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외환시장 3대 궁금점과 시사점’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 ‘외환시장 3대 궁금점과 시사점’

1. 외환시장 3대 궁금점

최근 외환시장에서 전반적인 실물경제 및 금융상황 등 주요 환율결정 요인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특이현상이 발생.

-국외: ①미국발 금융위기와 미 경기침체에도 달러화가 강세, ②엔화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흐름과 일본의 경기침체에도 나 홀로 강세를 보임.
-국내: ③국내 여건이 소폭 개선되었음에도 원화는 더 약세를 기록

① 미국발 금융위기속에서도 왜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는가?

미국의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7월 이후 달러화는 강세 기조를 지속. 미국의 명목실효환율지수(1973=100)가 2008년 7월 15일 70.0에서 11월 21일 84.9로 급등한 후 2009년 2월에는 82선에서 등락

미국의 금융위기 고조, 제로금리 및 유동성 확대, 쌍둥이 적자 지속, 경기침체 등 미국 내 여건을 봐서는 달러화 강세를 이해하기 힘든 상황. 미국 금융 상황은 2008년 상반기에 불안심리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후 씨티은행, GM 파산 위험 등 미국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고조. 미국의 정책금리는 0~0.25%로 ECB 정책금리 2.0%를 크게 하회. 상대적 고금리 국가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 실제 2001~2004년 미국 금리가 유로지역 금리보다 하회했을 때 달러화는 약세를 기록

2008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특히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역신장(4분기 전기 대비 -3.8%)을 기록

기축통화의 위력, 미국 자금의 본국 환류 등에 기인

미국발 글로벌 금융불안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기축통화(key currency)의 위력 때문.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비중은 유로화, 파운드, 엔화 등 여타통화에 비해 매우 높은 상황. 미국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64.6%, 국제은행의 해외 대출잔액의 54.4%, 국제채권발행잔고의 47.4%를 차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경우 국제간 결제, 금융거래 및 대외준비자산 확보를 위해 기축통화 확보 현상이 심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

미국 내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계 자금의 본국 환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점도 달러화 강세에 기여. 미국의 해외증권투자가 2008년 7월 이후 순유입세를 지속. 미국 투자자들은 2008년 7월부터 해외채권을 10월 이후부터는 해외주식을 본격적으로 회수한 것으로 알려짐. 국제자본의 경우 기존의 장기성 자금을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성자금으로 전환

제2의 국제통화지역인 유로지역의 경기침체가 미국보다 더욱 심각하다는점도 달러화 강세를 막지 못하는 요인. 유로지역 경제는 2008년 2/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역(-) 신장을 기록

② 글로벌 强달러 흐름에 엔화는 왜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가?

엔화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와 일본의 심각한 경기침체에도 강세를 지속. 2008년 8월부터 엔화는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 엔화는 달러화, 유로화, 원화에 대해 각각 20.9%, 36.7%, 60.5%의 강세를 기록(2008년 8월 15일 대비 2009년 2월 9일 현재 기준). 글로벌 달러화 강세 추세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기침체, 무역수지 적자반전 등을 보면 엔화의 나 홀로 강세를 이해하기 힘듦. 일본의 2008년 4/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은 미국, 유로지역보다 크게 낮은 -8.5%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 일본의 무역수지도 장기간의 흑자기조를 마감하고 2008년 8월부터 적자 기조로 반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일본계 자금의 본국 환류 등에 기인

엔캐리 트레이드가 2007년 12월 이후 본격적으로 청산된 시점과 엔화강세 시점이 일치. 엔캐리 트레이드의 간접적인 지표 중 하나인 비상업적(non-commercial,투기적) 엔화선물거래에서 순매도가 2007년 12월 이후 순매수로 반전. 또 다른 지표인 일본 내 외국은행 지점의 본지점간 계상 자산잔고와 투자신탁의 해외운용잔고도 각각 2007년 2월, 2007년 10월 이후 크게 감소. 각 시점 대비 2008년 12월 기준으로 각각 13.2조 엔, 15.8조 엔 감소. 이는 일본 내 외은지점이 본점에 제공한 엔화 대출 등을 회수하고, 일본투자자는 해외증권투자를 회수하였음을 의미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하, 일본 금융시스템의 상대적 안정, 대규모 외환보유고도 엔화 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 미국의 정책금리가 0~0.25%로 인하되어 일본 정책금리인 0.1%에 근접.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아직 일본 금융회사의 연쇄도산 가능성은미국, 유럽 등에 비해 낮은 상황. 2008년 12월 현재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1조 306억 달러로 중국(1조9,460억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음

