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완득이’ 2008 김해의 책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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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2008-07-11 11:05
서울--(뉴스와이어)--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김려령의 『완득이』가 2008년 김해의 책으로 선정 되었다.

지역 내 문인협회와 학교 교사, 독서회, 도서관, 교육단체 관계자 등 15명으로 구성 된 김해의 책 추진협의회는 5월 14일 "올해의 책 선정주제를 '가족-인간다움의 근원'으로 정해 다양한 책을 검토한 결과 열일곱 살 소년인 완득이의 성장기를 솔직한 문장으로 표현한 제1회 창작과비평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완득이』가 가장 적격이라고 판단했다"고 책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김해시장 추천사

Ⅰ. 2008 「김해의 책」 : <완득이>

최근 우리시와 김해문화재단은 2008년 「김해의 책」으로 김려령의 장편소설 <완득이>를 대표도서로 선정했습니다. 대표도서 외에도 다양한 독서 연령층을 고려하여 <우리 가족입니다/이혜란 지음/(주)보림출판사>와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만화가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문학세계사> 두 권도 보조도서로 선택했습니다.

2008 「김해의 책」선정의 주제는 가족이라고 합니다. 이 세권의 책은 직·간접적으로 가족문제와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나 우리사회의 경우 1993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가정의 소중함을 절감한 터입니다.

어느 문명사가는 시간에 따른 변화의 폭을 기준으로 시장과 가족을 이념과 대비하여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즉 우리가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데올로기(이념)보다도 변화의 사이클로 볼 때 시장과 가정이 더 장기적인 변화의 폭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회주의(공산주의)란 이데올로기를 들어 시장과 가정생활의 자율을 억압한다면 그 이데올로기 자체의 생존주기를 단축시킬 뿐이라는 것이지요. 사회주의란 계획경제 아래서도 어떤 형태로든 시장이 형성되고 개인사유와 자유로운 교환 동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보다 훨씬 더딘 변화의 사이클을 선보이는 가족(가정)에 대한 우리의 고찰은 더 근원적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1889~1973)은 그의 저서 <여행하는 인간(Homo Viator)>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습니다.

“가족은 존재자들을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이라는 점에서 존재의 진리라고 할 만하다. 가족이라는 존재 진리에 근거하지 않은 존재자들은 상상할 수 없다. 이러한 범주를 통해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가족적’이어야 한다”

마르셀은 가정을 ‘존재가 드러나는 장소’로 규정하며 이는 한마디로 인간은 가족적으로 됨으로써만 비로소 인간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가정이란 사람이 그의 ‘어떠어떠함’, 곧 외모나 성격, 재능과 소유한 재산 등등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있음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장소란 뜻입니다.

우리시는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1960년대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면모를 탈피하고 대규모 산업도시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을공동체는 해체되고 대규모 아파트 밀집형으로 신도시도 여러 군데 생겨났습니다. 토박이들과 새로운 이주민 사이의 보이지 않는 문화적 충돌과 갈등은 새로운 도시문화 창조라는 시 정책의 주요과제로 등장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경상남도와 우리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기에 다문화가정의 출현과 함께 문화적 종 다양성도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인 것입니다.

Ⅱ. 활력만점의 성장소설

인기 록커 윤도현은 소설 <완득이>를 읽고 난 느낌을 ‘유쾌, 상쾌, 통쾌‘!라고 간명하게 표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신예작가로 떠오른 김려령의 아주 특별한 성장소설 <완득이>를 두고 찬사의 글들이 쏟아집니다.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가진 것 쥐뿔도 없지만, 절대 기죽지 않는다. 단순 무식해서 더 사랑스러운 열일곱 소년, 완득이의 눈부신 성장기!’

‘무엇보다도 「완득이」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한바탕 웃고 난 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다.’

업소에서 일하는 키 작은 난쟁이 아버지, 그런 곳에서 일하며 뭇사람들의 놀림감이 되는 아버지가 싫어 완득이를 두고 떠나버린 베트남 출신 어머니, 업소에서 만나 가족같이 지내는 정신지체장애인 춤꾼인 삼촌. 고등학생 1학년인 도완득의 가정환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변의 인물군상도 흥미롭습니다. 완득이를 놀리는 재미로 학교에 오는듯한 괴팍한 담임선생 이동주(일명 똥주), 똘아이계의 지존 혁주, 또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해대는 이웃집 아저씨며 간간이 등장하여 ‘자매님’이라 하며 웃기는 핫산, 완득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도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득이의 생활은 인간미를 잃지 않으며 또 벗나가지도 않습니다. 특히 난생처음으로 만난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과 다정한 친구로 다가온 범생이 윤하, 그리고 똥주의 드러나지 않은 배려는 우리 사회가 완득이에게 내밀은 가느다란 희망의 손길입니다. 다문화가정 출신이라고 누구나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아로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작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도를 밝혀두고 있습니다. “세상이 별것이긴 하지만 ‘별것’ 아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환경이란 주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환경이 어둡다고 아이가 꼭 어두우리란 법은 없잖아요. 같은 환경에서도 반짝반짝 빛나게 살아가는 아이는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청소년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짧고 속도감 있는 문체와 전개, 인물의 그늘을 짚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균형감각 등을 소설로서의 장점을 더해 독자를 매료하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만화를 연상시킬 만큼 캐릭터의 외모와 언행, 성격을 독특하게 설정하면서도 독자의 공감을 놓치지 않는 솜씨가 출중하여 수작이란 평을 받습니다.

