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원,“내가 먼저 솔선하는 당을 만들어갑시다”

서울--(뉴스와이어)--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이 6월 18일 당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 최근 당의 위기 상황과 해법에 관한 보고 -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우리당을 지지하고 걱정하시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경기회복은 더디고, 사회적 양극화는 날로 심각해 가고, 부동산 가격은 요동치고, 북한 핵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탄생에 힘을 보탰던 집권당의 책임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여러분을 뵐 낯이 없습니다. 매일 밤 심야 뉴스를 보고 나면, 자리에 들어서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대통령과 정부, 우리당을 질책하시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한 순간도 쉼 없이 귀를 울립니다.

저는 오늘 우리당이 처한 위기의 양상과 원인, 해결책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위기의 양상입니다. 최근 우리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2003년 11월 창당 당시 10%를 약간 웃돌았던 우리당 지지율은 2004년 초 전당대회 직후 정동영 당의장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하면서 25% 수준으로 배가되었고, 3월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40%를 넘어서는 대약진을 기록한 끝에 2004년 4월 총선에서는 정당지지율 38%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당 지지율은 총선 이후 점차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처음에는 탄핵국면에서 뒤늦게 우리당을 성원했던 ‘지지층의 외연’이 축소되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런데 4.2 전국대의원대회 이후 4.30 재보궐선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당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은 외연의 축소가 아니라 ‘핵심 지지층’의 붕괴에 따른 것입니다. 당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간 열린정책연구원의 5월 말 특별여론조사 결과와 여러 언론사가 실시한 다양한 여론조사 데이터를 살펴보면, 우리당은 핵심 지지층이 없는 정당이 되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당은 어떤 세대, 어떤 계층, 어떤 지역의 유권자들에게서도 분명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입니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주도한 유권자들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30대, 고학력, 중위 소득 이상, 남성 유권자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들은 우리당을 창당 때부터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던 핵심 유권자층입니다. 충청 호남은 여기에 지역정서의 변화가 겹치면서 다른 지역보다 더 뚜렷한 지지율 하락을 나타냈습니다. 만약 이 흐름을 뒤집지 못한다면 우리당은 2006년 5.30 지방선거에서 2002년 6월 지방선거와 비슷한 참패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당의 핵심지지층은 왜 등을 돌린 것일까요? 원인을 파악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한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도덕성 실추(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성남 중원 돈봉투 사건, 유전개발과 행담도 등 청와대 비서실과 우리당 의원들이 받고 있는 근거 있는 또는 근거가 부족한 의혹 등), 둘째는 당의 혼란과 취약한 리더십(실용주의 논쟁, 국가보안법 대체입법 논란, 잦은 당지도부 사퇴 등), 셋째는 문제해결 능력의 부족(개혁입법 실패, 사회 양극화, 경기회복 지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 등 당정 정책혼선, 당의 각종 위원회와 집행기구의 유명무실한 활동 등)입니다. 이 세 가지는 유권자들이 정당을 평가할 때 가장 중시하는 기준인 동시에 우리당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이기도 합니다. 이 모두를 하나로 뭉뚱그려 말한다면 ‘새로운 정치 잘 사는 나라’를 약속했던 우리당의 ‘정체성 상실’이 위기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당의 핵심 지지층이 붕괴하는 와중에도 하나 희망적인 현상을 찾아볼 수는 있습니다. 우리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 대부분이 다른 정당으로 옮겨가지 않고 지지정당이 없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작년 총선 때 우리당을 지지했다가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이동한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민주노동당으로 옮겨간 경우는 더 적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당이 이 유권자들을 다시 당의 지지층으로 획득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당이 조금만 더 잘하면 다시 지지하겠다는 분들이 상당수 있기는 하지만, 다수는 우리당이 크게 달라져야만 다시 지지하겠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책을 말씀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기본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정책으로도 국민들과 소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하고 국회의원 중앙위원 연석 워크숍에서 결의한 이른바 restart 또는 new start 프로그램은 당의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입니다.

