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

서울--(뉴스와이어)--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

1. 중국 세계 통화질서 개편론 제기

중국 '초국적' 기축통화 사용 주장

중국정부는 3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통화 체제의 개편을 주장. 중국인민은행장은 3월 25일 발표한 담화에서 초국적준비통화(Supersovereignreserve currency)를 국제 기축통화로 사용하자고 주장. 인민은행장이 담화에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불신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

중국의 이슈 제기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진행되던 IMF의 역할과 개혁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성화. G20 정상회의(4월 2일)는 IMF의 대출재원 규모를 기존 2,5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5,000억 달러 증액하기로 합의. IMF는 또한 신규로 SDR을 배정해 2,500억 달러를 추가 조달할 예정. 5,000억 달러 증액을 놓고 선진국들은 신차입협정(新借入協定, NAB)에의한 조달을 선호했고 중국, 인도 등은 채권발행 조달을 선호. 중국은 NAB가 장기조달이기 때문에 NAB에서는 현재의 쿼터가 그대로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

중국은 다수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 위안화의 국제화 및 중국경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2009년 4월 현재 6개국과 6,500억 위안의 통화스와프를 체결. 이 외에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과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를 시작했으며 향후 체결 국가 및 금액은 계속 증가할 전망

중국은 일부지역과의 무역 결제수단으로서 위안화 사용 확대를 추진. 2008년 12월 하순 국무원은 주장삼각주 및 창장삼각주 지역과 홍콩 및 마카오 지역 간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추진을 발표. 4월 8일에는 계획을 구체화하여 상하이, 광저우, 선전, 주하이, 둥관 등5개 도시의 무역에 위안화 결제를 추진키로 발표. 중국의 국유기업, 특히 홍콩 등 동남아에 진출한 기업들이 기업 간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함으로써 환리스크 축소 가능

중국의 통화체제 개편론 제기 배경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30년 만에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으나 제도 완비, 가치 창출 등에서는 아직 저개발 국가. 중국은 외국기업의 직접투자 유치와 수출주도형 전략으로 급속히 성장. 2001년 WTO 가입,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가로 부상. 중국이 GDP 기준 세계 3위의 경제국으로 부상했지만 제도적 발전에서는 아직 개발도상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국제금융계의 불안은 중국에게 중요한 기회. 국제금융계의 유동성 부족과 미국 달러의 불안정은 중국이 독자적인 길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미국은 경기 침체로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에 한계를 보였고, 중국의역할 확대를 주문. 중국정부는 중국이 단순한 생산기지에서 세계 경제질서의 설정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면서 수동적으로 미국 증권(securities)에 투자.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국 당국은 불태환 정책을 사용하면서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 국가로 등장.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상당부분을 미국증권에 투자해 2008년 6월 말 현재 1조 2,051억 달러의 미국증권을 보유. 장기채권으로 1조 753억 달러를 소유하고 있으며, 장기채권 중 재무부및 정부기구 채권은 1조 490억 달러. 중국의 미국증권 보유금액은 2008년 6월 말 현재 외환보유고 대비 87.0%이며 재무부 등 정부채권은 외환보유고 대비 58.0%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이후 미국채권 보유로 인한 중국의 기회비용과 잠재적 손실이 증가. 중국의 미국 재무부 채권 보유액은 2008년 6월 5,351억 달러로 전체의 20.3%에서 2009년 2월 7,442억 달러로 증가해 전체의 23.5%를 차지. 일본의 미국 재무부 채권 보유액은 같은 기간 6,280억 달러에서 6,619억 달러로 약간 증가했고 비중은 24.3%에서 20.9%로 감소.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중국의 자산가치가 감소

2.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발전 가능성

중국 위안화의 위상: 보이지 않는 통화 위안화

중국은 대외지향적 공업화를 추진하면서 환율을 예측 가능하게 운용해 수출을 확대하고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도모. 1994년까지 경상 및 자본거래를 통제한 채 공식환율이 점진적으로 인상. 1979년 달러당 1.5위안에서 1994년 8.7위안까지 인상. 고정환율 시기(1995~2005.7)에는 국제적으로 환율조작의 비판을 들었으나 수출경쟁력의 증강으로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 2005년 7월 이후 변동환율제로 개편했으나 이후 미 달러에 대해 연간일정률의 평가절상을 허용하는 크롤링 페그(crawling peg)제 운영

