축원을 해 주어야 할 날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쇠고기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제 마음은 매우 착잡하고 무겁습니다. 국민 여러분 또한 다들 마음이 편치 못하시리라 생각합니다.
21세기에 국제사회를 향한 개방정책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적절하고 효과적인 개방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은 단순히 ‘개방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쇠고기는 개방이 되어 있습니다. 단지 그동안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방법과 절차, 내용이 잘못되어 주권국가로서의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번 쇠고기 협상내용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과정에 광우병 또는 그와 유사한 질병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우리나라로서는 자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건권을 지키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점을 문제 삼아 그동안 우리 자유선진당은 매우 강도 높게 재협상을 주장하며 검역주권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습니다.
정부가 잘못한 것은 단지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만이 아닙니다.
쇠고기 협상에 앞서서 세계보건기구(WTO)가 권고하고 있는 ‘자국민에게 광우병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위 정부가 ‘괴담’이라고 하는 내용이 급속도로 국민 사이에 확산된 것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어떤 내용을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합의했는지, 그 과정과 내용조차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행위는 법치국가나 민주국가라는 원칙에서 볼 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나아가 이 정권이 주장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거나 증거를 대자면 하나 둘이 아닙니다.
국제검역수역국(OIE)의 협정에 따르면 ‘수입조건은 해당 상품이 동물과 인간의 건강을 위하여 국가가 선택한 보호수준에 부합하여야 하고... 그러한 보호수준을 정당화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얼마든지 우리만의 보호정도와 보호수준을 설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국민건강을 도외시하고 검역주권을 포기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캐나다나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모두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유연하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같은 노력을 경주하지 않고 모두 포기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유선진당은 정부에 대해 꾸준히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국정조사를 주장했습니다만, 정부는 그 어떤 요구도 수용하지 않은 채 단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 3억 미국인이 먹고 있고 우리 교포들도 먹는다’라는, 본질을 호도하는 막연한 주장만 해 오면서 국민의 불안과 의혹을 키워왔습니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가 지금 광우병에 걸려 있느냐, 지금 당장 위험하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험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위험국가로 확정하기 전에는 우리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검역주권이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대통령과 정부는 똑바로 인식해야 합니다. 단지 쇠고기 문제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이렇게 폭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해 온 즉흥적이고 설익은 많은 정책들이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해 철회되었고, 편중된 인사문제로 국민들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했으며, 소비자 물가 폭등으로 국민이 이 정부에 걸었던 모든 기대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깊은 좌절감을 느끼던 바로 그 때에, 쇠고기 문제가 터짐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지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정부와 일부 언론이 쇠고기파동 초기에 재협상 주장에 대해 개방을 반대하거나 반미주의를 부추기는 것처럼 공격한 것이 오히려 반대론을 확산시켰습니다. 지금도 일부 언론은 저와 우리 당의 주장에 대해 국익을 무시한 당리당략적 주장이라고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러나 쇠고기문제는 이성적으로 풀어야지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풀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와 우리 자유선진당이 쇠고기문제에 대해서 그 어느 정당보다도 큰 목소리로 정부를 질타해 왔습니다.
우리 자유선진당은 정부가 재협상을 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주권국가로서의 검역주권을 되찾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건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검역주권은 촛불집회로 풀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더욱이 출범한지 두 달이 조금 넘는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는자칫 이번 쇠고기 파동의 본질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쇠고기 문제에 찬성하면 親美이고, 반대하면 反美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친미, 반미라는 편 가르기를 조장해서는 결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땅의 민주화와 선진화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하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분노를 가라앉히시고, 조금만 더 차분히 기다리십시오.
저희 선진당이 다른 야당과 힘을 합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정부를 설득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제가 미국에도 달려가겠습니다.
저의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지금은 촛불시위를 하거나 탄핵을 논할 때가 아닙니다.
또한 정부도 ‘민심이 천심’이라는 생각으로 좀 더 진지하게, 국민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국론이 크게 분열되고 국민 사이에 갈등이 커지는 위험한 사태를 가장 걱정합니다.
국민 여러분,
아름다운 5월에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무엇이 진정 대한민국을 위하는 길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가정의 달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 5. 5. 자유선진당 총재 이 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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