소설에는 킥복싱이나 싸움처럼 몸을 쓰는 장면을 굉장히 리얼하게 묘사하여(전문 용어나 싸움기술의 상세한 묘사 등) 주인공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왈가닥 여고시절의 경험을 녹여낸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고 난 후 다소 아쉬운 점들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경쾌함의 미덕이 쉽게 가져다주는 다소 가벼움 같은 것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다소 민망한 무수한 욕설은 그것 자체가 우리의 현실을 일면 타당하게 반영하고 있기에 구성과 전개기법에 장점으로 기여할 터여서 오히려 독자들의 이해를 받을 만 합니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모든 <완득이>들의 성격이 모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지만 아무래도 완득이로 대표되는 다문화가정 출신 청소년의 전형으로서는 뭔가 누락된 점이 없지는 않은가 생각합니다. 이는 과장된 꾸밈이 오히려 진실에 장막을 가려 우리사회에 실재하고 있는 무수한 <완득이>의 생 얼굴을 가려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입니다. 담임 똥주와 윤하에 대한 인물전형도 동일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실에 굳건히 뿌리를 두지 못한 인물전형의 창출은 아무래도 책을 덮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 그 감동과 힘은 쉬이 흩어져 버리는 허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의 짧은 소견으로 적은 몇몇 문제점이 결코 이 소설의 무수한 장점을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뽑혀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문학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한껏 선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쩌면 이 소설의 가장 큰 기여는 바로 이러한 ‘독서문화의 청소년층에로의 저변확장’을 들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소설 <완득이>를 계기로 ‘오늘 이 땅’의 본격적인 청소년 소설이 등장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것입니다.

Ⅲ. 책 읽기의 사회적 기능을 생각하며

작년부터 시작한 「김해의 책」 추진사업은 소위 ‘원 시티 원 북’ 운동과 ‘사회적 책 읽기’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와 이슈를 적절히 제기한 책을 골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선정된 책을 읽고 토론과 협의를 통해 공동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독서운동인 것입니다. 이것은 책을 통한 사회적 갈등의 해결이란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에 책이 가진 순기능적 역할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1996년부터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한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의 경험에 따르면 매일 수업시작 전 실시하는 10~15분의 책 읽기운동을 통해 수업태도는 물론 학급성적이 크게 향상되었으며(특히 집중력의 향상 때문인지 산수 성적의 향상이 매우 두드러졌다고 함) 읽기 훈련을 통한 국어성적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성과는 이것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학교 전체에 규율이 확립되고 사리판단을 잘 함은 물론 시작 당시의 집단 따돌림(왕따) 현상과 기물파손, 그리고 교사에 대한 반항과 등교거부 등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단순한 책 읽기를 통하여 ‘학교 붕괴 위기’를 극복한 셈입니다. 학교 선생은 물론 학부모도 책 모으기, 도서관 청소 등을 통해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책 읽는 운동을 지역공동체 단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어린 꼬마들이 선보이는 나날의 작은 실천이 참으로 가상하고 부럽습니다.

우리가 오늘 읽는 한 권의 책이 단지 품성과 교양의 함양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토대를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넉넉한 잣대로도 그 쓰임이 중요하다고 할 때 ‘김해의 책’을 통한 그 실용적 쓰임에 우리는 크게 주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소설 <완득이>의 끝부분은 다음과 같은 절창이 있습니다. 따뜻한 관계와 아름다운 배려는 상처로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하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2008년「김해의 책」 추진사업을 통하여 이웃의 가족에 대해 우리의 자세를 새롭게 환기하고자 합니다. 가족의 훼손으로 고통 받는 모든 이의 고통을 어루만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문에 다가가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일 것입니다.

그저 숨는 것밖에 몰라 계속 숨어 있었다. 그런 나를 똥주가 찾아냈다. (…중략…) 내가 또 숨어도 꼬박꼬박 찾아줬다. 좋다. 숨었다. 걸렸으니 이제는 내가 술래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찾을 생각은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찾다 힘들면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엄쉬엄 찾고 싶다. (…중략…)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

2008년 5월 6일 김해시장 김 종 간

창비 개요
창비의 연원은 1966년 1월 창간된 계간 ‘창작과비평’으로 창비는 1974년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이래 문학, 인문, 사회, 교양, 아동 등 각 분야의 양서들을 꾸준히 펴내왔다. 2003년 현재 1300여 종에 달하는 책을 간행하였고, 매년 60여 종 내외의 신간을 내고 있는 창비는 독자들에게서 가장 신뢰받는 출판사로 꼽히며, 양서의 산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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