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의원 칼럼, 독도 도발을 보는 세 개의 창

서울--(뉴스와이어)--일본은 오판했다. 일본의 우파는 독도 문제를 단계적으로 제기해서 국제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일본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민족주의와 일본의 민족주의는 그 성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의 민족주의는 날카롭고 차가운 쇠의 성질을 가진 공격적 민족주의이지만, 한국의 민족주의는 한번 붙으면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뜨거운 불의 성질을 가지는 방어적 민족주의이다. 일본인은 한국민들이 왜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역사적 피해의식이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 사안은 그 어두운 기억들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기억은 금새 분노가 되어 산불처럼 번진다. 일본의 우파는 한국 민족주의가 갖는 ‘불’의 성질에 대해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우리의 뜨거움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짐짓 점잖은 체하며 속으로는 주판알을 튕기는 그 속내를 다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자국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다른 나라와 국민을 이용하려는 얕은 수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뜨거운 심장 만큼이나 사태를 보는 눈은 냉철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세 개의 창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세계화의 흐름 속에 곳곳에서 강화되는 민족주의의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다. 하지만 경제의 세계화에 비해 정치의 세계화는 지체되고 있고, 이 간극을 메꾸는 힘으로서 민족주의가 새로운 방식으로 동원되고 있다. 일종의 문화적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 정부의 세계전략도 사실은 미국 식의 민족주의(미국적 가치가 보편적 가치라고 하는 문화적 민족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새로운 ‘중화’를 꿈꾸면 민족주의를 강화한다. 일본은 정치군사 대국을 위한 ‘개헌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도 문화적 민족주의를 동원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 틈새 속에서 자칫 상대적 소국인 우리가 우리 나름의 정체성과 문화적 민족주의를 고양하지 않으면 자칫 한편으로는 세계화와 다른 한편으로는 각국의 민족주의 경쟁 속에 표류하거나 주변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우리 민족의 강한 문화적 동질성을 토대로 단호함과 응집력을 보여줄 때만, 또 보편적 가치에 충실하는 모급을 보여줄 때만 동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 사회에서 작지만 강한 나라로 인식될 수 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 미일 동맹의 강화와 한미동맹의 상대적 약화가 일본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대신 우리의 외교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다. 한미동맹이 확고했을 때는 일본이 한국, 특히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에 대해서 감히 도발을 하지 못했다. 강화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일본은 동북아에서 ‘반쪽 국가’에서 ‘강대국’으로 전환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이 상대적으로 한국을 알게 모르게 우습게 보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의 좌충우돌식 외교와 상황에 따라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서 저 말하는 ‘왔다 갔다’ 식 외교가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점은 작년 말 일본 방문에서 일본 정치인들이 비공개 석상에서 공공연히 한 이야기다. 이 사태를 계기로 동북아 및 아태 질서의 큰 변형을 입체적으로 포착하고, 한미동맹을 비롯 중국 러시아 일본 아세안 등과의 외교를 어떤 원칙과 방향 속에서 실행할 것인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 교과서 문제나 독도 문제는 일본 우파의 고도의 외곽 때기리 전술이다. 자국민들에게 일본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고, 일본 국민들에게 이제는 일본이 공격적 군대와 완전 국가로 바뀔 때가 되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다. 중국을 때기기에는 벅차고 한국을 때리면, 분명히 한국의 반일 감정이 들끓을 것이고, 그 정치적 효과로 일본의 민족주의가 강화된다고 하는 것이다. 양식이 있는 일본인이라면 실질적인 독도의 영유권 탈취를 통해 영토와 어업권 또는 해양자원을 얻으려는 목적이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쟁점화하려는 것은 일본에 고유한 차갑고 단단한 민족주의를 단련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세 개의 창을 통해 이번 사태를 본다면 우리가 가진 불같은 민족주의의 에너지를 잘 활용하면서도, 불이 꺼지면 또 그 뿐인 미봉책이 아니라 정말로 이 불을 정제해 궁극적으로 쇠를 녹여 버릴 수 있는 긴 안목과 입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지 않겠는가.

웹사이트: http://www.newthink.co.kr

연락처

박형준의원실 02-784-4363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