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원, 경기도당을 떠나며 “통합과 단결로 가는 길은 원칙뿐입니다”
4월 2일이면 도당위원장 직무를 벗게 될 유시민입니다.
어제 대의원대회에서는 당의장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까 두려운 마음에 정식 이임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편지로 이임사를 대신합니다.
지난해 2월 뜻하지 않게 도당위원장이 된 이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으나 그리 훌륭한 도당위원장이 되지는 못했지 않나 자평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도당 조직이 채 갖추어지지 않은 와중에도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무려 서른다섯 명의 국회의원을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동지들께서는 우리당이 의회권력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셨습니다. 그 노고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와 축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이상락 이철우 의원의 빈 자리는 오는 4월 30일 성남과 연천 포천 동지들께서 좋은 일꾼들로 다시 채워 주시리라 믿습니다.
또 하나 감사드릴 일은 동지들께서 서른한 곳의 시군 당원협의회를 건설하고 마흔아홉 곳 선거구별 대의원과 상무위원 선출하는 엄청난 과제를 ‘거의 잡음 없이’ 완수해 주신 일입니다. 약간의 갈등이 일어난 지역이 한두 곳 있지만, 앞으로 당원협의회 지도자들께서 소외감을 느끼는 당원들을 잘 감싸주심으로써 화합과 단결을 이루어 주시리라 믿고 떠납니다.
사랑하는 경기도당 당원 동지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총선을 치르고 당원협의회를 건설한 지난 1년을 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경기도당에 무언가 특별히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동지 여러분의 몫입니다. 당원협의회장님들, 상무위원님들, 당원협의회 운영위원님들, 여러분이 평당원들과 함께 당원이 주인 되는 깨끗한 정책정당을 세우기 위해 흘리신 땀과 열정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굵은 발자취로 남게 될 것임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여러분께 바칩니다.
경기도당에 부족한 모든 것은 저의 책임으로 지고 가겠습니다. 저는 도당을 재정적으로 안정시키지 못했습니다. 후원회를 활성화하지 못했습니다. 당직자들의 봉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넓디넓은 경기도 전역을 뛰어다니며 일년 내내 쉼 없이 일한 열두 명의 당직자들에게는 오직 미안한 마음 하나뿐입니다. 도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후임 도당위원장에게 큰 짐을 남겨두고 떠나는 발길이 무겁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경기도당에는 김현미 도당위원장 체제가 출범합니다. 일부 언론이 의외의 결과라고 말하지만 김현미 당선자는 자신이 받을 자격이 있는 만큼 대의원의 표를 받아 당선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년 전 제가 그랬던 것처럼 꼭 그렇게 말입니다. 김현미 도당위원장이 이끌 앞으로의 2년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께 몇 가지 주제 넘는 부탁을 드릴까 합니다.
첫째, 새 도당위원장을 믿고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미 의원은 20년 가까운 정당 활동 경력을 가진 매우 유능한 정치인입니다. 젊은 여성이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편견을 가지지 말고 살펴 주십시오. 그는 비례대표 초선 국회의원이지만 큰 정치지도자 두 분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를 국가적 거시적 관점에서 살필 줄 아는 분입니다. 중앙당의 기획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경험도 있습니다. 대변인으로서 경쟁하는 다른 정당의 강점과 약점, 정치사회적 이슈의 정치적 맥락을 살피면서 정확하게 판단하고 말하는 훈련을 받은 분입니다. 도당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정치인입니다. 도당 집행위원회를 구성하게 될 제2기 중앙위원 여러분과 당원협의회장, 상무위원 여러분께서는 김현미 도당위원장의 역량을 믿고, 설혹 무언가 잘못한다는 판단이 드는 경우에도, 적어도 6개월 정도는 ‘허니문 기간’을 설정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도당을 떠납니다.
둘째, 당헌당규를 잘 지키면서 도당을 운영하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당은 중앙당도 그러하려니와 경기도당에도 여러 문제에 대해 견해와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복수의 정파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이 화합하고 당원이 단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쟁하면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당헌당규는 도당위원장이 모든 중요한 문제를 집행위원회와 협의한 후 상무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당위원장도 정파적 관점에서 도당을 운영해서는 안 되지만 다른 책임 있는 분들도 정파적 관점에서 도당위원장을 상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도당위원장으로서 부족함이 많았음에도 저를 정치적 정서적으로 지지하셨던 당원 동지들께는 특별한 부탁을 드립니다. 김현미 의원이 얼마 전 당의장 후보로 출마한 저에 대해서 하셨던 발언을 잊어 주십시오. 도당위원장으로서 당헌당규에 따라 정확하게 당을 운영하는 한, 일부에서라도 그 일로 인하여 편견을 가지거나 비토하는 분위기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그 문제는 저희 둘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현미 의원을 17년 전부터 알고 있으며 평소에 그 정치적 역량을 높이 평가해 왔습니다. 그 일로 인하여 그 분에 대한 저의 평가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김현미 의원은 이제 중앙당의 참모 기능을 수행하는 데서 벗어나 대중 정치인으로 크게 성장할 기회를 맞았습니다. 설혹 평당원과 정당조직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할지라도 짧은 기간에 배우고 느끼며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정당은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좋은 인재를 길러냄으로써 발전합니다. 우리의 도당위원장을 우리가 더 큰 재목으로 키워야만 우리당과 경기도당이 발전합니다. 동지들께서 이렇게 해 주시리라 믿고 떠납니다.
셋째,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우리당 당원들은 아직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당은 당원협의회 건설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언제나 당헌당규에 따라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당원협의회장과 상무위원 선출을 위해 내부 경선을 치른 경우에도 후유증이 남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전국 어느 시도당보다 화합과 단결이 잘 된 곳이라는 자부심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정치적 지향과 정당 경험, 문화가 좀 다르더라도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품어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경기도당은 올 8월 말까지 다시 한 번 지방선거 출마 의지를 가진 분들을 받아들이는 당원배가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지금 있는 당원들끼리도 화합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더 많은 당원을 받아들일 수가 있겠습니까? 저도 고양시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으로서 당원배가운동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동지들께서도 그리 해 주시리라 믿고 떠납니다.
사랑하는 경기도당 당원 동지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조금은 괴상해 보였을지도 모를 젊은 도당위원장 유시민에 대해 혹시라도 좋은 기억이 남았다면 가슴 한 구석에 접어두시고, 혹시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것이 있다면 이제 곧 개나리 꽃망울을 터뜨리게 할 봄볕에 털어버리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기도당 당원 동지들과 함께 한 지난 1년, 오직 좋았던 기억만을 가슴에 담은 채 지금 저에게 주어진 길을 가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2005년 3월 27일 밤
엿새 후면 떠날 ‘아직은 경기도당위원장’
유시민 드림
웹사이트: http://www.usim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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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9일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