③ 국내 여건이 소폭 개선되었음에도 원화는 왜 더 약세를 보이는가?

국내 여건이 2008년 말에 비해서 소폭이나마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 기조를 보임. 원/달러 환율은 2008년 말 1,259.5원에서 2009년 2월 12일 이후 1,400원을 상회해 달러당 140원 이상 상승. 이에 반해 엔/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90.7엔에서 90엔 선으로 보합세. 2009년 들어 외국인의 주식순매수 지속, 국책 및 시중 은행의 자체외화조달 성공, 한-미 통화스와프의 만기연장(2009년 10월 말) 등 국내 여건은 2008년 말에 비해 다소나마 개선. 2009년 들어 2월 13일까지 외국인 주식순매수는 1조 2,287억 원을 기록. 2009년 2월 6일 현재까지 국책 및 시중 은행이 올해 조달한 외화규모는 88.4억 달러로 2008년 4/4분기까지 거의 전무했던 상황에 비해 크게 개선

대규모 단기외채상환 수요, 지표보다 나쁜 무역수지 등에 기인

국책 및 시중 은행의 외화조달 성공에도 불구하고 만기도래하는 외채상환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 2008년 9월 말 기준으로 1년 이하 단기외채는 1,894.2억 달러이고, 유동외채(단기외채 + 장기외채중 1년 이내 만기도래분)는 2,271.2억 달러. 2009년 18개 시중은행이 상환해야 할 단기외화채무는 약 400억 달러이고, 국책 및 시중 은행 해외점포까지 포함 시에는 약 800억 달러로 알려짐. 기존의 외화조달도 국책은행을 제외하고는 단기물이고, 조달 시 가산금리도 2년 전(1%p)에 비해 6~7%p로 매우 높은 상황이어서 개선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분을 고려할 경우 수출을 통한 달러화 공급(외환시장 측면)은 수출 및 무역수지 발표수치보다 더 악화. 2008년 10월, 12월 흑자를 기록하던 무역수지도 2009년 1월 다시 대규모 적자(33.6억 달러)를 기록. 한국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조선업의 경우 수출통계보다 적은 규모의 달러화가 실제로 외환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추정. 배를 건조한 후 선주에 인도 시 조선업 수출통계에 잡히나, 이들 건조대금은 2~3년 전에 이미 선물환매도를 통해 외환시장에 공급했기 때문. 이를 고려해 계산할 경우 2009년 실제 외환시장에 공급될 달러화는 수출 전망치인 544억 달러보다 157억 달러 적은 387억 달러로 추정

정부 당국이 공급한 외화유동성의 만기 도래 등도 환율 불안 요인. 정부 당국은 3개월, 6개월물 등의 단기물 위주로 외화유동성을 공급하였으므로 2009년 2월 이후 만기도래가 집중. 2008년 10월 이후 정부, 한국은행의 외화유동성 집행 규모는 지원예정액 전체(550억 달러)의 70%인 385억 달러를 한-미 통화스와프의 경우전체(300억 달러)의 55%인 163.5억 달러를 집행. 2008년 연말 정부 당국의 과감한 시장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대폭 떨어진 점도 환율 상승 요인. 원/달러 환율이 2008년 12월 23일 1,338원에서 5거래일 만에 1,259.5원으로 급락(달러당 79원 하락)