위안화는 세계은행들의 외화자산 보유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 통화. 전 세계 BIS 보고은행은 2008년 9월 현재 외화자산으로 달러화 56.8%,유로화 21.9% 등 78.7%를 양대 통화 자산으로 보유. 파운드화 자산은 6.3% 일본 엔화는 4.0%지만 위안화는 유명무실. 1990년대 말 등장한 유로화는 2004년 23.8%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도 달러화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 2008년 말 현재 달러화는 세계 외환보유고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유로화는 26.5%를 차지. 2001년 달러화의 비중은 71.5%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 유로화의 비중은 1999년 17.9%에서 2008년 26.5%로 증가했으나 출범시 잠재적 기축통화로서 받았던 높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함

중국경제의 위상은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

중국은 지난 수년간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해 경제규모가 급증. 중국의 시장환율 GDP는 2008년 현재 4.4조 달러로 세계 전체의 7.3%를 차지해 미국의 23.5%, EU의 30.3%, 일본의 8.1%보다 적음. 상품수출은 미국을 추월했으나 상품수입에서는 여전히 미국보다 적음. 미국과 EU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반면, 중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GDP의 10.5%)를 기록.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거의 2조 달러로 미국, EU보다 훨씬 많으며 일본에 비해 2배에 근사

중국의 세계 GDP 및 세계 수입의 성장기여율은 2007년부터 미국과 일본을 압도. 중국의 2008년 GDP 증가액(경상가격, 시장환율 기준)은 1조 192억 달러로 미국 4,570억 달러, 일본 5,394억 달러를 상회. 수입에서도 2008년 수입 증가는 1,752억 달러로 미국, 일본의 1,464억달러 및 1,350억 달러를 상회

그러나 20세기 영국에서 미국으로 세계경제의 지도국이 변할 때와 같은 정도로 중국경제의 부상이 특출하지는 않음. 미국이 세계 지도국으로 부상하던 제1차 세계대전 발발기 미국의 GDP는 세계 전체의 18.9%로 영국의 8.2%에 비해 2배 이상, 1인당 소득도 영국보다 더 높았음. 중국의 GDP 비중은 현재 미국에 크게 못 미치고, 특히 1인당 소득에서 중국의 소득은 미국 대비 1/7 수준에 불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로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때, 미국의 경제력은 이미 수십 년간 압도적 우위에 있었음

중국무역의 세계 내 비중도 미국-영국 대체기의 미국 비중보다 낮음. 중국의 세계시장 수출 비중은 미국의 8.5%보다 많은 8.9%에 이르고 있으나 수입은 6.8%로 미국의 14.5%에 비해 아직 부족.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정착된 1940년대 후반 미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1.7%로 영국의 11.3%를 2배 정도 상회. 미국은 1971년 이후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해 달러화가 세계로 유출되었지만 중국은 흑자를 기록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는 시간이 걸릴 것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축통화의 등장은 세계경제 질서의 대변화, 새로운경제이념 등과 동행. 파운드화는 산업혁명 이후 빅토리아 시대의 경제력 및 군사력를 기반으로 했으며, 달러화 역시 20세기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부상. 미국은 이미 19세기 말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부상했으나, 달러화는 제1, 2차 세계대전이라는 변혁과 그만큼의 시간을 거쳐 기축통화로 정착. 국가·기업이 국제경제활동에서 특정통화를 공용어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국가가 국제적 지도력을 갖고 시대를 주도하는 가치체계를 창조해야 함. 영국의 산업혁명과 민주주의 신장, 미국의 자유주의는 19세기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가치

미국경제의 압도적 지배력이 감소되었지만 일단 확립된 기축통화로서 미달러화에 대한 도전은 쉽지 않음. IMF의 SDR이 등장한 이후 1970년대 초 일부 은행이 SDR 표시 예금을 받았고 SDR 표시의 채권이 발행되었으나 지속되지 못함. 현재 SDR은 IMF와 회원국의 거래계정에 머뭄. 1990년대 초부터 일본은 무역, 투자, ODA를 통해 엔화를 동아시아의 중심통화로 육성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함. 유럽연합(EU)이 도입한 ECU도 1979년 창설된 이후 20년이 지나 유로화로 전환되었으며, 유로화도 기축통화로서는 달러화에 한참 못 미침

중국은 이제 위안화의 자유태환과 국제화에서 걸음마를 시작. 중국의 자본계정은 아직 완전 자유화되지 않았으며 자유태환 없이는 위안화의 국제화 → 기축통화화로 발전하기 곤란. 위안화의 완전 자유태환은 2020년 정도에 완성될 것으로 평가. 중국 위안화는 이제 국제화의 걸음마 단계를 시작한 데 불과해 2030년이후에나 국제 통화로서의 위상을 갖게 될 전망

