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최근 영국경제의 부진요인과 시사점’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 ‘최근 영국경제의 부진요인과 시사점’

1. 최근 영국의 경제 상황

글로벌 금융불안의 영향으로 거시경제 지표들이 현저히 악화

거시경제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불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급격히 악화. 지난 몇 년간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성장을 유지해왔으나 2008년 하반기부터 금융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마이너스 성장에 빠짐. 2008년 4/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8%를 기록. 소비와 투자의 급격한 감소가 성장률 급락의 주요 원인. 물가오름세는 완화되었으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 소비자물가상승률은 VAT 인하, 유가 하락, 의류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2008년 11월 4.1%에서 12월 3.1%로 하락. 2008년 4/4분기 실업률은 1999년 이래 최고치인 6%를 상회

금융 불안의 지속은 국가부도 위기에 대한 논쟁 촉발

글로벌 금융불안과 함께 주가가 크게 하락했으며, 금융기관들의 위험 회피 성향 강화로 인해 신용경색 문제가 본격적으로 심화. 2008년 6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었던 영국의 주가지수(FTSE100)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락(2008년 연중최고치 대비 약 42% 하락). 주가지수 6479.4(2008년 1월 3일) → 3781.0(2008년 11월 21일). 2차 구제금융안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다시 급락세 (1월 22일 기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1)의 주가는 연초 대비 79% 폭락, 바클레이스(Barclays)는 65% 하락, HSBC 홀딩스는 24% 하락. 2009년 초 금융기관들의 손실 발표는 2008년 10월 이후 하락세에 있던 리보(Libor) 금리를 다시 상승시키는 등 금융불안을 초래. 3개월 만기 리보 금리는 1.24%까지 상승 (2009년 2월 4일)

영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파운드화의 가치는 약세를 지속. 달러나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2009년 1월파운드화 대비 달러는 08년 8월에 비해 30% 하락, 유로는 19% 하락. 2월 들어 파운드화 가치의 급락 국면은 다소 진정세

국가부도 위기에 대한 논쟁까지 금융불안에 가세.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영국경제의 파산 가능성을 제기. 국제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Jim Rogers)는 북해유전 고갈 및 금융산업 약화로 인해 영국경제와 파운드화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표명. 미국發1차 금융위기에 이어 영국發2차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우려. 반면 영국 정부는 물가안정, 임금억제, 낮은 정부부채, 경기부양책의 효과 등을 근거로 경제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피력. 영국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제 금융시장 및 세계경제 회복에 타격

2. 향후 영국경제의 취약 요인

금융산업의 약화는 성장동력 상실과 실업문제를 심화

노동당 집권 10년간 영국 정부는 해외자본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고금리 및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는 등 금융 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고수. 1997년 노동당 집권 이후에도 개방과 경쟁을 표방한 대처 수상의 '금융빅뱅' 법안을 일관성 있게 추진. 중앙은행의 독립, 세금감면, 런던의 금융중심지화. 10년 동안 금융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4%로 증가했으며, 부동산 및 비즈니스 관련 서비스가 GDP의 34%를 차지. 세계 금융 서비스업 전체 수출에서 영국의 금융서비스업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약 230억 파운드). 반면 제조업 기반은 약화. 고금리 및 고환율 정책으로 생산 비용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제조업체들은영국을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

금융산업의 약화로 인한 성장 동력 상실과 실업률 상승의 문제가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비교하여 더욱 심화될 전망. 미국發금융위기 발생 직후 영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이 부실을 노출.

·RBS : 공격적 경영으로 급부상했으나 부실 규모가 컸던 ABN 암로 인수와 서브프라임 투자 손실로 위기에 직면(1차 구제금융 200억 파운드 투입)
·HBOS : 영국 최대 모기지 업체였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리먼브러더스 투자설이 알려지면서 위기 (1차 구제금융 115억 파운드 투입)
·로이즈 TSB : HBOS 합병 시도 (1차 구제금융 55억 파운드 투입)

시티(City of London), 카나리와프(Canary Wharf) 등 런던 금융의 직접적인 피해는 영국경제 전체에 타격. 런던은 영국 전체 GDP의 19%, 전체 세금수입원의 18%를 차지. 런던 금융산업 종사자는 런던 총 노동자 수의 약 33%를 차지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실업률을 유지해왔던 영국은 금융권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2008년 이후 실업률이 급격하게 상승할 전망. 2010년에는 이탈리아, 프랑스보다도 높은 10.1%에 이를 것으로 예상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가계부실의 확대

실업률의 상승과 함께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주택가격의 하락세는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 지난 10년간 과잉 소비의 결과로 가계저축률이 지속적으로 감소. GDP 대비 가계저축률: 15.7% (1999년) → 13.4% (2008년). 반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급격히 증가. 1997년 100% 이하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7년에는 177%까지 도달. 영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치:미국 141%, 스페인 112%, 독일 100%, 프랑스 66%

