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달러화에서 엔화로까지 원화강세가 확대되고 있다. 2004년 초부터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1,000원대를 유지하던 원/100엔 환율은 2005년 1월 이후 900원 대로 진입하여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월 23일 950대로 하락하여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최근 원/엔 환율의 하락은 2003년 하반기에 진행된 엔화대비 원화약세가 과잉 조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하반기의 원/엔 환율 상승도 침체된 국내경기를 수출증대로 타개하려는 당국의 노력 등이 작용한 것으로 2천 억 달러 선을 넘어선 외환 보유액의 증가세 지속도 가세하였다.

한·일 양국의 경제에 대한 전망 차이도 원/엔 환율의 하락에 일조하였다. 일본의 GDP성장률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일본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엔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원화는 국내 소비가 예상보다 조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비교적 양호한 1월 중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달러대비 강세를 유지하였다.

원/엔 환율 하락으로 주력수출산업에 악영향 우려

일본의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는 우리상품의 일본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수출상위 품목에 있어서 한·일간 중복이 심한 상황에서 원/엔 환율의 하락은 한국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2002년 무역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상위 50위 수출품목 중 중복품목이 30개로 나타났다.1)
주요 경합 품목 : 통신장비, 전자기계부품, 컴퓨터 등

특히 디지털 TV 등 IT제품에 대해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한·일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미국의 컬러TV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2004년 컬러TV 시장점유율(금액기준): 일본 5.5%, 한국 6.0%)하고 있다.
참고1)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한·중·일의 품목별 수출성과 분석-세계수요와 시장점유율 변화의 종합분석-', 2002.8.

원화 강세 속에 수출은 꾸준히 증가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무역흑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05년 1월 중 수출은 달러 뿐 아니라 엔화에 대한 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대비 18.7% 증가한 225.5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월간 수출실적은 4개월 연속 220억 달러를 상회하였다. 1월 중 승용차, 철강 및 금속제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 증가율은 각각 전년 동월대비 74.5%, 46.8%, 41.5%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유럽 등 디지털방송의 본격화와 더불어 디지털TV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 IT수출이 60억 달러에 이르렀다. 1월 중 PDP TV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대비 150%, 프로젝션 TV는 187%로 급증세를 보였다. 무역 흑자규모도 31억 3,700만 달러를 나타내 1998년 12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수출비중이 큰 자동차와 반도체 등의 호조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었다. 상위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의 62.9%를 차지 (MTI 3단위 기준)하였다.

지역별로는 EU 및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였다. 전년 동월대비 수출 증가율은 EU가 36.3%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이35.0%, 미국이 31.7%를 기록하였다. 중국의 긴축정책과 위안화 절상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춘절특수와 반도체 수출증가에 힘입어 대중국(홍콩 포함) IT수출은 18억 달러 선을 돌파하였다.

<원/엔 환율 변동과 산업별 영향>

자동차, 전기전자 등 주력산업에 부정적

매출액 중 수출비중이 클수록,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심할수록 엔화대비 원화절상의 악영향은 심화된다.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주력산업은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ㆍ매출액 대비 수출비중(2004년 상반기 기준): 전기전자 79.4%, 운수장비66.0%, 화학 46.5% 등. 특히 조선산업의 경우 국내발주비중이 3.8%에 불과

한·일간의 수출의 상관계수가 높아지고 있으며 주요 수출 품목의 경합도 매우 높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품목 중 경합도가 하락하는 품목도 있으나,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컴퓨터, 조선, 자동차, 기계류 등의 경합도는 높은 수준2)이다.

전자부품, 정밀기계부품 등에 대일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원/엔 환율 하락은 주력 수출산업에 부정적이다.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 등 전자부품, 정밀기계의 對日수입비중이 對美보다 높아짐에 따라 원/엔 환율이 중요성 증대되고 있다. 전자부품의 대일 수입비중은 대미 비중의 4배 정도이며, 정밀기계의 대일수입 역시 2003년 이후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하였다. 엔화 대비 원화강세는 일본으로부터 부품 및 기계를 수입하는 국내기업의 비용부담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참고2) 산업연구원, "한·중·일 제조업 경쟁력의 비교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2003.3

수입부품의 높은 대일의존도는 외화가득률을 하락시킬 뿐 아니라 수출시장에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제품과 기술의 융·복합화로 외화가득률이 40%정도이며 국산화율이 높은 자동차산업 등의 수송기계 산업은 70%정도이다. 일본부품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주력산업의 수출에 차질 우려가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첨단 분야로의 이행시기에 부적절한 대응으로 외화가득률이 하락했다는 의견도 존재하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외화가득률은 80∼90%대 (90년대 기준)이다.

