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하고 있는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이 이명박 정부의 코드에 맞추어 학교 서열화를 위한 수단으로 뒤바뀌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되지 않은 채 일부 언론에 의해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그 동안 교육정보 공개에 관련한 사회적 논의와 국회 심의 과정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교육정보 공개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개가 아니라, 학교 간의 서열을 드러내고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의 학력정보가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은 현재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맡고 있는 이주호 전 의원이 17대 국회에 제출하여 2007년 4월 30일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교육 정보 공개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학생·학교의 성적을 공개하는 것과 관련된 조항들이 대폭 수정되었다.

초·중등학교의 공시대상 정보 중 학업성취도평가에 관한 사항이 학업성취도평가의 응시현황, 기초학력도달 현황 및 전년 대비 향상도 등에 관한 사항에서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에 관한 사항으로 수정된 점, 학업성취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때 개별학교의 명칭은 제공하지 않으며, 소재지에 관한 정보의 공개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단서를 단 점, 학술연구를 위해 연구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자료에서 ‘원시자료를 포함한다.’는 규정이 삭제된 점, 연구자 등이 본래의 목적 외에 자료를 누설하거나 부정사용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삽입된 점 등은 학생 혹은 학교의 성적과 관련된 정보의 공개가 자칫하면 교육 현실을 개선하기보다는 더욱더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국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작년 교육부에서 시행령에 정보 공개의 범위와 연구자에게 제공되는 교육정보의 내용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를 거쳐 기본 골격을 마련한 바 있다. 초·중학교는 시·군 구 교육청 단위로 고등학교는 시·도 단위로 공개하고 연구자에게 제공되는 교육정보의 수준을 심의하는 기구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2007년까지 교육부는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3%의 표집으로 치루어왔다. 이러한 표집 평가를 전제로 최대한 학교 간 서열이 드러나지 않도록 시행령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당시 교육부문 간사였던 이주호 의원은 교육부에 교육정보 공개법 시행령을 고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또한 교과부는 2008년 기초학력 진단평가 및 학업성취도 평가 계획에서 기존에 표집으로 진행해온 평가 방식을 전수 평가로 바꾸고 이에 관한 예산을 확보할 것을 사실상 지시한 바 있다. 지난 3월 6일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가 일제고사로 실시되면서, 일부 언론에 의해 학교 간 서열이 고스란히 드러난 서열표가 만들어진 바 있다. 올해 10월 말 경에 실시되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집으로 이루어지고 이 결과가 학교 홈페이지에 실리게 되면, 학교 간 성적 격차는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되면 그 동안 국회 심의과정에서 제기되었던 과도한 성적 공개로 인한 소모적인 입시경쟁 교육이 강화되고, 교육격차에 대한 해소는커녕 학교 간에 서열화와 기피 학교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율과 경쟁을 교육 정책의 기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미 드러난 것처럼 자율은 입시경쟁 교육을 위한 자율에 불과하다.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아이들의 절실한 호소가 촛불 문화제에 넘쳐 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간에 성적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교육정보 공개가 이루어지게 되면 학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교육정보 공개법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성적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함으로써 교사 간,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 학생의 짐을 교사와 학교, 교육청이 나눠 갖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대학입학이 학생 간 점수경쟁의 결과로 결정되는 현실에서 학생의 학업성취도 점수를 기준으로 한 교사 간, 학교 간에 경쟁이 학생의 짐을 더욱 무겁게 할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교육정보 공개의 근거로 인용되고 있는 미국의 NCLB법은 학생그룹별 성취도 수준을 공개함에 있어서도, 그것이 ‘각 주가 정한 측정 가능한 연간목표와의 비교정보’라고 명시하여 법의 취지가 각 주가 정한 일정한 성취기준의 충족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미국에서 ‘학업성취’ 정보에 관한 관심은 일정한 기준의 충족 여부(절대평가)에 있지 다른 학생, ! 다른 학교와의 비교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진정으로 이명박 정부가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정보 공개를 추진하려 한다면, 우선적으로 ‘교육 여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기존에 실시된 표집 평가에 의해서도 교육 격차의 실상은 드러나 있다. ‘불리한 조건’을 ‘동등한 조건’으로 바꾸어 주기 위한 노력 없이, ‘교육 결과의 격차’ 만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교육 격차를 고착화시키게 된다. 영국과 미국에서 나타나듯이 이른바 기피학교에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 경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모이게 되면 교육 격차는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다.

학교 간 교육격차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교육재정을 대폭 확충하고, 교육소외 지역에 대한 적극적 역차별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어촌교육특별법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 5월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웹사이트: http://www.eduhope.net

연락처

전교조 대변인 현인철 02-2670-9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