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푸른향기, 신경외과 전문의 임만빈 에세이 ‘자운영, 초록의 빛깔과 향기만 남아’ 출간

서울--(뉴스와이어)--신경외과 전문의 임만빈 에세이 '자운영, 초록의 빛깔과 향기만 남아'는 의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버지의 죽음, 그 13개월 간의 기록을 다루고 있다.

부모의 죽음을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대학병원 교수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저자 임만빈은 13개월간 아버지를 간병하며 느낀 죽음의 여정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식으로서의 안타까운 마음과 냉정하고 이성적인 의료인으로서의 고뇌를 읽어가는 동안 죽음을 긍정하는 동시에 살아간다는 것의 깊은 의미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들이 대신 정리하고 의미화해준 삶의 가치
모든 삶은 죽음을 앞두고 정리되고 의미화 되어야 한다. 정리되지 못한 삶보다는 정돈하고 떠나는 것이 모든 사람의 꿈일지도 모른다. 회고록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생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자식이 대신 정리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아버지의 일생을 수용하고 이해하게 된 아들의 기록으로서 영원한 귀향길을 떠난 아버지는 물론, 언젠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까지 위로하고 있다.

아들이자 의사로서의 두 가지 시선, 그 공존이 낳은 삶과 죽음의 철학적 사색
임만빈의 자운영, 초록의 빛깔과 향기만 남아는 다양한 소재를 여러 편에 나누어 이야기하는 기존의 수필과 성격을 달리한다.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과 과정에 대한 일관된 기록이다. 첫째, 평생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아버지의 삶을 되짚어보고 이를 인간의 보편적인 차원으로 확대해간다.

두 번째는 의사로서의 시선이다. 의학적인 측면에서 인간의 죽음은 제3자의 죽음이다. 따라서 저자는 의사로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 시각을 시종일관 놓지 않음으로써 개인적인 감상에 함몰되거나 관념적인 해석으로 빠지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시선을 통해 저자는 죽음과 삶이 끝없이 소통하고 환원되는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무거운 죽음의 기록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날아온 행복한 선물
문학평론가인 신재기 교수는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 권의 수필집에 수록된 수십 여 편의 작품을 단참에 읽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든 작품이 독자의 흥미를 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필자가 이번에 읽은 임만빈의 수필집 자운영, 초록의 빛깔과 향기만 남아가 그랬다. 일면식조차 없었던 임만빈 수필가가 수필집 발문을 부탁해왔다. 필자가 받아든 원고는 출판사에 넘어가 출간의 막바지 단계에 있던 것이었다. 원고를 펴기 전에는 매번 그랬던 것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높은 산을 또 한 번 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런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점차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중략) 몇 번이나 눈시울까지 적셨으니 완전히 작품에 매료되고 만 셈이다. 다 읽고 난 후 전장에 나간 병사가 무기를 버린 것처럼 작품에 항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평가 특유의 비판적이고 탐탁찮은 투의 독후감을 마련하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행복했다.’

노인병원에서 상태가 악화된 아버지가 응급실에 들어오자 젖은 기저귀가 벗겨지고 소변 줄이 끼워진다. 토해서 더러워진 옷도 벗겨진다. 심전도를 찍기 위한 부착물들이 앙상한 가슴의 여러 곳과 팔다리에 부착된다. 거품 같은 가래가 숨길을 막곤 한다. 기관내삽입관이 삽입된다. 중심정맥압 도관이 삽입될 때 이마를 잠깐 찡그린다. 아버지는 그것으로 움직임을 끝내고는 잠잠하다. 내가 이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지만 간호사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냉정하다. ―「삶이란 둥근 원이다」 중에서

쟁기의 보습이 지나가는 길옆으로 갈아엎어지던 흙더미, 흙 속에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던 자운영의 뿌리, 뿌리에 붙어있는 뿌리혹박테리아, 그들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며 갈아엎어진 땅속에 몸을 파묻고 썩어서 땅을 풍요롭게 만드는 자운영의 삶이 어쩌면 자신의 삶을 닮은 것 같다고 속으로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 「자운영, 초록의 빛깔과 향기만 남아」 중에서

