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모두발언
1. 내일은 64회 광복절이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이 날은 우리 조국이 일제 식민지 통치 하에서 해방된 날이고, 또한 국치에서 벗어난 날이다. 동시에 이 날은 우리 조국의 새로운 변화와 시련, 도약의 시대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해방된 조국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지만 뒤이은 북한의 남침으로 전국은 전화에 휩싸여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나 근대화, 산업화를 이루어 냈고 그 토대 위에서 민주화도 이루어냈다.
이제 64회 광복의 날에 우리가 다짐해야 할 새로운 광복의 의미는 조국의 제3의 도약, 즉 선진화를 이루어내는 일이다. 앞으로 50년, 100년을 내다 보고 조국을 21세기 세계 속의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선 선진국의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법치가 정착되고 정직한 사회, 신뢰가 통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 안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토론과 표결을 방해하는 나라는 법치국가라고 볼 수 없다. 법으로 정해진 국회의 개원조차 번번히 무산되는 것도 정상적인 법치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인품보다 지역 연고나 학력이 출세의 기준이 되는 나라는 공정한 법의 원칙이 실종된 나라이다.
정부가 서민정책을 내세워 사회 안전망 구축을 약속하고 낙후된 지방발전을 약속해 놓고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의 추진으로 사회 안전망 구축이나 지방발전 지원에 차질이 생겨 국민의 기대를 져버린다면 이는 신뢰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노사간 쟁의와 협상이 대화와 타협보다도 전투와 같은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고, 법이 정한 절차가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히는 사회는 법치와 신뢰가 실종된 사회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법치사회, 신뢰사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2. 다음에 21세기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국가의 틀을 개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20세기형 중앙직권제 국가구조로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형국가로서 중앙집권제형인 국가는 모든 사람, 돈, 정보, 기술 등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보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청주, 춘천과 같은 지역들이 서울 수도권에 비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를.
이러한 단극형 국가발전 모델을 다극형 발전모델로 바꾸어야 한다. 획기적인 연방제 수준의 분권화가 바로 그 길이다. 전국을 다섯 개 내지 일곱 개의 광역 단위로 나누어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 통화 등 국가규모의 업무를 맡고, 각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여 각 광역단위를 스위스, 덴마크 같은 강소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다섯 개 내지 일곱 개의 강소국을 합친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강대국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대개조야 말로 조국을 21세기 세계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우리의 염원을 이루는 발판이 될 것이다.
3. 또한 64회 광복절을 앞두고 다시 남북관계를 생각해 본다.
남북관계는 지금 중대한 변환의 시점에 와 있다. 지금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하고 북미대화를 요구하고 있고, 남북관계도 일방적으로 경색시키고 있다.
북한은 상투적인 수법 그대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도 클링턴 미국 전 대통령을 불러 들여 억류된 여 기자를 석방함으써 벼랑 끝에서 내려올 수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미 여기자 석방에 이어 어제 억류중이던 유성진 현대아산 직원을 석방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기자 석방과 북핵문제는 전혀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북한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보아 북한에 대한 경제 재제 조치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변이동(変而動), 즉 북한이 변해야 움직인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변이동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 10년간의 좌파정권 하에서는 남북관계에 불편한 일이 생길까봐 북한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이러한 대북자세에 머물러 있는 한 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북핵폐기의 진정한 의지를 보이고 남북관계 개선의 성의를 보이기 전에는 우리는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성진씨를 석방한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해 놓고 다시 되돌려 놓은 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을 마치 북한의 의미 있는 태도 변화처럼 해석하거나 그래서 이번 8.15에 우리 쪽에서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또 다시 과거와 같은 왜곡된 남북관계로 되돌려 놓으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8.15 광복절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어 진정한 평화 공존과 통일의 시대를 기약하는 광복절이 되기를 바란다.
2009. 08. 14. 자유선진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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