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동아시아의 경제협력: 중국의 역할과 한계’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 ‘동아시아의 경제협력: 중국의 역할과 한계’

1. 진행되는 동아시아의 경기 불안

불안정한 동아시아 금융시장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적인 신용위기가 동아시아 자본시장에도 파급.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심리의 불안정, 외국인 투자가의 매도 등으로 중국 및 NIES의 주가 급락.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대비 60% 이상 하락했고 한국, 싱가포르,대만, 홍콩 증시 모두 연초대비 50% 수준으로 하락(10월 30일 현재). 2008년 9월말 현재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시장에서 293억 달러, 대만에서 103억 달러, 태국에서 38억 달러 등을 순매도. 동남아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의 주가는 연초 대비 50% 이상하락했으며 말레이시아도 40% 이상 하락

외환시장에서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나 동남아의CDS 프리미엄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 한국의 원화환율은 10월말 현재 연초 대비 30% 이상 상승했고 필리핀페소화는 20% 정도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가치도 대폭 하락. 중국위안화와 싱가포르달러, 대만달러, 말레이시아링깃은 안정세 유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의 CDS 프리미엄은 10월 30일 현재 500bp를 상회

수출호조 속에 경기 하락

대외환경의 악화에도 동아시아의 수출은 현재까지 호조세를 유지. 8월말 누계로 한국(9월말), 일본, 대만의 수출증가율은 2007년 증가율보다 더 높으며, 중국(9월말)도 지난해 25.7%보다 약간 낮은 22.3% 기록. 일본은 8월말 현재 수출증가율이 18.0%로 2007년의 10.1%를 대폭 상회. 동남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제외하면 모두 수출증가율이 지난해실적을 능가

수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 증가율은 빠른 속도로 둔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은 2/4분기부터 산업생산 증가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며, 중국은 3/4분기 들어 둔화가 명백.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도 2/4분기 이후 산업생산 증가율이 둔화

산업생산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도 감소하기 시작. 3/4분기 중국 성장률은 2003년 SARS 발발이후 최저치인 9.0%를 기록하여 일반적인 전망치 9.7%를 훨씬 하회. 한국의 3/4분기 성장률은 3.9%로 전분기의 4.8%에 비해 둔화되었고, 싱가포르의 3/4분기 성장률은 -0.5%로 경기침체 진행 중

2. 중국 중심으로 전환되는 동아시아 무역

정체되는 동아시아의 세계 및 미국 시장 점유율

미국의 올해 대동아시아의 수입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더 낮음. 2008년 8월 현재 미국의 총수입 증가율은 13.7%이었으나 이를 상회하는 동아시아 국가는 베트남의 21.6%에 불과. 동아시아 10국 중 2007년 대비 수출증가율이 더 높은 국가는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 불과

동아시아 국가 중 전자 등에 집중하는 국가의 수출은 부진하고 1차 상품비중이 높은 국가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양호. 미국의 수입이 감소한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및 수입증가율이 1% 정도에 불과한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수출집중도가 높음. 미국의 수입 증가율이 5% 이상인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수출상품이 다변화돼(중국) 있거나 1차 상품 수출이 많음. 수입증가율이 21.6%인 베트남은 섬유 등 노동집약적 상품을 주로 수출

동아시아의 대미수출 부진은 동아시아 성장 모델의 유효성 상실이라는 차원에서 해석 가능. 동아시아는 고투자와 수출주도형 공업화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1960년대 이후 일본- 아시아신흥공업국- 선발 아세안- 중국 등의순서로 발전. 동아시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70년 10.4%에서 1995년 26.0%로, 미국시장 점유율은 동기간 22.0%에서 39.6%로 증가. 동아시아의 對域外市場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은 중국이 세계시장에 편입하고, 동아시아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교역조건의 악화를 초래. 동아시아의 세계시장점유율은 1990년대 중반 최고를 기록한 이후 정체. 중국을 제외한 전체 국가(지역)의 미국 시장 점유율 대폭 감소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대미시장 점유율 감소는 중국의 “代理輸出” 때문이므로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가 있으나 정확하지 않음. 중국에 투자한 동아시아 기업이 생산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중국기업도 동아시아의 부품과 중간재를 조립해 미국에 수출한다는 주장. 대리수출로 중국의 대미시장 점유율은 증가했으나, 전체 동아시아 점유율은 1995년 39.6%에서 2007년 34.2%로 5.4% 포인트 하락. 올해 8월말 누계기준 동아시아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1.5%포인트, 일본과 NIES가 각각 0.7% 포인트 낮아져 전체로는 31.0%로 급락