혈색소 수치가 계속 떨어져 수혈을 해야 할 정도로 빈혈이 심해졌다고 한다. 줄어드는 혈색소 수치에 비례해서 아버지의 생명이 줄어드는 것 같다. 어디에서 출혈이 되는지 모르게 빈혈이 생기듯이, 아버지의 생명도 어디로 새는지 모르게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서쪽 하늘을 향한 여행」 중에서

아버지는 지금 당신에게 붙어있던 것들을 하나하나 떨어내고 있다. 고향을, 정신을, 그리고 언어를 떨어내고 있다. 태어난 후 가장 먼저 경험했던 어머니의 품안에서 느꼈던 촉감만을 붙들고 있다. 한 바퀴를 거의 다 돈 것이다.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마지막 촉감을 잃어버리는 날, 당신의 뜨거운 피를 품어내던 심장은 멈출 것이다. 그리고는 흙으로 돌아가리라. 무無에서 생겨서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빈 공간의 원을 한 바퀴 획 긋고 사라지는 것이다. ― 「또렷해지는 죽음의 발자국」 중에서

<저자소개>
임만빈
신경외과 전문의. 1973년 경북의대를 졸업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회장, 대한신경외과학회장, 제9차 한·일 뇌혈관외과학회 학술대회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미수필문학상(청년의사신문주관)에'명의','생명'이 입상되었고 '로봇 닥'으로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은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에세이문학'에 수필'동충하초'로 등단하여 수필가로서 문필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에 수필집 '선생님, 안 나아서 미안해요'가 출간되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매일신문에 의학 칼럼을 연재 중이다.

<차례>
글을 시작하며
1장 나이가 들면 나무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면 나무가 되고 싶다
태생의 근원을 찾아가는 길
마지막까지 지워지지 않는 기억
아들도 못 알아보고 추석도 잊고
어머니의 반항
어머니를 바라보는 무채색의 눈빛
아버지 등에 업혀 잠든 척하던 그날처럼
삶이란 둥근 원이다

2장 25시, 그 회색의 시간 속에서
삶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일 뿐
생물학적 삶, 그 이상의 이유
25시, 그 회색의 시간 속에서
링에 오르는 권투선투의 두려움처럼
일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때
처음 왔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가장 자랑스러운 자화상
놀빛이 스러지면 어둠이 내릴 텐데

3장 삶이 머무는 마지막 풍경
삶이 머무는 마지막 풍경
자운영, 초록의 빛깔과 향기만 남아
아버지는 위급하고 수술집도는 해야 하고
또렷해지는 죽음의 발자국
놓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손
희미한 응얼거림이라도 들을 수만 있다면
어버이날 꽃 한 송이
모두가 사라져도 지워지지 않는 것

4장 비상을 위한 기도
차라리 의식이 없는 것이 낫겠다
비상을 위한 기도
가슴속에 별이 될 기억
마지막에는 모두 다 똑같이
하눌타리 뿌리를 캐어오시던 날
정미소 발동기와 아버지의 폐
운문사에서 만난 시인
닥나무를 닮은 아버지의 한평생

5장 9월의 햇볕은 아직 뜨겁기만 한데
서쪽 하늘을 향한 여행
종점을 향하여
마지막 배웅
9월의 햇볕은 아직 뜨겁기만 한데
젊어도 보았고 늙어도 보았고 죽어도 보았으니
아버지의 귀향
유택에서 돌아오는 어머니의 발걸음
아버지의 길을 인도하는 새

6장 월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앗간에서
반통의 물
방죽에서 놀던 아이들
대학 갈 때마다 황소가 송아지로
영혼의 생명수, 우물
할아버지의 눈병 처방전
월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도서출판 푸른향기 개요
도서출판 푸른향기는 2004년 창립 이후 ‘우물 밖 여고생’, ‘스무살은 처음이라’, ‘교사가 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만’, ‘웰컴 투 삽질여행’,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우리는 미국 전문간호사입니다’ 등 200여종의 책을 출간했다.

웹사이트: http://prunbook.com

연락처

도서출판 푸른향기 한효정 02-860-5663 이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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