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성명서-교육격차 해소방안 없이 학교서열화 부추기는 교육정보 공개 유보해야 한다

서울--(뉴스와이어)--지난 3월 8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공정택)는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를 일제고사로 실시하였다. 동아일보는 학원과 학교에 수소문을 하여 서울의 강남·북, 도시와 농촌의 학력차를 비교 분석하여 보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학력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당국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교육관련 정보의 공개에관한 특례법’ (이하 교육정보 공개법) 시행령에 대한 공청회가 오늘(8월 1일) 열리게 되었다.

교육정보 공개법은 전 청와대 수석이었던 이주호의원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성적 공개가 미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여 학교명칭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법조항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전국단위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학교단위의 성적공개가 이루어지게 되면, 이를 수합하여 학교를 성적순에 의해 배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더구나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교육청 평균과 학교평균, 개인점수를 명기한 성적표를 배부한 바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자율과 경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학력 경쟁을 위한 자율화와 학력경쟁을 제도화하기 위한 교육정보 공개법을 축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동안 표집으로 실시해온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집으로 바꾸고, 0교시, 야간 자율학습, 방과 후 학교에 학원 허용 등 온갖 학력경쟁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4.15 학교학원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경쟁지상주의 기제가 활성화되는 자율은, 이제 전국단위 일제고사의 결과를 공개하는 법에 의해, 학교서열화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험대비 문제풀이식 교육을 학교 현장에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미 경기도 지역에 시·군·구 교육청이 10월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여 독자적인 시험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 동안 이주호 전 수석 등 교육정보 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교육정보 공개의 명분으로 학력차에 대한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격차를 줄인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제까지 전국단위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되어 왔고, 학력차에 대한 진단이 이루어져 왔다. 문제는 진단에 따른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천의 부족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교육예산에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예산을 삭감(20%)하였고, 기초학력 부진학생의 비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2010년 고교선택제 이후 기피 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이 효과를 가지지 못할 경우에 학급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는 줄이고 경쟁기제를 강화한다는 이명박-공정택 교육정책의 본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 있는 것이다.

한국과 교육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도 학교간에 성적 비교를 위한 정보공개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 학교정보 공개사항은 의무조항이 아니다. 그만큼 학력정보 공개가 미칠 비교육적 파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초·중등 단계에서는 학교교육과 사교육이 이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지 못하는 수업방식, 타인을 위한 배려 등이 외국의 1/4 수준에 이르는 지나친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이 한국교육의 병폐이다. 이러한 조건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업성취도 공개와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경우, 지나친 입시경쟁교육과 사교육 팽창을 더욱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제고사로 실시하고, 이를 성적공개로 연결시키는 정책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소모적인 입시경쟁교육 강화정책은 바로 사교육비 폭증을 가져온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이러한 제반 문제를 감안해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전국단위 서열화 결과를 보도해 온 일부 언론의 성적경쟁 부추기기에 대한 엄격한 제재조치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행령에서 공개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학교단위 성적공개의 방식을 논의하기 이전에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논의되고 학력공개는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 8월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웹사이트: http://www.eduhop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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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대변인 현인철 02-2670-9437, 전교조대변인 이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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