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 진단’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 진단’

Ⅰ. 외환시장 불안과 위기 재발 가능성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가중

최근 들어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증폭. 2008년 2/4분기 기준 단기외채가 약 1,756억 달러로 최근 2년간 83.9%증가 (2006년 2/4분기~2008년 2/4분기). 반면 동기간 외환보유고 증가율은 15.0%에 그쳐 외환위기 압력 증가의요인으로 작용. 2008년 2/4분기(6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1997년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8.2%를 기록

환율과 주가를 비롯한 금융변수들의 변동폭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 원/달러 환율은 11월 24일 현재 1,509.0원으로 9월 1일 1,087.0원에서 38.9% 상승 (고시 기준)·10월 3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환율 폭등세는 진정되는 듯했으나, 11월 7일 환율이 1,320을 기록하며 체결 이전 수준으로 재상승. 동기간 KOSPI지수는 최고 1,501.6p에서 최저 938.7p까지 60% 이상 하락

외환시장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외환위기압력지수(MPI ; Market PressureIndex)가 급격히 상승. MPI는 외환시장 위기의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환율 변동률과 외환보유고 변동률을 정규화한 후 합산한 지수.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임계치(0.83)를 상회하고 있어 위험圈에 진입한 상태. MPI의 증가는 최근 1년간 외환보유고 증가율에 비해 환율의 절하폭이커진 데 기인. 10월 현재 전년 동월비 환율과 외환보유고 상승률은 각각 45%, -18.4%

수출이 위기 방지의 버팀목 역할

수출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외환위기 압력을 낮추고 있는 상황. 2008년 8월과 9월의 전년 동월비 수출액 증가율은 각각 18.2%, 27.7%로양호한 수준을 유지·10월 수출액 증가율은 8.5%로 약간 둔화되었으나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는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 (약 12.1억 달러 흑자). 수출물량지수도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으나 견조세. 전반적인 수출 환경을 나타내는 교역조건지수3)는 지난 2008년 4월 이후6개월 연속 하락해 악화되는 추세. 2007년 1월 89.2에서 2008년 9월 77.5까지 하락세가 지속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

금융시장 혼란으로 외환위기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일부에서 대두.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금융현상들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현상을 보이면서 외환위기 재발에 대한 위기감이 대두. 환율 급등, 주가 급락, 외국인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액 감소 등 금융지표들의 움직임이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 위기설로 인해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주가 하락이 가속되는 악순환이 지속. 원화 가치 하락을 예상한 기업과 개인이 달러 보유를 늘린 것도 일부 달러 부족현상을 부채질

MPI지수의 대안으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금융안정지수를 통해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점검. MPI지수는 환율과 외환보유고라는 두 개의 외환변수만으로 구성되어 금융시장의 위기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미흡. 한편 신호접근법 등 경보지수가 개발되어 있으나 위기의 근본 원인이나형태에 따른 위기지표 선별 및 최적 임계치 설정 과정 등에 문제. 대안으로서 금융감독원의 위기지수(Risk Index)를 국가 단위로 확장한종합금융안정지수(CFSI: Composite Financial Stability Index)를 작성. 현재 금융감독원에 구축되어 있는 6개 조기경보모형 중 가장 적용범위가 넓어 대표적으로 이용. 모든 금융권역의 금융 산업 및 개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구축 운용 중. 종합금융안정지수를 활용해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검

Ⅱ. 종합금융안정지수

종합금융안정지수(CFSI) 산출방법

CFSI는 외환시장 및 금융시장의 건전성 및 위험도와 관련이 깊은 금융변수에 거시경제지표 및 국가신용등급을 가미해 하나의 지수로 합성. 후보 변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들에 대한 적합성 검증을거쳐 25개 지표를 최종적으로 선정. 데이터의 가용성에 근거, 1993년 1월부터 현재까지 월단위 지표를 사용. 금융지표, 거시지표와 같은 특성별 분류를 피하고, 위기발생까지의 경과기간을 기준으로 지표를 4그룹으로 분류. 1그룹은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까지 약 12개월이 소요된다고 가정

최종 종합지수는 각 그룹별로 주성분 분석을 통해 제1, 2 요인만을 추출한 후 변동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은 최종 위기지수에 미치는개별 지표들의 중복요인을 제거. 제1, 2 요인을 추출한 후 표준지수 작성법을 통해 최종 지수를 산출. 수치가 작을수록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이며 클수록 불안

평가 결과 : 현재 위기발생 확률은 외환위기 당시의 1/3 수준

2008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의 위기 압력이 어느 정도 높아진 것은 사실. 2008년 8월 종합금융안정지수는 0.53으로 2001년의 세계경기 둔화 및 9.11테러(0.23)7), 2003년의 카드사태(0.21) 당시의 위기수준을 상회.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외환시장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반영

하지만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 종합금융안정지수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의 약 1/3 수준8)으로 외환위기를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님. 2008년 8월의 지수는 0.53으로 2007년 12월의 최고점(1.74)의 30% 수준이며, 1996년 이전과 비슷한 수준·9월과 10월에는 각각 0.47, 0.35로 하향 안정화. 다만, 현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과거처럼 상황이 갑작스럽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동 지수는 외환위기 직전 약 1년간 0.5 이상의 고수준을 유지하다가 급등한 바 있음

Ⅲ. 평가 및 전망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

외환위기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 환율 급등, 주가 급락 등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금융현상과는 달리 펀더멘털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양호. 10월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2,100억 달러를 넘는 등 양적으로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미 간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외환보유 가용규모가 크게 확대. 펀더멘털을 고려한 종합금융안정지수가 외환위기 당시의 1/3 수준으로나타나 현 시점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

하지만 현재 시장에 상존하고 있는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 시장이 ‘자기예언적 실현(self-fulfilling prophecy)’에 빠지는 것을 경계. 불안 심리로 가계와 기업이 긴축하고 돈을 안 쓰면 경제가 더 안 돌아가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발생. 신용경색의 여파로 기업이 현금 확보에만 매달릴 경우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에 빠져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장 참여자들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과 아울러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

위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정부는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선제적으로 대응. 1996년부터 가시화되었던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가 촉진. 1997년 12월 최고점에 달했던 동 지수는 이미 1996년부터 위기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정부는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조치를 단행.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정책 수단이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고 판단될경우 국제공조 차원에서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채택 → 신속한 처방만이기회비용을 최소화.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관리를 통한 환율 안정과 민간부문의 단기외채의장기 전환 등을 유도·확고한 환율안정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환투기 가능성을 차단. 특히 환율 상승이 종합금융안정지수를 높인 주요 원인인 만큼 환율 하락을 위해 보다 충분한 외환보유고 확충 노력과 적절한 시장개입이 필요. 이를 위해 기존의 한·미 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고, ‘한·중·일통화스와프’를 적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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