중국의 현재 정치·경제 체제가 국제적 보편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듦. 중국의 정치 및 경제 제도의 발전단계는 아직 낮고, 국제사회에서의 정신적·문화적 가치창출 능력도 높지 않음. 현재 중국은 소프트파워가 아닌 경제적 역동성과 잠재력이라는 하드파워의 기반 위에서 위안화의 국제화와 기축통화화를 추진.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능가할 2030년대 이후에도 위안화는 기축통화가 아닌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주요 국제통화의 하나로 인정받을 전망

3. 시사점 및 대응

위안화는 아시아의 중심 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음

중국은 장기적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실현 가능한 道程을 밟아갈 전망. 위안화의 자유태환과 국제화 → 아시아 지역 중심통화 → 기축통화 순으로 전략을 추진. 아시아에서 1차적으로 대만 및 홍콩 등 중화경제권과의 교역 시 위안화사용을 확대하고 이후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 이후 한국, 일본과의 교역에서도 위안화 결제 확대를 추구할 전망

아시아의 대중국 교역이 급증해 위안화는 달러를 대신해 아시아 중심통화로 성장할 여지가 큼. 2008년 중국의 대아시아 교역규모는 1조 125억 달러로 미국의 5,539억달러의 2배에 근사. 2000년 중국의 대아시아 교역은 2,407억 달러, 미국은 3,044억 달러. 중국과 아시아가 협력하여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한다면 아시아 국가들도 달러 보유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이득

동아시아에서는 위안화 블록이 엔화 및 달러화 블록에 비해 후생증대효과가 크다고 평가됨. 동아시아 각국이 중국과 통화동맹(currency union)을 창설하면 일본과 통화동맹을 창설할 때보다 후생이 더 크게 증가. 동아시아 전체 국가가 중국과 통화동맹을 창설할 때도 일본과의 통화동맹에 비해 더 큰 후생효과를 창출. 중국과 통화동맹을 창설하면 후생은 5.77% 증가하지만 일본과 창설하면3.67% 증가에 그침

중국은 위안화의 아시아통화화를 전제로 위안화의 해외 확산을 위해 두가지 방법을 사용할 전망. 위안화 결제는 1차적으로 교역규모가 많고 경제적 통합이 심화된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점진적으로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 홍콩과는 실질적으로 경제통합이 이루어지고 있고, 대만 국민당정부와의관계도 급속히 개선. 중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한국 및 동남아 국가와 위안화결제를 한다면 위안화의 해외 확산은 더욱 효과적.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위안화 차관을 확대하며 통화스와프도 확대할 전망

향후 동아시아에서는 통화 금융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전망. 미국은 기축통화 달러의 주도권을 고수하려 할 것이며, 일본도 비록 엔화의 국제화에 실패했지만 위안화 블록을 원하지 않을 것임. 중국은 동아시아와의 경제외교 협력을 강화할 것이고 미국주도의 금융체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전망

위안화가 아시아 중심통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화경제권의 영향이 더욱 심화. 대만, 홍콩, 동남아의 아시아 역내 내수기업들은 위안화 거래로 거래비용이 줄어들어 교역이 증가하고 경쟁력이 제고될 전망. 대중국 교역투자의 증가 및 위안화 차관의 증가로 동남아도 급속히 중화경제권에 편입. 궁극적으로 교역투자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들도 위안화 결제 문제에 직면하게 될 전망

국제통화질서 다변화에 대응, 균형추 역할 수행

국제통화 변화 과정에서 한국의 지분을 확대하고 균형자로서 통화질서 안정에 기여하도록 함. 중국의 문제 제기로 인해 세계적으로는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의 위상강화를 위한 경쟁이 가속되고 IMF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 동아시아에서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출범이 눈앞에 있고, 환율안정을 위한 아시아통화단위(ACU) 논의도 확산. 한국은 IMF의 개혁에 맞춰 쿼터를 늘려야 하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게 될 동아시아의 금융협력에서도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함

외환시장 및 외환보유고 다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 아시아 지역 내의 무역 및 금융거래에서 위안화의 거래가 증가할 전망이므로 현재의 원/달러 거래 중심인 외환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 국제통화질서가 달러화 및 유로화의 이원적 구조에 위안화가 가세할 전망이므로 외환보유고에서 통화별 보유 비중을 적정화할 필요

대중국 사업을 하는 한국기업들은 위안화의 국제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위안화 거래 비중을 높여나가야 할 것임.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 상당부분은 현지진출 자회사와 모기업의 기업 내무역 형태이기 때문에 위안화 결제 가능. 특히 중국 현지법인이 제3국 수출보다 중국 내수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경우 위안화 비중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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