향후 미국의 수입시장 규모가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동아시아의 대미의존도는 더욱 축소될 것임. 금융위기를 거친 후 미국경제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민간 소비지출이과거와 같이 활황세를 유지하기 어려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적자- 동아시아의 흑자라는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동아시아의 자본의 미국 환류도 감소할 전망

미국을 대체하는 중국의 역할

동아시아의 대미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여전히 호조. 중국의 2008년 9월말 누계 대동아시아 수입증가율은 필리핀을 제외하면모두 대폭 증가.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을 제외한 모든 국가로부터 20% 이상 수입 증가. 중국의 수입증가율이 2007년에 비해 둔화된 국가 중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20% 이상 수입이 증가

동아시아의 대중 품목별 수출에서는 반도체 등이 다소 다소 부진하지만석유제품 등은 호조- 세계 전자산업 경기 부진으로 동아시아의 대중 수출 1위 품목인 전자집적회로(HS 8542)의 수출도 부진. 전자집적회로는 한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1위 수출상품이며 싱가포르 및 태국의 2위 수출상품(HS 4단위 기준). 중국의 대필리핀 전자집적회로 수입은 6.7% 감소.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는 석유제품의 대중 수출을 대폭 늘렸으며,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팜오일 등 1차 상품 수출을 대폭 확대. 석유제품 수출은 일본 200% 이상, 한국 120%, 대만 500 이상 증가

중국의 수입수요는 2000년 이후 급증해 동아시아의 수출 증대에 기여. 2001년 미국의 IT버블 붕괴와 중국의 WTO가입 이후 중국은 동아시아수입시장으로 부상. 중국은 동북아에서 자본재· 부품· 중간재를, 동남아 저개발국에서는 1차상품을 수입. 미국시장에 대한 점유율 하락에도 동아시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3년 25.6%에서 2007년 27.1%로 다소 증가

중국은 곧 아시아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 대중국 수출의 증가로 한국의 대미수출 비중은 2000년 21.9%에서 2007년 12.4%로 감소. 2008년 9월 한국수출 중 대중국 비중은 22.5%로 증가. 일본의 대중국 수출비중은 2007년 15.3%로 미국 20.4%보다 적었으나 2008년 8월 누계로는 16.0%대 17.5%로 격차 축소. 아세안 6국의 대미수출 비중은 2000년 18.9%로 대중국 비중 3.9%보다 훨씬 높았으나 2007년에는 12.2%로 감소했고 대중 비중은 10.8% 증가

동아시아의 대중국 수출과 동아시아 수입간의 연계도 약화되고 있음. 중국의 대미수출 증가율이 2004년 이후 감소하고 있으나 동아시아로부터의 수입 증가율은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중국 내 동아시아 기업의 내수전환 증가, 중국 부품산업의 발전에 기인. 중국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동북아 지역으로부터 내구소비재 등 소득탄력성이 높은 소비재의 수입도 증가

3. 시사점 및 대응

아직은 완전한 구원투수가 되지 못하는 중국

동아시아의 수출의 지역별· 상품별 구조를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음. 미국에 대한 수출은 극히 부진하고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수출증가율보다 높아 중국이 동아시아의 수출경기를 지탱. 전자산업 수출비중인 높은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수출은 부진하고 다각화 국가(일본, 한국, 중국) 및 1차 상품 경쟁력의 수출증가율 높음