2. 시사점

최근 외환시장의 3대 현상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

글로벌 달러화 강세, 엔화의 나 홀로 강세, 원화 불안 등 외환시장 3대현상은 하반기에 중단될 가능성이 높음. 이들 3대 현상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금융불안 고조에 기인.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인한 기축통화 선호(달러화 매수), 위험자산의 축소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엔화 매수). 원화도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국내 해외자금의 유출과 외화조달 여건의 악화 등에 주로 기인.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달러화 강세, 엔화의 나 홀로 약세, 원화 불안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 3월, 4월 외국인투자자의 해외송금수요까지 가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2008년 11월과 같이 1,500원 선을 상회할 가능성은 낮음

하반기 중에 글로벌 달러화 약세, 엔화 약세, 원화 강세 등 최근과 다른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음. 하반기 들어 각국과 국제사회의 금융시장 안정화조치, 대규모 경기부양조치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 달러화는 미국의 펀더멘털(쌍둥이 적자, 초저금리 등)이 반영되면서 전반적으로 약세 반전. 엔화도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중단 또는 재개로 약세를 기록. 원화는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되며, 기존의 지나친 약세에서 반전될 전망. 하반기에는 원화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이하, 100엔당 1,300원 이하로하락할 것으로 예상

미국발 글로벌 금융불안이 발생했던 과거에도 달러화는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인 후 다시 달러화 약세로 반전.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의 미국 S&L 도산, 2000~2001년 미국발IT버블 붕괴가 대표적인 사례.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일시적이나마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나, 그 이후금융불안이 진정되거나 펀더멘털(경상·재정 수지, 각국의 금리차, 성장률 등)이 반영되기 때문

향후 미국 내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더라도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음. 금융위기의 장기화는 미국 금융회사의 연쇄도산, 재정적자의 급증 등을 의미하고, 이는 달러화가 더 이상 안전통화로 인식되기 어렵게 함. 이로 인해 시장에 의한 '닉슨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단기적으로는 환율불안에 대비

정부 당국은 기존 외환유동성 확보 방안을 보완·강화하고, 외평채 추가발행, 해외교포 자금의 유치 등도 병행. 기존 외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거나 만기를 연장하고,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평채의 추가 발행을 추진. 당장 2009년 4월 30일 만기도래하는 한-일 통화스와프 기한을 연장. 은행권의 해외차입 확대를 지원하거나 유도. 정부의 외채지급보증 시 경영권 불간섭 등을 표명하는 것도 고려. 한은 스와프거래와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의 대출에서 담보비율(대출금의 110%) 인하 등 해외차입 실적이 많은 금융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 정부 투자기관 또는 국내 금융사의 불요불급한 해외자산 매각을 유도. 이는 외환유동성 확보와 함께 각 기관의 자구노력 차원에서도 필요. 국내 송금, 투자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세계 680만 명의 해외교포 자금의 국내 유치를 적극적으로 유도.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해외교포 전용 펀드'를 조기에 가시화

금융보호주의 폐해를 알리는 국제사회의 공조체제를 구축. 미국 등 주요국이 각국의 금융사에 공적자금 투입 시 각국 정부는 해당금융사의 대출을 자국에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더 악화. 유럽, 신흥 시장 등 금융보호주의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국가 간의 공조를강화하고 G-20 등의 국제회의에 개선 방안을 제안. IMF 등 국제기구 외에 대륙별 금융안정을 위해 금융안정기금을 창설하거나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약세, 세계경제 불균형 조정에 대비

强달러 기조에서 弱달러 기조로의 변화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대비. 달러화 약세로 국제자본흐름의 재편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음. 미국 국채의 매도로 인해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어 글로벌 금리 동반 상승이 초래될 가능성이 존재. 엔캐리 트레이드 재개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공급 확대, 엔화의 나 홀로약세가 재발할 가능성도 상존

향후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불균형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미국발 금융불안 발생은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음을 시사.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의 과도한 소비가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 이 과정에서 수출 주도형 국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 간의 환율 갈등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은 중국, 대만,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해당국 통화의 강세와 시장 개방을 유도한 사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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