주택가격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으며, 이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의가중은 가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 모기지대출액 증가율도 07년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

금융권 부실로 인한 기업 생산 활동의 위축

금융기관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됨에 따라 신용경색 국면이 지속. 일부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확보에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의 경영권 훼손을 우려해 정부 지원을 거절. 대신 민간대출 규모를 축소해 신용경색 국면을 더욱 악화시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 대한 국유화 가능성을 제기. 2008년 정부 지원을 거절했던 바클레이스(Barclays)의 경우 실적 악화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으며 국유화 가능성이 거론

금융권 부실과 신용경색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 활동 위축도 불가피- 파산하는 기업의 수가 급증할 전망. 2007년 22,832개(전년 대비 5.9% 감소), 2008년 28,462개(10.3% 증가)에 이어 2009년에는 38,201개(15% 증가)의 기업이 파산할 것으로 예상. 총 투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 2007년 7.2% 증가했으나 2008년 마이너스(-4.3%)로 전환되었으며 2009년에는 8.9% 감소할 전망

대규모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부작용

당국은 적극적으로 금융불안에 대응.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구제금융 투입을 발표. 1차(2008년 10월): 3대 은행의 국유화 등 은행권의 붕괴 방지가 핵심 (5천억 파운드 소요 추산). 2차(2009년 1월): 금융권의 대출 확대가 핵심 (1천억 파운드 소요 예상). 2008년 11월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발표 (200억 파운드 소요 예상). 부가가치세 인하 (17.5% → 15.0%), 법인세 인상 연기, 세금납부 기간연장을 통한 세제 지원이 핵심. 1615년에 설립된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최저치인 1%까지 인하(2009년 2월)

그러나 구제금융 및 경기부양책 집행을 위한 대규모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 향후 세금 인상을 통한 재원 마련 계획에는 한계. 2011년부터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인상하고 알코올, 담배, 휘발유 등의 세금도 인상할 계획. 하지만 영국 재정연구학회(IFS)에 따르면 소득세 인상안으로는 20억파운드 밖에 조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 국채가격 하락이 전망되며 이는 회사채 발행에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됨. 2009년 발행될 영국의 국채 규모는 2,305억 달러(세계 4위)로 GDP의9.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국채가격이 하락하면 민간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으로 발생한 재정적자는 향후 거시경제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향후 국가신용등급을 하락시킬 위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라 적어도 당분간은 재정적자가 불가피해 GDP대비 재정적자의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 2008년 GDP 대비 11.3%로 확대될 전망

재정적자, 국채발행 증가 등으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파운드화 약세를 지속시킬 가능성. 대규모 재정적자, 국채가격 하락, 금융권 부실의 지속, 신용등급 하락 등은 파운드화의 약세를 지속시킬 수 있는 원인을 제공. 특히 유로존 보다 낮은 기준금리는 파운드화의 약세를 지속시킬 가능성

3. 전망 및 시사점

금융 시장의 불안이 향후 지속될 가능성

금융불안에서 실물경기 침체로, 실물경기 침체에서 다시 금융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 가계의 자산 감소, 기업의 수익 악화, 은행의 자금조달 어려움, 파운드화 약세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은 제한적. 은행 국유화의 확대는 오히려 신뢰를 하락시키는 역할 → 2차 구제금융안 발표 직후 대상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한 사례. 재정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드뱅크 설립도 거시경제기초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후유증은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위험. 금융불안에 대응한 양적완화조치, 배드뱅크 설립, 국유화 확대 등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상존.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파운드화의 약세는 영국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

영국경제의 상황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

근본적으로 영국의 금융불안 패턴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의 금융 불안 양상에도 일부 시사점이 존재. 여러 단계의 파생상품을 거치면서 부실이 확산되는 영국의 금융불안 양상과는 달리 금융규제가 엄격했던 한국은 불안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 주택시장 불안도 영국에 비해 양호. 하지만 높은 가계 채무가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는 점과 은행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은 일견 비슷

영국의 은행 국유화 사례는 국유화의 효과와 한계, 보완점에 대한시사점을 제공. 은행권에서 막힌 자금의 흐름을 신용회복을 통해 원활히 하는 것이 금융불안 문제 해결에 있어 핵심 사안인데, 영국 정부의 경우 국유화를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 노던록(Northern Rock), 브랜드포드앤드빙글리(B&B), RBS, HBOS 등의 국유화에 900억 파운드 가까이 지출

영국은행 국유화의 효과와 한계. 2008년 10월 부도 직전의 3대 은행에 대해 국유화를 단행함으로써 위기를 막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정부의 지나친 경영훼손을 우려한 은행 경영진들이 구제금융을 받기보다는오히려 대출규모를 축소시켰던 점은 금융불안을 지속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평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융시장과 산업구조를 점검할 필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 산업구조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특정 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외부충격에 민감해지는 악영향을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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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규 수석연구원 02-3780-8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