전반적 수출호조에도 동아시아는 산업생산 감소와 경기침체에 직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1차 상품 가격의 앙등으로 원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대만 등은 무역수지가 악화. 한국 9월말 현재 적자, 일본 및 대만은 8월말 현재 흑자 50% 이상 감소. 대중국 수출이 증가했으나 산업연관효과가 큰 전자제품 보다 고용효과가 낮은 정유제품 호조를 보여 수출의 국내경기 진작 기여도가 낮음

대중국 수출의 호조에도 동아시아가 완전히 선진국 경기에 독립적일 수없는 이유는 현재의 동아시아 내 생산네트워크의 성격에 존재. 동아시아가 직접투자를 통해 생산공유(production sharing)라는 수직적산업내무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대미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음. 중국의 동아시아 수입과 대미수출의 연계가 약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은 중요. 대중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올림픽 이후 중국의 경기 부진을의식

글로벌 국제금융시장도 동아시아 실물부문 디커플링(decoupling)을 압도. 금융의 글로벌화로 자본의 유출입이 증가했고, 헤지펀드 등 다양한 투자주체와 파생상품의 등장으로 세계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 동아시아내의 금융 및 통화협력의 부진으로 아시아가 경상수지 흑자를미국에 재투자. 아시아의 대미증권 보유금액은 2007년 6월 말 현재 2.8조 달러이며 이안전자산(재무부 채권 및 정부 에이전시)에 대한 투자는 72.5%. 유럽의 경우 이 비율은 15.6%에 불과해 동아시아와 큰 차이가 있음

동아시아 제도적 협력 틀 구축해야

향후 중국의 대동아시아 수입의 호조 여부는 다음 두 개의 요인의 상호작용에서 결정될 것임. 첫째, 중국의 산업기술 발달에 따른 부품과 중간재의 생산 대체가 활발하고 다국적기업의 현지 부품 생산도 증가하면서 수입 증가율 둔화. 둘째, 중국의 중산층 형성과 불균형 문제의 해소로 인한 동아시아로부터의 수입이 고급 소비재 수입 증가

동아시아 경제의 성장에는 중국 경제의 안정과 지속적인 수입 수요 증가가 필요. 1990년대 후반 중국은 위안화의 가치를 유지해 동아시아 경제의 안정에기여했으며, 이번에는 민간소비를 확대해 동아시아에 기여할 수 있음. 중국의 사회안전망을 확충, 금융구조 개선 등은 과도한 저축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민간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음. 중국정부가 8%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재정 및 금융재정 정책을 사용한다면 역시 동아시아에 기여. 중국의 국내 프로젝트에 동아시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함

미국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동아시아 내부의 소비재 시장 창출이 필요. 동아시아의 생산공유(production sharing)에 의한 분업이 동아시아 부품및 중간재 무역을 창출하고 있으나 소비재 교역은 상대적으로 부진- 동아시아가 자유무역을 통해 부품 및 중간재 뿐만 아니라 최종 소비재의교역을 확대해야 함. 동아시아의 역내 무역비율은 EU에 비해 아직 낮고 EU가 수평적 산업내무역 비율이 높은데 비해 수직적 산업내 무역 비율이 높음

역내 소비재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동아시아는 시급히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EAFTA)의 협상을 시작하고 조기에 발효시켜야 함- EAFTA는 아세안+3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일본 측이 아세안+6의"동아시아 포괄적 경제동반자관계(CEPEA)"를 주장해 주춤해진 상태. 현실적으로 CEPEA의 효과가 EAFTA에 비해서 크지 않고 인도를 포함한 CEPEA는 진전될 가능성이 별로 없으므로 우리는 EAFTA의 “조기협상, 조기타결, 조기발효”의 입장을 강력히 견지해야 함

현재의 금융위기를 고려하면 동아시아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장단기적인 대책도 필요. 단기적으로 아세안+3 체제가 추진하고 있는 Post-CMI 체제의 다자화를위한 신속한 협력이 필요. Post-CMI 체제의 기금으로 현재의 800억 달러에 비해 규모를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음.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틀을 구축하고 외환보유의 필요성을 축소하기 위한 아시아통화의 도입도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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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박번순 연구전문위원 02-3780-8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