원화 강세기에 원/엔 하락의 부정적인 영향 확대

분석결과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에는 원/엔 환율보다는 세계 경기의 변화 등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부각되었다. 외환위기 전에는 원/엔 환율이 제조업 수출에 유의적인 영향은 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세계 경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여 외환위기 이후세계 경기 변화에 대한 수출변화 정도가 확대되었다. 1990년 1월∼2004년 11월까지의 월별자료(산업별)를 사용하여 추정하였다. 전기전자, 운수장비산업 등 주력산업에서 세계경기에 대한 수출탄력성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확대되었고 외환위기 전·후의 세계경기 1% 상승 시 수출변화는 전기전자 (5.3→6.7%), 운수장비(3.8→7.1%). 외환위기 이후 원/엔 환율의 수준이 상승하여 일본과의 수출 경쟁 시 환율 변동의 영향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원/100엔 환율은 외환위기 이전 700~900원대, 이후에는 900~1,100원대이다.

엔화대비 원화 강세기에는 약세기보다 원/엔 환율변화로 인한 수출의 변화정도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은 세계경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원/엔 환율변화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원화약세로 인한 수출증가보다는 원화강세기의 수출 감소 정도가 다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 결과를 보면, 전기전자, 운수장비, 철강 등 주력산업은 원화강세기 때 악영향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대비 원화강세기의 수출 감소 정도가 약세기의 수출증가 정도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료, 종이 목재 산업 등에서는 원화약세기의 수출증가 정도가 강세기의 수출 감소보다 오히려 크게 나타났다.

최근 수출증가는 원/엔 환율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세계경기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추정결과에 따르면 세계경기에 대한 수출의 탄력성은 원/엔 환율변화에 대한 탄력성보다 2∼3배 크다. 원화절상에 기인한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세계경기, 제품의 수급상황 등이 수출에 큰 영향이 미치고 있다. 최근 OECD와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는 등 세계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등장하여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경기가 둔화될 경우 수출에 대한 원/엔 환율의 악영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및 대응방안>

엔화대비 원화강세 지속을 반영한 정부정책이 필요

향후 엔화에 대한 원화강세의 지속이 대세라면 원화절상 속도를 조절하여 국내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화대비 원화절상의 영향은 산업별 비용구조의 차이 뿐 아니라 원화절상 폭과 속도, 지속기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원화 강세의 충격을 완화를 위한 주요국 통화별/종합적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들이 자사의 상황에 적합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관점에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 마련과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여 수출 기업들의 고유 디자인 개발, 품질 향상 및 브랜드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 등의 지원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수출지역다변화, 신제품개발을 위해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상당수의 기업들이 손익분기점 이하에서 수출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수출지원자금규모 등의 확대 운용도 필요하다. 수출 기업들은 무역금융 등 자금지원 확대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05년 2월 무역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80%정도가 적자수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기법 홍보 및 교육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의 기회로 활용

원화강세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라는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산업 혹은 사업재편의 방향까지 고려해야 할 시기이다. 채산성이 낮은 산업 또는 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0.5차 더하기 등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제조업 뿐 아니라 1차 산업 및 서비스업에서도 향후 원화강세 지속에 따른 긍정적 효과의 극대화에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고기술화, 해외생산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원화강세는 중·소형 저가제품에 대한 사업의 철수나 해외이전 등 구조조정을 가속시킨다. 특히 가전산업의 경우 디지털TV 등 고가 제품위주로 수출 구조가 변함에 따라 일본과의 경쟁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가전제품의 수출 추이
(억 달러)
제품 '00년 '01년 '02년 '03년 '04년 '05년1월 증감요인
컬러TV 17.6 16.1 19.6 35.9 57.8 5.6 디지털TV 수출증가
냉장고 7.7 7.7 8.9 11.0 14.1 1.3 대형냉장고 수출증가
전자레인지 7.8 7.2 7.2 6.0 4.0 0.3 가격경쟁력 상실
자료: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통계

1990년대 초의 엔고와 내수 침체시기에 일본기업들은 고부가가치화를 본격 진행하였다. 일본은 고급기술이 요구되는 사업을 유지하면서 산업 내 구조조정을 통해 엔고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대일 비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

원화강세 지속과 중국 등 후발국의 등장으로 가격측면의 경쟁력보다는 비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원화강세 등 금융시장에서의 변동을 실물시장에서의 생산성향상 및 신제품, 신기술 개발 등으로 극복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 기업들은 환율이 급격히 변동될 때, 신제품 개발, 해외공장의 생산증대 등으로 극복한 사례가 존재하고 있다. 주력산업들의 일본과의 경쟁이 불가피함에 따라 일본과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술을 통한 비가격경쟁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가격경쟁력은 중국 등 후발경쟁국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조에 치중해 온 국내 수출제조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대비하여 환율도 하나의 사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수출중소기업들의 원화강세 시기에 가장 어려운 점은 '외환위험 분산에 대한 대응 미흡'으로 조사되었다.3) 환위험 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7.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강세국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거나 원화 절상분을 수출단가에 전가시키는 방법 연구 등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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