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이라는 명의만 다를 뿐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내용의 이 가정통신문은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나근형)은 지난 8일 학생의 핸드폰 문자 수신 내용을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내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의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지난 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시·도교육감 대책회의 직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기만적인 ‘4.15 학교자율화조치’를 통해 교육과학기술부는 계기교육이나 안전교육과 관련한 지침을 폐지하고 이들을 시·도교육청과 학교 자율로 하도록 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자율은커녕 군사정권 당시를 연상케 하는 지침들이 학교현장으로 남발되고 있는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여전히 ‘자율’을 외치며 학교와 시·도교육청을 앞세우는 행태에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자율적 판단을 잃어버린 채, 정부와 교육청의 홍보자료와 공문만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는 학교현장과 학교장의 인식에 우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전 국민의 우려와 촛불문화제가 정부가 말하는 ‘괴담’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100만 명이 탄핵서명을 하고, 연일 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현상이 과연 누군가의 정치적 선동 때문일 수 있는가? 촛불을 들고 나온 어린 학생들의 판단이 미숙하고 괴담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라고 믿는가?
오히려 정부의 홍보자료만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교육청의 공문에 부회뇌동하는 학교장을 비롯한 교육관료가 스스로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토론하고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고 행동하는 학생들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어린 학생들의 행동을 훈계하기 전에 학생들이 거리로 나설 때 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기력한 어른들의 모습에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교육자가 되길 바란다.
심야촛불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되는가? 그렇다면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스스로 학교 밖으로 거리로 나서게 될 때까지 학교 당국은 무엇을 했는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모이는 것은,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의 협상으로 인해 자신들의 식탁이 광우병으로부터 위협을 받기 때문 아닌가? 학교급식에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자신들을 스스로 지키고자 나선 행동이 아닌가?
군부대에서도 오는 8월부터 군장병에 대한 급식에 국내산 쇠고기만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동안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인 채 학생들의 촛불문화제와 관련된 교육청 가정통신문을 발송할 것이 아니라, 그 불안의 근원이 되는 학교급식부터 철저하게 관리하길 바란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급식자재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이나 학교홈페이지 등을 통해 당당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수입육류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학교급식으로 납품하다 적발되는 업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산지 표시 의무화도 무의미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
급식업체 등에 대한 실사 등을 강화하는 것 뿐 아니라, 나아가 친환경급식을 통해 유해식품으로부터 학생들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신을 키우는 행동을 자초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교육적 소신과 학생에 대한 애정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적극 옹호하기를 바란다.
2008년 5월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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