우리당 국회의원들은 남은 임기 36개월 동안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여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우리당 당원인 노무현 대통령 선거본부가 대선 당시 불법선거자금을 사용한 잘못을 사죄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려고 합니다. 7-8월 국회가 문을 닫는 기간에 외유를 자제하고 공장과 농촌, 복지시설 등 어려운 국민들 곁으로 가서 아픔과 소망을 함께 나누면서, 국민의 아픔을 덜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정책과제와 해법을 찾는 일에 나서는 것, 중앙당에 국회의원 당직 민원실을 설치하여 365일 내내 당이 국민에게 귀를 열게 한 것, 중앙당 윤리위원회를 재편하고 권한을 강화해 재보선 돈봉투 사건과 당비대납 등 낡은 정치행태를 청산하는 작업에 나서게 하는 것. 그밖에 크고 작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당은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들으며, 있는 힘을 다해 국민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되려고 합니다. 중앙당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16개 시도당과 230여 시군구 당원협의회, 당을 사랑하는 평당원들도 각자가 선 자리에서 이런 노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당의 단합과 리더십 강화는 추상적인 결의나 ‘계파활동 자제’ 등 선언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원 모두가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구체적 프로그램에 합심해서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당의 단합과 리더십의 강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 우리당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없습니다. 대의원이 선출한 당의장과 상임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서, 각자 부족한 리더십을 가진 당의 주요인사들이 협력해서 당을 바로 세워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당의 발전을 위해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상호신뢰가 없이는 민주적 리더십을 세울 수 없습니다. 원래 일이 잘 될 때는 공 다툼이 많고 잘 안될 때는 남에게 손가락을 겨누는 책임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제 우리는 책임 다툼을 접고, 당이 나에게 잘못한 것을 잠시 잊고, 당을 살리지 못하면 나도 살 수 없다는 생각을 견지하면서, 내가 당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집권세력의 문제해결 능력은 대통령과 정부와 당이 상이한 입지를 유지하면서 철저히 협력할 때에만 향상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인 12개 국정과제위원회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과제를 파악하고 큰 틀의 해법을 모색한 중장기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직업 관료들이 이끄는 정부 중앙부처는 국정과제위원회가 탐색하고 설정하는 중장기적 과제와 해법을 고려하면서, 일상적 국가관리 업무를 진행하고 시급한 현안 문제에 대한 단기적 해결책을 찾아 집행합니다. 반면 당은 일반 국민과의 접촉면이 가장 넓고 국민여론의 동향에 가장 민감합니다. 당은 대통령과 정부에 민심의 흐름을 전하고 정부의 정책이 가능한 한 즉각적인 효과를 내고 국민의 인식과 소망에 더 잘 부합하도록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와 정부부처와 당이 서로 다른 시야와 정치적 기반과 작동원리를 가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서로 믿고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집권세력의 문제해결 능력 또는 정책역량이 국민들에게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우리당이 핵심 지지층을 상실한 오늘의 이 위기상황을 타개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당의장과 국회의원에서부터 평당원까지 당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한 폭넓게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상황인식이 일치해야 해법에 대한 의견 통일을 이룰 수 있고, 해법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힘 있게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5월 말 열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 자료를 완전공개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당은 아직 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 지지율이 너무 낮게 나타났기 때문에 혹시 이것이 당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더욱 심화시킬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당이 봉착한 위기상황의 양상과 심각성을 우리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분들을 더 설득해 보려고 합니다.

4.2 전당대회를 앞두고 우리당의 진로에 대한 저의 생각을 담아 긴 글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저를 응원하셨던 당원들 중에는 당헌이 규정한 기간당원제가 폐기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최근 당 혁신위는 이 문제에 대한 집중적 검토와 토론을 전개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기간당원의 자격기준, 당원의 권한, 당직자의 선출, 공직후보의 선출과 관련하여 제기된 모든 종류의 비판과 제안을 검토한 결과, 현 당헌당규는 그 모든 비판과 제안의 취지를 이미 반영하고 있으며 제도적인 면에서 특별히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 조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간당원제 관련 당헌당규의 흠결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당헌당규 그대로 실현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것이 5월 초 경주에서 열렸던 상임중앙위원 워크숍의 결론인 동시에 당혁신위원회 토론의 결과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당원협의회 지도자와 평당원들께 호소합니다. 지방선거 후보경선 유권당원의 입당시한인 올 8월 말까지 당원을 배가합시다. 당헌당규는 기간당원 수가 해당 선거구 유권자의 1%를 넘지 않으면 기간당원 경선을 하지 못합니다. 대신 기간당원이 선거인단의 30-50%를 차지하는 국민참여 경선을 해야 합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중앙당과 시도당이 그때그때 결정할 문제이지만, 기간당원 경선을 최소한 경우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는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8월 말까지 더 많은 당원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당을 지지하시고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지지자 여러분께도 호소합니다. 입당해 주십시오. 지지하는 국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정당은 발전하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아직은 실의에 빠지거나 좌절할 때가 아닙니다. 부족하고 못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열린우리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우리당이 없는 대한민국 정치를 생각해 보십시오. 지지율이 낮은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국민의 사랑을 받을 만큼 잘 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당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다시 지지율 1위 정당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열쇠는 어디 다른 곳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당원들이 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정당은 국민의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당원들 스스로 재기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우리는 당 밖의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합니다. 우리들 스스로 서로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당은 그 어떤 국민도 감동시키지 못합니다.

우리들이 국민들에게 다가서려면 먼저 우리들 자신의 가슴을 서로에 대한 믿음과 당의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채워야 합니다. 다른 당원이 나에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다면, 내가 먼저 다른 당원에게 그것을 해 줍시다. 당의 지지율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을 때나 바닥 모르게 추락하는 지금이나, 대통령에서 평당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똑같은 당원 동지들입니다.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딛고, 어려움이 닥칠 때는 곁에 선 동지들의 손을 잡고, 그렇게 굳건히 서로를 지켜줍시다. 죽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야 말 것입니다.

2005년 6월 18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국회의원 유시민


웹사이트: http://www.usim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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