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특목고 종합 대책을 발표하면서 2008년 6월에 여론을 수렴하여 대책을 발표한다던 교과부가 정권이 바뀌면서 자율형 사립고 확대와 함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과학고 정원 두 배 확대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과학영재고 1개교와 19개의 과학고가 있고, 서울에 과학영재고와 과학고가 2009년에 개교할 예정이다. 이미 3,3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들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들의 대다수는 외국어고와는 달리 이공계와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고 재학생을 현행보다 2배 이상 늘리게 될 경우에 과학고 출신들의 이공계 진학률은 현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과학고 진학의 목적은 과학영재 교육이라는 목적보다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조기 진학제도를 통해 진학하고 있는 카이스트대학과 포항공대 등의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경우, 이들은 이른바 상위권 대학으로 진로를 찾게 될 것이다.
1983년 개교했던 과학고는 대부분이 카이스트 대학에 진학했던 초기에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과학고 졸업생의 대학진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학고는 설립목적인 과학영재교육보다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왜곡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4년 서울과학고 졸업생 전원 서울대 입학이라는 사실이 나타나면서 비교내신제가 폐지된 바 있다.
과학영재학교와 대학 간의 협약과 대학과목선이수제(AP) 활성화 방안을 도입하게 되면, 과학고 입학이 상위권 대학의 주요한 통로로 인식되면서 과학고 진학을 위한 준비는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교과부가 작년에 발표한 특목고 대책에는 다음과 같이 이러한 특목고 양산이 대학입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최근 대학들의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 축소 및 고교등급제 논란도 외국어고 등 특목고생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
○특목고의 파행적인 학생선발 방식은 중학교 교육의 정상적 운영에 심각한 충격을 유발하고, 과도한 선행학습 초래 (교육부 수월성 제고를 위한 고등학교 운영개선 및 체제개편 방안
과학고는 이미 초·중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닌 것이 현실이다. 특히 특별전형으로 올림피아드 등의 성적을 반영하면서 이를 위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과학고생들에게 과학고 대비 사교육경험을 물어본 결과로, ‘예’라고 답한 비율이 70.2%로 가장 높았으며, ‘아니오’라는 응답은 29.8%였다. 더구나 수도권의 경우, 사교육을 받은 비율은 83.9%에 달하여 광역시나 지방 중소도시와 큰 차이를 보인다. 하물며 과학고에 ! 진학해서도 사교육을 받는다는 학생들의 비율이 44%를 넘고 대도시의 경우에는 80%가 넘는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현재 3,300명 수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고의 규모를 두 배 이상 늘이게 된다면, 과학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과 진학 후의 사교육 역시 두 배 이상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학교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정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빚고 있는 가운데 과학영재 교육정책마저 여기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교과부는 일부 언론에서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자 아직 확정돤 방안이 아니라고 해명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과학고 증원은 과학영재교육의 수혜자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대상자를 늘여야 한다는 구상이며 구체적인 증원은 시·도교육감 소관사항이며, 대입특별전형은 과학영재학교와 대학 간의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과학고와 외국어고의 난립이 가져온 대학입시와 초·중·고 교육에 나타났던 파행을 버젓이 알고 있는 교과부가 이 방안에 대한 책임을 시·도교육감과 대학에 떠넘기 식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학영재 교육마저 ‘4.15 학교 자율화 방안’에서 드러난 난맥상을 고스란히 밟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과학고 정책을 포함한 특목고에 대한 종합대책을 2008년 6월에 발표한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과학영재 교육 대책 역시 특목고 대책과는 별개로 추진될 수 없는 것이다. 초·중·등 교육 전반과 대학 입시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과학고 정책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교원단체 등과의 긴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 과학고를 졸업생의 20%만이 이공계로 진학하는 어처구니없는 학교로 만드는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08년 5월 2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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