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최근 신흥국 금융위기의 평가 및 전망’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 ‘최근 신흥국 금융위기의 평가 및 전망’

1. 신흥국 금융위기 추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신흥국 경기상황이 급반전

2006년 말 서브프라임 위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신흥국 경제는 한동안견조한 성장세를 유지. 선진국 경제권의 경기후퇴가 표면화된 반면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2007년에도 고성장세를 유지. IMF가 소위 '신흥국'으로 분류한 국가들의 GDP 성장률은 2007년 8.0%로 전년비 0.1% 포인트 상승. 이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후퇴하더라도 신흥국 경제는 호조세를 유지함으로써 글로벌 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소위 '디커플링론'이 대두. 과거 신흥국은 선진국의 구제금융 혜택에 의존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에는 신흥국이 구제에 나설 차례라는 '신흥국의선진국 구원론'까지 등장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전 세계에 신용불안이 확산되면서 신흥국 경제상황이 급반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선진국 투자가들의 전 세계 리스크 자산 회수움직임이 순식간에 확대.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직면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투자자금을 급격하게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현상'이 본격화. 2008년 6월부터 3개월 연속 200~350억 달러씩 총 92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자금을 회수

기록적인 대외증권투자의 역류 현상이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신흥국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경험. 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등 대다수 신흥 경제권의 채권 및 주식 시장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 신흥국 10개국 중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화가치와 주가가 20~40%씩 하락하는 등 신흥국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직면

IMF 구제금융 이후의 진행상태를 점검할 시점

해외차입이 곤란해지거나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에 직면하게 된 신흥국을중심으로 IMF의 구제금융 지원이 진행.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차입 비중이 높거나, 고인플레이션 및 큰 폭의 경상적자를 안고 있던 국가들의 대외경제 취약성이 현저하게 노출. 아이슬란드의 비상사태 선포는 급격한 자금유출을 통한 통화가치 하락및 주가 폭락의 형태로 연쇄 반응을 초래. 주요 경제권별 신흥국의 금융위기 진행 상황과 현재의 안정성 진단을 통해 신흥국 금융위기 리스크의 지속 여부에 대한 고찰이 필요. 신흥국의 금융위기는 IMF의 금융지원 조치로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유가 하락', '수출 둔화' 등 새로운 위기 요인들이 가시화

2. 금융위기 진단 결과

아시아 3개국은 대체로 안정권에 진입

과거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3개국의 CFSI는 대부분 11로 위기임계치 (8.5)를 넘어섰으며 2008년 9월에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재상승. 1997~1998년 사이에는 태국을 시작으로 한국, 인도네시아 등이 IMF 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외환위기를 경험. CFSI는 태국(1997년 7월), 인도네시아(1998년 1월) 등이 최고점. 2008년 하반기에는 수년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등에 힘입어 고성장을 구가해왔던 아시아 신흥국들이 심각한 자금 유출로 인해 금융 불안이 최고조.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가 폭락. 2008년 12월에는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 파키스탄은 최고점 대비 89.5%로 불안감이 잔존

파키스탄은 11월 24일 IMF로부터 약 76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으나 지속되는 정정불안과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금융위기 리스크가 잔존. 11월 22일 라호르(Lahor)에서 발생한 3건의 자살폭탄 테러 이후에도 이슬람 과격파에 의한 추가적 테러 가능성이 잔존. 2007년 7월 이후 인플레이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2008년 11월기준 전년 동월비 24.68%까지 상승. 파키스탄의 루피화는 2008년 12월 기준 달러당 78.93루피로 10개월 전보다 가치가 약 23% 하락한 상태에서 약세 유지. 정치 리스크, 고인플레이션, 저성장 기조를 반영. 외환보유고는 10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11월 91억 달러로 증가세로 전환되었으나 무역수지 적자 및 자본유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

중남미는 금융보다는 실물경제 리스크가 핵심

중남미 3국은 과거 수차례의 외환위기를 통해 위기지수가 급등락을 반복. 브라질은 1998년 11월 IMF에 415억 달러의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하며 외환위기의 여파가 1999년까지 지속. 아르헨티나도 2001년 12월 1,320억 달러의 대외채무 상환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 2008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중남미 경제에까지 미치면서 금융안정지수가 재상승. 10월 기준 브라질과 멕시코의 위기지수는 각각 7.3, 9.7로 위험수준에 각각 근접 및 진입

2008년 12월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안정세를 회복한 반면 멕시코는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여파로 불안감이 잔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CFSI는 각각 1998년, 2002년 당시의 최고점 대비 약 절반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 멕시코의 CFSI는 1996년 페소화 위기 직후의 최고점인 10.1과 비슷한 수준으로 불안감이 불식되고 있지 않는 상황

멕시코 경제는 자원가격 하락, 미국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로 인해당분간 리스크가 높은 수준을 유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산업 생산이 급격히 축소. 멕시코의 산업 생산은 2008년 10월 기준 전년 동월비 2.7% 하락했으며 원유와 관련된 생산과 수출 감소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 멕시코의 대미수출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해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 11월 인플레이션율은 10월의 5.7%에서 0.5% 포인트 상승한 6.2%를 기록했으며, 12월에는 7.1%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어 거시정책 자유도도 매우 낮은 상황

동유럽은 전체적으로 불안감이 잔존

동유럽 신흥 3국의 위기지수는 1997년 동유럽 경제위기를 정점으로 하향안정화 추세를 유지했으나 2008년 하반기에 급상승. 1999년 불가리아의 화폐 액면 단위 급변경 등 간헐적인 금융불안이 존재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전체적으로는 안정된 상황이 유지. 하지만 2008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점차 상승하면서 위험 수준에 재차 진입(8.5~11포인트). 헝가리의 재정적자 심화와 외채 급증으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 폴란드의주가 폭락 등은 동유럽권 금융시장 불안의 기폭제

2008년 12월에는 10~11월의 고점 대비 하향세로 접어들었으나 8.5 이상을 유지해 불안감이 불식되지 않은 상황. 최고점 대비로도 폴란드는 약 89%, 헝가리는 69% 등 전체적으로 금융리스크가 완전히 불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

폴란드는 디레버리징(차입이나 부채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 의한 유동성경색과 주가 및 환율 불안 등으로 금융불안이 현재에도 진행 중. 주가는 2008년 10월 급락한 이후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실물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소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은 시장의 불안을 더욱 가중. 정부 부채가 약 8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경기부양을 실시하기도 어려운 상황- 환율도 디레버리징,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급격히 약화. 2008년 7월 달러당 2.06즐로티 → 현재 2.99즐로티(2009년 1월 기준). GDP 대비 경상수지적자도 약 5%대로 2008년에 이어 불안한 상황이 지속

3. 평가 및 전망

유동성 패닉은 진정되었으나 새로운 위협요인이 등장

2008년 11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인 유동성 패닉은 일단 진정국면에 진입. 미국은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FRB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확대 등의 조치로 유동성을 둘러싼 최악의 사태가 종료. 미국의 LIBOR 3개월물은 10월 10일 정점인 4.81을 기록했으나 2009년 1월 8일 1.35로 정점 대비 72% 하락. 이에 따라 신흥국 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던 자본유출 현상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 국가의 신용정도를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도 동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흥국에서 하향 안정화

반면 수출 급감, 유가 하락 등이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등장. 수출 둔화 및 감소로 국내 금융시스템이 취약한 동유럽 신흥국을 중심으로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고. 동유럽 수출의 절반 이상이 대EU 수출이란 점에서 서유럽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동유럽의 수출 급감은 불가피. 서유럽 은행들의 대출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면 동유럽 수출 기업들의 무역금융도 위축될 가능성. 지속되는 유가 하락으로 자원 수출국을 중심으로 경상수지 적자압력이 제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자원수출국이 많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무역적자에 의한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

위협요인이 적은 신흥국이 제2의 투자처로 급부상

내수시장이 견조세를 유지하고 금융위기에 노출 정도가 낮은 신흥국들이선진국들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 해외 자본유출 우려가 불식되고 외환보유고 확충 등으로 유동성이 확보된 신흥국들이 제2의 이머징 마켓으로 급부상할 가능성. 미국의 『Wall Street Journal』은 당분간 브릭스보다 'ICK'(인도, 중국,한국)가 투자유망국가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 글로벌 경기 회복기에 가장 빠르게 재부상할 신흥국들을 예의 주시할 필요. 금융위기에 대한 내성이 제고되고 새로운 위협요인에 상대적으로 노출정도가 적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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